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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자리
정기훈 매일노동뉴스 사진기자
규탄하고 촉구할 것이 많아 길에 나선 사람들 구호 따라 입김이 뽀얗다. 맞춰 입기라도 한 것인지 검은색, 또 길고 두터운 패딩점퍼 차림 사람들이 팻말 든 손가락을 파고드는 한기를 어쩌지 못해 자꾸 꼼지락거린다. 그 중 누군가 곡기 끊고 말라가는 사람도 있어 추운 티를 내지 못한다. 동료가 건넨 핫팩을 만지작거리며 발을 동동 구른다. 철 따라 바람 따라 낙엽 구른다.
길에 나서 말하기 고된 철이다. 설 곳 좁아 더욱 그렇다. 한때 울긋불긋 농성 천막 줄줄이 많았던 고용노동청 앞자리에, 또 기자회견 줄을 선 대통령실 앞에 질서유지선이 길고도 촘촘하다. 거기 겨울을 견뎌 사철 푸른 나무 든 커다란 화분이, 아니, 실은 죽지 도, 썩지도 않는 나무 모양 조형물이 빼곡하다. 경찰이 많다. 이태원 좁은 골목에서 작동하지 않았던 공권력은 길에 나선 노동자 열댓 명 앞에 추상같았다. 질서정연한 폴리 스라인 안쪽으로 낙엽만 쌓인다. 바람에 뒹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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