방송작가들에게 ‘친구들’이 생긴 날

by 센터 posted Dec 2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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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전국언론노동조합 특임부위원장

 

 

# 장면 하나. 미디어비정규공동사업단 회의

 

지난 2020년 출범한 ‘상암여성미디어비정규공동사업단’이 올해 ‘미디어비정규공동사업단(이하 공동사업단)’으로 확대·발전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와 지역 노동센터 그리고 전국언론노동조합에 더해 전태일재단·노회찬재단 등 연대체들이 대거 합류해 가능했다.

 

공동사업단은 미디어 비정규직을 위한 ‘미디어공제회’를 함께 만들고 있다. 또 다른 사업으로 ‘방송작가친구들’을 결성해보자는 결의에 이른다. 연대의 힘으로 방송작가 혹은 미디어 비정규 문제를 공론화하고 풀어내기 위해서. 그렇다. 방송작가친구들은 중의적 명칭이다. 미디어업계 대표 비정규 직군인 ‘방송작가의 친구들’이자, ‘미디어 비정규직 전체의 친구들’이다. 지난봄 아이디어가 나왔고, 9월 KBS 앞 제안자 기자회견에 이어 방송작가유니온 출범 4주년에 맞춰 정식으로 출범식을 가졌다. 방송작가를 비롯한 미디어 비정규직과 함께 비를 맞겠다고 마음 내준 친구들은 282명. 자발적으로 모아준 성금은 4백여만 원을 넘었다(행사 당일 기준).

 

# 장면 셋. 행사 당일 극장 로비

 

2021년 11월 20일. 토요일 오후 3시. 홍대 다리소극장.

이름 대면 알만한 대한민국 노동시민사회단체 사람들이 속속 모여든다. 진보정당 원내대표도 늦지 않게 도착했다. 모두 방송작가 친구들이다. 코로나 여파로 오랜만에 대면한 이들은 서로 반갑게 안부를 나눈다. 나 홀로 혹은 삼삼오오 소극장 로비에 도착한 방송작가들도 마찬가지. 안부를 나눈 이들은 이름표를 달고, 포토존에 서서 참석 인증샷을 남긴다. 줄을 서는 귀찮음도 마다치 않고 사진을 찍고 찍어준다. 그렇다. 이 행사는 참가 그 자체로 서로에게 힘이 되는, 친구가 되는 자리다.

 

2.출범식.jpg

2021년 11월 20일 홍대다리소극장 ‘방송작가친구들’ 출범식에 함께한 방송작가 친구들(@방송작가친구들)

 

# 장면 둘. 행사 수일 전 기획 회의

 

방송작가친구들 출범식 및 방송작가유니온 출범 4주년 기념식에서 가장 주안점을 둔 건 참석자 모두가 주인공이어야 한다는 것. 친구들과 방송작가 누구도 관객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 극장 형태의 행사장에서 무대에 올라가지 않는 사람도, 마지막 객석까지도 구경꾼이 아닌 참석자로 함께하는 방안을 기획자들은 끝까지 골몰했다. 또 다른 주요 키워드는 방송작가 친구들과 방송작가의 흥겨운 한낮 파티. 한참 멈춰진 대면 행사가 오랜만에 가능해진 위드 코로나에 발맞춰 모두가 참여하는 유쾌하고 신나는 자리. 그래서 행사명은 ‘희망의 연대 파티’로 정해졌다.

 

# 장면 넷. ‘희망의 연대 파티’ 행사장

 

오후 3시. 객석의 불이 꺼지고 ‘방송작가유니온 출범 4년, 친구들을 만나현  장다’라는 제목의 여는 영상으로 ‘희망의 연대 파티’가 시작됐다.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송경용 이사장, 권리찾기유니온 한상균 위원장, 전국언론노동조합 윤창현 위원장, 그리고 여성노동조합 위원장으로 20년 전 방송작가 투쟁에 함께했던 나지현 사무금융우분투재단 사무처장 등 방송작가 친구들의 대표 발언은 따뜻하면서도 힘이 있었다. 이어진 토크콘서트에서는 ‘방송작가들은 왜 친구가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미디어 비정규 실태에 대해 짧고 굵게 짚어보았다.

 

이날 행사의 백미는 무엇보다 리플릿에 공식 표기되지 않은 ‘전 참석자 셀프 소개’가 아닐까? 진행을 맡은 전문 MC마저 놀란 이례적인 기획이었지만, 참석자 전원 마이크 잡기 기획은 성공했다. 참석자 모두 스스로 소개하고, 방송작가 친구들로 함께하는 이유와 방송작가로서 갑자기 친구 부자가 된 소감을 나눴다. 3시간 가까이 이어진 많은 프로그램 중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을 순간은 바로 이 시간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다양한 노동시민사회단체와 개인이 저마다 고귀한 이유로 ‘친구들’로 결합해 주었다는 사실을 나눌 수 있었다. 전국에서 모인 방송작가들에겐 더없이 큰 힘이 됐을 것이다. 또, 친구들 역시 전국 다양한 방송사와 외주사에서 일하며 겪는 여러 고충을 접하며, 방송작가 친구들 하기 참 잘했다 싶었을 게다.

 

# 장면 다섯. 방송사 앞 1인시위 현장, 그리고 노동위원회 심문자리

 

‘방송작가친구들’ 결성은 마침표가 아니라 미디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출발점이다. 지난 7월 발생한 KBS 전주총국 보도 작가 부당해고에 맞서기 위해 민주노총 전북본부, 민변 전북지부 등 지역 노동시민사회단체가 모여 ‘방송작가전북친구들’을 결성해 연대 투쟁했고 지난 12월 9일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구제신청이 인정되는 쾌거를 거뒀다.

 

방송작가들 부당해고는 어제도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MBC는 보도국 〈뉴스외전〉 작가 3인에게 오는 연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근로감독 사상 최초로 시행된 지상파 3사 방송작가 근로감독 대상임에도, 근로자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도 인지한 채로. MBC 한 지역사는 방송사에서 일하는 거의 전원에게 계약해지를 예고했다. 지역작가를 비롯한 많은 방송작가의 열악한 처우 개선 또한 한발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방송작가에게 ‘친구들’이 필요한 이유다. 방송작가 친구들이 더 많아져야 하고, 더 왕성하게 활동해야 한다.

 

이름들.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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