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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양주 가마골을 지나는 왕복 2차선 좁은 도로는 자주 구불구불 산을 넘는다. 그늘이면 며칠 전 내린 눈이 그대로였다. 검은 도로엔 윤기가 흘렀다. 여기저기 빙판을 경고하는 안내문이 많았다. 아랑곳하지 않고 차들은 달렸다. 주류 상자 가득 싣고 오르막 커브 길을 오르던 트럭이 소주며 맥주병을 와르르 길에 쏟고 나서야 속도를 줄여 멈췄다. 날카로운 유리 파편을 피해 상·하행 차들이 엉켜 체증이 지독했다. 안전운행을 당부하거나, 다짐하는 스티커가 사고 트럭 짐칸에도 붙어 있었다. 재 너머 마을 어귀를 지날 때면 노인 보호, 어린이 보호 안내가 신호등과 함께 많았다. 덩치 큰 차들이 그 길을 자주 지났다. 내달리던 차들은 고정식 과속단속 카메라 직전에야 속도를 줄였다. 규정 속도를 지키는 차 꽁무니에 바짝 붙어 압박했다. 사고 잦은 곳 표시가 선 곳도 다를 바 없었다. 풍경에 섞였다. 저기 사람이 있다. 아니 사람 모습을 한 마네킹이 안전모를 쓰고 지시봉을 들었다. ‘결빙 위험 절대 감속’ 안내판 옆자리다. 멀리서 얼핏 보면 제법 그럴 듯했지만 거길 자주 지나다 보면 곧 무뎌질 테다. 차들은 달렸다. 허수아비 선 자리 낙엽에 허연 가루들이 잔뜩 앉았다. 그 앞 삼표산업 채석장에서 날아온 돌가루일 테다. 안전모 쓴 직원들이 안전제일 새겨진 펜스 뒤에 줄줄이 서서 정문을 지켰다. 카메라 든 기자들로 그 앞이 붐볐다. 고용노동부 산업안전패트롤 차량이 지나갔다. 경찰이 많았다. 지난 설 연휴 채석장 토사가 무너져내려 일하던 사람 셋이 깔렸고, 죽어 발견됐다. 사고가 잦은 곳이었다고 뉴스 앵커가 전했다. 일하던 사람 깔려 죽은 채석장 정문 앞에 중대재해처벌법 법률 상담을 홍보하는 법무법인의 현수막이 붙었다. 그 법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할까 걱정하는 사람들은 기자들 앞에 섰다. 엄중 처벌을 촉구했다. 어렵게 만든 법이 허수아비 노릇에 그치면 안 된다고 사람들은 걱정했다.
정기훈 매일노동뉴스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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