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파괴 공작, 민주노총 조합원 0%가 목표

by 센터 posted Aug 25, 202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Files

임종린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파리바게뜨지회장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파리바게뜨지회는 전국에 있는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빵과 음료를 만드는 제빵·카페기사들이 모인 노동조합이다. 원래 협력사 소속이었는데 2017년 노조를 만들어 불법파견 투쟁을 했다. 그 결과 제빵·카페기사들이 소속된 SPC 내 피비파트너즈라는 자회사를 만들었다. 투쟁 당시 직접고용을 반대하는 복수노조가 만들어졌고, 한국노총 소속이다. 그렇게 우리는 현재 복수노조 상태에 있다.

 

회사의 민주노조 탈퇴 강요 사례

 

“회사에서 관리자들 시켜 한국노총 가입하라고 엄청 난리라는데요. 저한테 말해준 그 관리자는 회장으로부터 내려온 지시라고 하는데, 맞아요?” 3월 중순 한 조합원이 연락을 해왔다. 그 무렵부터 전국 조합원들에게 한국노총 사람들이 매장으로 찾아와 민주노총을 탈퇴하라고 압박하며 귀찮고 불안하게 한다는 제보도 빗발치게 들어오기 시작했다. FMC(카페기사 관리자), BMC(제빵기사 관리자)가 소속된 노조는 회사의 입이 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 사람들이 회사 지시에 부당노동행위를 해도, 회사는 노조 활동이고 노노 갈등이라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그 위, 명백한 사용자인 제조장까지 동원해서 노조 탈퇴 작업을 했다.

 

기자회견.jpg

지난 7월 1일, 화섬식품노조가 민주노조 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진행한 SPC 파리바게뜨 부당노동행위 고소 고발 기자회견(@화섬식품노조)

 

대부분 비슷한 레퍼토리가 있다.

 

첫 번째, 진술서나 녹취로 가장 많이 들어온 내용으로 진급을 시켜준다며 협박하거나 회유한다. 회사는 4월 1일 발표해야 할 정기승진 발표를 5월 말까지 근 두 달 가까이 미루며 계속해서 진급을 무기로 탈퇴 작업을 했다. 민주노총에 있으면 진급이 되지 않는다며 불안감을 조성했다. 진술 중엔 심지어 오늘 탈퇴서를 쓰면 내일 진급시켜주겠다는 내용도 있었다. 또 직무 진급 또한 회사가 싫어하는 민주노총에 있으면 되지 않는다며 탈퇴를 강요했다. 가장 황당했던 사건 중 하나는 관리자와 진급 대상자인 기사가 함께 조합원을 찾아와 진급 대상자인 기사와 경쟁하는 다른 기사들은 민주노총 탈퇴서를 한 장씩 들고 왔는데 자기만 아직 한 장도 없다며 윗사람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해선 우리 조합원의 탈퇴서가 필요하다며 써줄 것을 애원했다고 한다. 우리 조합원은 거절하면서 진급에 실패한다면 당신 실력이 부족해 못하는 것이지 탈퇴서를 적어주지 않아서라고 나를 원망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고 했다.

 

두 번째, 점포를 이동하거나 지역을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때, 민주노총 조합원은 점주들이 거부한다며 이동을 시켜주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조합원 중 지역을 이동시켜준다는 이야기에 수도권에서 영남권으로 이사를 했는데도 이동시켜주지 않아 7개월 넘게 친척 집을 전전하며 수도권에서 근무를 이어가고 있는 조합원도 있다. 그 조합원에게 관리자가 밥을 먹자고 찾아와 “회사가 원하는 노조는 이 노조(한국노총)다. 너 민주노총이라 이동 못 하는 거다.”라며 탈퇴를 강요했다.

 

세 번째, 민주노총 조합원 리스트를 만들어 탈퇴할 때까지 일주일에 몇 번씩이나 찾아와서 귀찮게 하고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다. 일부러 가맹점주가 보는 앞에서 큰 소리로 노조 이야기를 하며 불편한 상황을 만든다. 그러곤 탈퇴서를 적어주면 더는 찾아오지 않겠다고 한다.

 

네 번째, 이 방법도 통하지 않으면 현장 관리자보다 더 윗사람이자 사용자인 제조장과 본부장들이 매장으로 직접 찾아간다. 현장에서 자주 보기 힘든 본부장들이 왔다 가면 관리자들이 “네가 탈퇴하지 않아 본부장님까지 오신 거고 노조 얘기를 하러 온 것이다.”라며 불안감을 조성했다. 제조장들 또한 대놓고 기사들을 찾아가 진급 이야기를 하고, 밥을 먹자고 한 명씩 불러내 탈퇴를 종용했다. 본인들이 생각하기에 강성 조합원인 기사들에겐 직접 전화해서 탈퇴할 것을 강요하기도 했다. 제조장씩이나 되는 직급들이 기사 개인에게 전화해서노조 탈퇴를 이야기하니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다섯 번째, 휴직자나 퇴직자에게 탈퇴서를 받는 것으로 퇴사를 위해 사직서를 쓰는 기사들에게 탈퇴서도 함께 써줄 것을 애원했다. 가장 악질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휴직자, 특히나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중인 조합원들에게 전화해서 휴직 후 복직할 때 민주노총 조합원이라 복직할 수 없을 것이라며 탈퇴를 강요했다. 나중엔 육아휴직 중인 기사들 집 앞으로 찾아가 불러내어 탈퇴서를 작성하게끔 했다. 탈퇴서 개수가 관리자들의 실적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을 품게 되었다. 이렇게 조합원들이 고통스러워하는 와중에도 심증만 있을 뿐 물증이 없어 계속해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민주노총 탈퇴시키면 포상금 지급

 

그러던 중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얼마 전 퇴사한 관리자라고 하며 자기는 이미 퇴사를 해서 상관없지만, 그래도 회사가 해도 해도 너무한 것 같다며 해줄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만나서 들어본 이야기는 우리가 의심했던 의혹들 그 이상이었다. 회사에서는 민주노총 조합원을 0%로 만든다는 계획에 따라 본부장보다 더 윗선에서 매일 아침 한국노총 가입률을 점검했고, 민주노총 탈퇴서가 들어오기 시작한 3월부터는 정기회의 목적도 민주노총 탈퇴 작업이었다는 것이다. 본부장이 매일 관리자들 1대1 면담을 하며 담당 기사 중 민주노총 조합원 비율이 높으면 압박을 가했고, 나중엔 사무실에 들어오지 말고 아침부터 퇴근할 때까지 민주노총 조합원만 찾아가 탈퇴 작업을 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그리고 민주노총에서 탈퇴시키면 2만 원, 탈퇴시키고 한국노총까지 가입시키면 총 5만 원씩(일정 기간 이후 포상 금액이 줄어들었다) 포상금을 지급했다고 한다.

 

충격적인 제보를 받고 그간 받은 조합원들의 녹취와 진술을 증거자료로 기자회견을 하고 고용노동부엔 부당노동행위, 경찰엔 업무방해 및 배임으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회사는 민주노총 집단 탈퇴는 회사와 아무 상관 없다며 법적 조치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아무런 법적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그러던 중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이 사건에 관한 질의를 했다. 그날 저녁 제조장들은 제보자가 근무하는 곳까지 찾아가 “자료가 얼마나 더 있느냐. 다들 경찰 조사를 받을 것 같다. 단체방은 이미 폭파했다.”라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갔다고 한다.

 

기자회견 이후 계속해서 민주노총 탈퇴 공작에 대한 증거자료들이 들어오고 있다. 최근엔 제조장과 관리자들이 모여있는 카카오톡 회사 단체 업무 방에서 한국노총 가입과 민주노총 탈퇴를 취합하고 관리한 내부 자료를 입수했다. 그 업무 방은 회사의 민주노총 탈퇴 공작에 대한 뉴스가 나가자마자 제조장 지시로 폭파했고, 방 폭파를 지시하는 자료까지 전부 입수했다. 이렇게 직접적인 증거자료들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는데도 회사는 계속 부인하고 있고,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아직도 압수수색을 하지 않고 있다.

 

힘들게 일해도 제대로 수당도 받지 못하고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면서 일하는 현실을 바꿔보려고 모인 노동조합인데 민주노총 조합원이란 이유만으로 회사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불이익을 당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 화가 난다. 그렇지만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걷기 위해, 민주노조를 지키기 위해 버티고 있는 조합원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조합원들을 위해, 우리의 투쟁에 기꺼이 연대하는 분들을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