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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첫 회의가 열린 날, 회의장 앞 기자회견 자리엔 카메라와 노트북 든 기자가 유독 많았다. 앞자리 선 사람들 할 말도 적지 않아 회견이 언제나처럼 길었지만, 자릴 뜨는 카메라가 없었다. 상징의식을 기다렸다. 줄다리기야 흔한 소재였는데, 그 줄이 무대 삼아 세운 현수막을 관통해 연결되어 있으니 호기심을 자극할 만했다. 찢는 거냐, 새로운 현수막이 짠 하고 등장하는 것이냐, 그도 아니면 뭐냐, 눈들이 반짝거렸다. 플래시가 번쩍번쩍, 드디어 시작된 상징의식은 한껏 높았던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무대그림과 어우러져 한 장의 그림으로 담기에 알맞은 것이었다. 의미를 녹여내면서도 요구에 맞추는 일에 이골이 난 사람들의 솜씨다. 줄 잡은 사람들은 힘 모아 당기는 일에 진지했다. 표정 연기까지 어색함이 없었다. 지켜보는 이 아무도 없는 무대 뒤편 줄 맞잡은 사람도 그랬다. 혼신의 힘을 쏟는 것으로 보인다. 어디든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는 사람들이 있는 법이다. 그 덕에 뭐든 일이 돌아간다. 카메라가 잡지 못하는 이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종종 눈여겨 살필 일이다.
정기훈 매일노동뉴스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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