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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저녁 연장 가방 달그락거리며 집에 들어온 아빠 몸에선 시멘트 냄새가 났다. 발 구린내가 섞였다. 종종 술 냄새, 홍어 냄새가 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얼굴 벌건 아빠가 까칠한 턱으로 내 얼굴을 부볐다. 땀 냄새가 시큼했다. 싫다고 버둥거렸다. 그게 다 밥 냄새였다. 저기 조경관리 노동자들이 초여름 땡볕 아래 연신 허리 굽힌다. 거름 포대 둘러매고 청와대 앞 너른 화단을 훑는다.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동작으로 거름을 흩뿌린다. 구린내가 진동한다. 지극한 관심 덕에 잔디는, 또 거기 색색의 꽃과 온갖 풀이 쑥쑥 자란다. 뒤편 가족상이 변함없이 화목하다. 폐지 더미에 깔려 퇴근하지 못한 아빠의 죽음을 알리느라 상복 입은 딸이 양손 가지런히 모은 채 기자들 앞에 선다. 초점 흐릿한 눈으로 먼 데를 살피다 종종 고개를 숙인다. 험한 말을 참느라 꺽꺽 말이 끊긴다. 옆자리 함께 선 유가족이 등을 쓰다듬는다. 현장을 목격한 동료는 마이크를 잡았지만 끝내 말 한마디를 못 하고 만다. 지극한 관심사에 들지 못해 오늘도 사람들은 일하다 죽는다. 깔리고, 끼이고, 질식하고 떨어져 그렇다. 그 저녁 뜨뜻한 밥 한 공기를 목구멍으로 넘기지 못하고 제삿밥을 받는다. 향냄새만 짙다.
정기훈 매일노동뉴스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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