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들의 현실과 투쟁

by 센터 posted Apr 2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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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중 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지부 지부장 

 

 

특수고용 노동자의 대표적 업종 중 하나인 보험설계사는 전국에서 약 40만 명이 일하고 있다. 설계사들의 소속은 생명보험, 손해보험, 법인보험대리점 등으로 다시 분류된다. 그 이름에서 보는 것처럼 ‘노동자’임에도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못하고, 근로 계약서가 아닌 ‘위촉 계약서’, ‘프리랜서 계약서’, ‘위·수탁 계약서’ 등 여러 이름으로 대체된 계약서를 작성하고, 건당 수수료 혹은 판매 계약 당 수수료를 지불 받는다. 노동자와 동일한 대우를 받지만 근로 계약서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 하고 있다.

 

보험업법에는 설계사에게 하면 안 되는 불공정 행위가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도 위촉 계약서가 아닌 ‘내부 규정’을 근거로 임의로 해촉(해고)하고, ‘정착 지원금’이라는 이름으로 선 수수료를 지급하면서 몇 년간 노예 계약으로 묶어 놓은 뒤에 관리자의 부당함을 시정하라고 요구하면 해촉하고, 잔여 유지 수수료는 이직하면 당연히 안 주는 것이지만 고객이 보험을 해약하면 해약에 따른 수당 환수는 당연하다고 하고, 고객 관리를 위해 고객이 담당 설계사 변경을 요청해도 회사는 거부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부당 행위를 없애기 위해 2000년 ‘전국보험모집인노동조합’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노동부에 설립신고서를 제출했지만, 결국 반려당하고 행정소송까지 갔다. 하지만 법원에서도 패소하여 무산이 되었다. 그 이후 전국보험모집인노동조합은 법외노조로 활동해왔고, 2013년 수수료 환수 관련 대책위 카페를 토대로 ‘대한보험인협회’라는 단체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2017년 대한보험인협회가 노동조합으로 전환하면서 전국보험모집인노동조합과 합쳐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 산하 ‘전국보험설계사노동조합’을 만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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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설계사의 권리 보장을 요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는 한화생명지회 조합원들(@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지부)

 

2017년 촛불혁명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고, 이후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방과후강사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 등이 설립신고필증을 받았다. 이에 탄력을받아 2019년 9월 18일 전국보험설계사노동조합도 설립신고서를 제출하기에이르렀다. 그 이후 2020년 7월 14일 산별노조인 사무금융노조 소속으로 조직을 전환하면서 지금의 ‘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지부’가 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2020년 12월 30일 설립신고서 제출 471일 만에 설립필증을 교부받아합법적 노동조합이 되었다.

 

한화생명의 경우 제판 분리(보험 상품 제조와 판매를 분리하는 것)라는 미명하에 제대로 된 설명이나 관련 자료를 제시하지 않은 채 설계사들을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으로 강제 이동 시키려 하였다. 설계사들은 지금까지의 일방적 수수료 삭감 등의 문제에 맞서 싸우기 위해 ‘보험설계사지부 한화생명지회’를 설립하고 단체교섭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학습지노조, 대리운전노조 등의 사례에서처럼 단체교섭권이 있다고 해서 쉽게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노동자들의 투쟁의 힘이 뒷받침되어야 하기에 조합원 교육을 통한 의식 고양과 조직력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있다.

 

현재 설계사들이 당하는 주요 문제 중의 하나가 ‘부당 해촉’이다. 보험업계에는 보험설계사 부당 해촉 문제가 만연해 있다. 별다른 사유도 없고 관리자의 눈 밖에 났다는 이유만으로 해촉되는 경우도 잦다. 사실 대부분의 부당 해촉 문제 발생의 배경은 관리자의 갑질이다. 출퇴근 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심지어 머리를 염색하지 않았다고 꼬투리 잡아 해촉한다. 영업 실적 압박은 당연한 상황이다. 한 보험설계사는 동료 보험설계사가 고객을 채가려는 시도를 알고 문제제기를 했더니, 회사는 영업 분위기를 해친다며 해촉하기도 했다.

 

부산의 경우 회사 관리자의 부당행위(출퇴근 강요, 복장/외모 지적 등)로 인해 설계사와 분쟁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경찰까지 출동하는 상황이 와서 화가 난 설계사가 짐을 싸서 집에 가자 이에 대한 어떠한 사과도 없이 설계사를 해촉하고, 지원금 환수를 통지하고 재산을 압류하였다. 노조 집회에 대해 사 측은 맞불 집회를 통한 집회 방해나 소음 신고, 불법 주정차 신고로도 부족한지 11월 말에는 노조를 상대로 집회 금지 및 업무 방해 금지 가처분을 제기하였다.

 

제주에서는 타 설계사가 멀쩡하게 다니고 있는 설계사의 고객을 빼가기 위해 퇴사하였다고 거짓말을 하고, 기존 보험을 해약시키려는 것을 알게 된 설계사가 이러한 문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자 “허위 사실 유포로 인한 직원 사기 저하”라며 설계사를 해촉하는 사례가 있었다. 부당 해촉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금융감독원에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지만,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하자 “보험사에 대해 검사를 할 때 참고하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 검사는 언제 될지 예정에도 없는 현실이다.

 

보험설계사에게 부당 해촉은 일자리를 잃는 것일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일종의 임금 체불이 발생한다. 보험설계사는 보험 계약을 체결한 뒤 계약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수입을 얻는데, 보험사는 3년에 걸쳐 나눠서 지급한다. 이 수수료를 유지 수수료(수당)라고 하는데 만약 설계사가 회사를 나가거나 해촉을 당하면 남은 수수료는 받지 못하게 된다. 이 수수료가 잔여(유지) 수수료이다. 잔여 수수료를 거의 대다수 회사가 지급하지 않고, 회사는 계속 잔여 수수료를 늘려가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보험회사의 경우 설계사들의 보험 판매가 그 수익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잔여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으면 그 금액만큼 회사의 수익으로 남게 되는데 회사는 이러한 방식으로 수익을 늘리는 것이다.

 

이처럼 특수고용 노동자라는 이름으로 지금도 차별을 받고 있고, 합법 노조가 되었지만 제대로 된 대화에 나서기 힘든 현실에서 올해 7월부터 산재보험, 고용보험 의무화가 시행된다. 이것은 무엇보다 보험설계사가 스스로 노동자라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전에는 회사가 자영업자, 개인사업자라고 강조해 보험설계사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코로나19 특수고용직 지원금을 비롯해 고용보험 확대 등으로 특수고용직도 노동자라는 인식이 커졌다.

 

이제 보험설계사들도 스스로가 노동자라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조합 합법화는 그러한 인식을 더욱 확대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 한화생명 보험설계사 투쟁 현황

 

- 2021년 1월 한화생명, 보험 상품에 대한 판매 수수료 일방적 삭감

- 1월 21일 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지부 한화생명지회 설립

- 2월 15일 한화생명, 대표이사 면담 요청 거부- 2월 19일 국민청원 시작(3월 21일 마감. 참여인원 12,448명)

- 2월 22일 한화생명의 일방적 수수료 삭감 및 자회사형 GA 분리 관련 협상 촉구 보험설계사 기자회견 진행(200여 명 참가)

- 2월 24일 한화생명의 일방적 수수료 삭감 및 자회사형 GA분리 관련 단체협상 촉구 집회 진행(300여 명 참가)

- 2월 25일 한화생명에 단체교섭 요구 공문 발송

- 3월 3일 2차 결의 대회 후 회사의 단체교섭 거부에 항의하며 본사(63빌딩) 앞 천막농성돌입(300여 명 참가)

- 3월 11일 집회 방해 만행 규탄 및 교섭 촉구 3차 결의대회 진행, 회사는 단체교섭 요구 거부(500여 명 참가)- 3월 15일 한화생명 주주총회 선전전(400여 명 참가)

- 3월 19일 한화생명 부당노동행위 규탄 및 성실 교섭 촉구 3차 결의대회 진행(400여 명 참가)

- 3월 26일 한화생명 부당행위 규탄 및 단체교섭 촉구 4차 결의대회(300여 명 참가)

- 3월 29일 한화생명 보험설계사에 대한 영등포 경찰서 폭력 행위 규탄 기자회견 및 회사실무진 2차 면담

- 4월 1일 한화생명 자회사형 GA(보험대리점)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출범. 현재 조합원 2,800여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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