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아 주는 일, 기대어 서는 일

by 센터 posted Dec 23, 202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Files

김용균.jpg

 

아들 먼저 보낸 엄마는 오늘 또 눈이 퉁퉁 부었는데, 전처럼 사람 많은 데서 자주 울지는 않았다. 3주기를 맞아 엄마는 자신을 사회운동가로 소개한다. 억울한 죽음을 막는 일을 한다. 떠난 이의 이름을 딴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과 중대 재해를 처벌하는 법을 곡절 끝에 만들었지만, 죽음이 여전하다. 김용균의 동료는 지금도 비정규직이다. 탄가루 쌓인 현장에서 언제든 자신에게 덮칠 수도 있는 참사를 예감한다. 그러니 추모는 지금도 시위가 된다. 영정은 말 없는 구호다. 아들 잃은 엄마가 동생 먼저 보낸 누나 손잡고 여기저기 다니느라 지금껏 길에서 바쁘다. 검은색 긴 패딩 점퍼 벗을 날이 없다. 국회에서 열린 추모 사진전에 가면서 지독하게 추웠던 지난해 국회 본관 앞 단식농성장을 회상한다. 그즈음부터 유가족의 영상을 기록하던 다큐멘터리 감독이 오늘 건넨 손편지를 손에 들고 엄마는 이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를 말하고 또 말했다. 그뿐인가. 곁을 지킨 사람들이 많았다. 주저앉지 않고 3년을 달려온 힘이다. 사람들은 기대어 선다. 손잡고 산다. 선거철이니 유력 정치인의 악수야 뻔하고 흔한 일이라지만 여전히 절박한 엄마는 두 손 포개어 꼭 쥔다. 눈 맞춘다. 일하다 죽지 않는 세상, 그 뻔한 말을 하느라 오래도록 잡고 섰다. 카메라 다 떠나고 돌아서는데, 엄마는 울지 않았다. 그저 삼켰던지, 낯빛이 온통 붉었다. 옆자리 울음 터진 고 김태규의 누나 손을 꼭 잡고 다독였다.

 

정기훈 매일노동뉴스 사진기자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8 발전 없다 file 센터 2020.08.24 96080
57 오른다 file 센터 2018.12.26 84403
56 주마등처럼 file 센터 2014.10.21 2647
55 꿰어야 보배 file 센터 2014.07.08 2037
54 돈보다 사람, 꽃보다 노조 file 센터 2014.07.01 1810
53 몽당분필 file 센터 2015.06.03 1773
52 어느 출근길 file 센터 2014.12.17 1717
51 노래 이야기 file 센터 2019.02.25 1710
50 오! 재미 file 센터 2014.08.19 1675
49 일상다반사 file 센터 2015.03.03 1615
48 현장으로 가는 길 file 센터 2015.04.13 1560
47 오버홀 file 센터 2019.04.29 1534
46 철망 앞에서 file 센터 2017.04.26 1519
45 답정너 file 센터 2015.12.02 1501
44 파란 나라, 파란 천막 file 센터 2018.07.02 1488
43 당신은 정년 모르시나요 file 센터 2015.09.30 1472
42 마지노선 file 센터 2015.07.23 1452
41 개 풀 뜯어먹는 소리 file 센터 2016.06.27 1392
40 폐허 file 센터 2016.08.24 1372
39 어느새 훌쩍 file 센터 2018.11.01 1361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Next ›
/ 3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