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자리

by 센터 posted Jan 09, 202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Files

설 자리

 

정기훈 매일노동뉴스 사진기자

 

노동에세이.jpg

 

 

규탄하고 촉구할 것이 많아 길에 나선 사람들 구호 따라 입김이 뽀얗다. 맞춰 입기라도 한 것인지 검은색, 또 길고 두터운 패딩점퍼 차림 사람들이 팻말 든 손가락을 파고드는 한기를 어쩌지 못해 자꾸 꼼지락거린다. 그 중 누군가 곡기 끊고 말라가는 사람도 있어 추운 티를 내지 못한다. 동료가 건넨 핫팩을 만지작거리며 발을 동동 구른다. 철 따라 바람 따라 낙엽 구른다.

길에 나서 말하기 고된 철이다. 설 곳 좁아 더욱 그렇다. 한때 울긋불긋 농성 천막 줄줄이 많았던 고용노동청 앞자리에, 또 기자회견 줄을 선 대통령실 앞에 질서유지선이 길고도 촘촘하다. 거기 겨울을 견뎌 사철 푸른 나무 든 커다란 화분이, 아니, 실은 죽지 도, 썩지도 않는 나무 모양 조형물이 빼곡하다. 경찰이 많다. 이태원 좁은 골목에서 작동하지 않았던 공권력은 길에 나선 노동자 열댓 명 앞에 추상같았다. 질서정연한 폴리 스라인 안쪽으로 낙엽만 쌓인다. 바람에 뒹군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8 유실물 file 센터 2021.02.24 123
17 꼿꼿하게 file 센터 2021.04.26 115
16 밥 냄새 file 센터 2021.06.23 132
15 붉은 ‘농성’ file 센터 2021.08.25 54
14 훈장처럼 file 센터 2021.10.27 65
13 손잡아 주는 일, 기대어 서는 일 file 센터 2021.12.23 76
12 허수아비 file 센터 2022.02.24 49
11 이면, 혼신의 힘 file 센터 2022.04.25 39
10 비보호 file 센터 2022.06.27 39
9 연인은 웃는다 file 센터 2022.08.29 47
8 가면 file 센터 2022.10.31 26
7 겨울 file 센터 2022.12.22 45
6 봄 마중 file 센터 2023.02.27 30
5 우리 만남은 file 센터 2023.04.27 38
4 추락하는 것은 file 센터 2023.06.27 57
3 무사고 사이 file 센터 2023.09.13 59
2 엄마 눈물이 툭 file 센터 2023.11.03 31
» 설 자리 file 센터 2024.01.09 22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Next ›
/ 3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