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에 맞선 청소 노동자들의 당당한 목소리

by 센터 posted Feb 2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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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승환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조직부장

 

 

집단 해고에 맞선 고용 승계 투쟁

 

여의도에 있는 LG트윈타워 청소 노동자들은 2020년 12월 31일 전원 해고되었다. 원청은 청소 품질이 저하되었다는 이유로 청소 용역업체를 계약 해지했기 때문에 노동자들도 전원 계약 만료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10년간 트윈타워에서 청소용역업을 맡아 왔는데 노동조합에 가입하자 용역업체를 바꾸고 전원 해고한 것이다. 청소 노동자들은 고용 승계를 외치며 파업 55일 차인 2월 8일에도 힘차게 투쟁하고 있다.

 

청소용역업체 지수아이앤씨는 LG그룹 구광모 회장의 고모 두 명이 각각 50% 지분을 소유한 친족 회사이다. LG트윈타워 건물을 관리하는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은 LG가 100% 출자한 자회사이다. LG는 구광모 회장 고모 회사에 LG 계열사 일감을 몰아주고, 청소 노동자에게는 최저임금을 주면서 착취해왔다. 고모들은 2019년 배당으로 각각 30억씩 받았다. 10년 전 각각 2억 5천만 원씩 투자해 회사를 설립해 10년간 총 207억 원을 배당받았다. 그런 고모 회사를 자회사가 청소 품질 저하를 이유로 계약 해지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LG가 청소 노동자들의 고용과 노동 환경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며 해고 또한 공모한 것이다. 그렇기에 진짜 사용자 LG가 책임져야 할 문제이다.

 

1.엘지트윈타워1.jpg

고용 승계를 요구하며 선전전을 하는 LG트윈타워 청소 노동자들.(@공공운수노조)

 

아침 첫차를 타며 한국거래소,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등 여의도 일대 청소 노동자를 만난 것이 노동조합 가입의 계기가 되었다. 노동조합에 가입하면서 청소 노동자들의 삶에 변화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듣고 착취당하고 있음을 알았다. 수년 동안 점심시간을 30분 더 주는 방식으로 노동시간을 꺾어 토요일에 격주로 무급 노동을 시켰다. 고강도의 식당 왁스 작업을 시키며 빵하고 우유 하나 주는 것이 전부였다. 최저임금 외에는 명절 선물도 상여금도 전무했다. 나이 어린 중간 관리자의 갑질과 수당 갈취가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났다. 그래도 아무런 말도 못 했다. 재계약이 안 되고 잘릴까 봐 불편한 점이 없냐는 본사 팀장의 물음에 모든 것이 만족스럽다며 이야기했다. 그럴수록 회사의 착취는 심해졌다.

 

2019년 10월 여의도공원에 모여서 노동조합 상담을 받고 노조에 가입했다. 시간 꺾기와 토요일 무급 노동, 수당 갈취, 왁스 작업 문제를 이야기하자 사 측은 노동조합 요구를 받아들였다. 2020년부터는 개선하려고 했다며 핑계를 댔지만, 조합원 확대를 막기 위한 술수를 벌였다. 교섭은 순조롭지 않았다. 민주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LG의 문화답게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1년 넘게 교섭을 해태하면서 최저임금에서 60원 인상하고, 만근수당으로 2만 5,000원을 제시했다. 노조 활동은 철저하게 거부했다. 그사이 징계, 고소 고발, 업무 방해 가처분 신청 등 노조 탄압에 온 힘을 기울였다. 그래도 노동조합은 흔들리지 않았다. 하루도 빠짐없이 로비에서 선전전을 하고 한남동에 여  기현  장 위치한 구광모 회장 집 앞에서 아침, 저녁으로 선전전을 진행했다. 회사는 시간 끌기로 버티다가 업체 변경, 전원 해고의 전형적인 수법을 들이밀었다. 그리고 해고할 때는 수백만 원 위로금을 지급하겠다면서 사직서에 제 손으로 서명할 것을 강요했다. 그것도 개인별로 위로금 액수를 달리하여 분열시키려 했다. 청소 노동자들은 위로금을 거부하고 고용 승계를 요구하며 2020년 12월 16일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인화의 기업? 인면수심의 기업!

 

파업에 들어가기 전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에 고용 승계를 요구했지만 묵살했다. 신규 용역업체로 선정된 백상기업에 면담을 요구했지만 묵살했다. 지수아이앤씨는 이틀에 한 번꼴로 문자를 보내 위로금을 받고 사직서를 작성하라고 회유했다. 문제해결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파업으로 내몰았다. 파업 첫날부터 대체 인력이 투입되고 용역 경비를 대폭 늘렸다.

 

2021년 새해 첫날에는 식사 반입을 막고 전기와 난방까지 모조리 끊어버렸다. 가족들이 가져다준 간식거리도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 직원들은 청소 노동자들의 도시락을 짓밟아 문댔고, 초코파이와 우유를 탈취해 땅바닥에 집어 던지는 비인간적인 짓까지 서슴지 않았다. 언론에서 이 문제를 보도하고 국가인권위원회의 긴급구제가 있어 다음날 식사와 전기, 난방은 허용되었지만, 새해 첫날은 조합원들에게 공포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또, 1월 1일부터는 LG와 관련 없는 사람이라고 하여 1월 중순까지 조합원과 노동조합 간부 출입을 완전히 통제해 십수일 집에 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제대로 씻지 못하고 옷도 갈아입지 못하기도 했다. 연대하러 온 동지들과 중앙 회전문을 사이에 두고 마이크를 이용해 인사 나누는 일이 하루에도 몇 번씩 일어났다. 조합원들은 이산가족보다 못하다, 여기가 판문점이냐며 서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지금은 업무 방해 가처분 결과에 따라 조합원들과 노동조합 간부들의 출입이 자유로워졌지만, 아직 용역 경비들이 모든 출입구에서 출입하는 이들의 신원을 확인한다. LG 직원들도 사원증을 보여주지 않으면 출입문을 통과하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청소 노동자 쫓아내면 LG 제품도 쫓겨난다. 새해부터 LG전자,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등 엘지가 지분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주력 상품에 대해서 불매 운동을 시작했다. 수많은 시민사회단체가 함께하고 있다. 착한 기업이라고 포장되어 있던 이미지가 허구였음을 이번 청소 노동자 탄압을 보며 많은 국민이 알게 되었다. 새 학기 노트북으로 그램을 사지 않고, 코카콜라를 마시지 않고, LG생활건강의 제품을 쓰지 않겠다는 선언들이 이어지고 있다.

 

연대의 힘으로 반드시 승리한다

 

조합원들은 연대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노동조합 하기 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사는 것이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얼굴도 모르는 전국 각지의 시민들이 투쟁 물품을 보내주고, 밥 한 끼 후원금을 보내주고, 직접 밥을 만들어 오기도 한다. 당사자인 우리보다 더 우리의 투쟁이 이기기를 바라는 분들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의 투쟁이 청소 노동자 모두의 투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가 잘 싸우면 많은 노동자가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고, 무시하고 갑질하고 해고하는 일들이 줄어들 것이라고 여기며 싸우고 있다. 이스타항공, 아시아나케이오, 코레일네트웍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등에 연대 활동을 하며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함께 승리하기를 바라고 있다. 단단한 마음으로, 함께 싸우고 있는 동지들을 믿으면서, 그리고 스스로를 믿으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거대 자본 LG는 기껏해야 도시락을 발로 밟는 것이 다지만, 우리는 단결과 연대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영하의 날씨에 여의도의 칼바람을 맞으며 진행하는 투쟁에 건강이 걱정되기도 하지만 힘든 만큼 승리의 시간이 빨리 다가올 것을 알기에 지치지 않고 즐겁게 투쟁하고 있다. LG트윈타워 청소 노동자들이 고용 승계를 쟁취해 모두가 기뻐하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 “엘지가 사용자다. 고용 승계 보장하라.”, “끝까지 싸워서 반드시 승리하자.” 여의도를 뒤흔드는 청소 노동자들의 외침은 멈추지 않는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엘지트윈타워분회가 만들어 갈 승리의 역사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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