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액자에 김용균 아닌 누가 들었대도 이상할 것 없는 세상의 광장에서 운이 좋아 죽지 않은 그의 동료가 유행 지난 롱패딩을 입고 서성인다. 비질하고 꺼진 촛불에 불 놓아 살린다. 꺼지지 않는 향에서 연기 오르는 동안 회색빛 재가 툭툭 아래로 아래로 떨어져 쌓여 간다. 어느새 수북했다. 철을 모르고 싱싱한 국화가 또한 그 앞에 쌓였다. 뒷벽에 빼곡하게 붙은 온갖 추모의 글은 사진을 인쇄해 붙인 것이니 진짜가 아니었다. 수년 전 구의역 스크린도어에 붙은 접착식 메모지는 지금 다른 이의 영정 뒤에 병풍처럼 붙어 묵은 추모를 새롭게 이어 간다. “당신의 죽음은 사회구조적인 죽음입니다.”라는 말이 다만 진짜였다. 달라진 것 없는 죽음 뒤에 붙은 추모 문구가 달라질 리 없었다. 촛불이 바람에 위태롭게 흔들렸다. 외투 주머니에 손 넣은 채 잔뜩 움츠린 사람들이 그 앞 횡단보도를 끝없이 오갔다. 거기 누가 들어도 어색할 것 없는 영정 액자에 빛 들어 수은주 새겨 넣은 등대 조형물이 비친다. 김용균을 처음 발견한 동료가 이불 같은 점퍼에 손 넣은 채 죽음 옆자리에 머문다.
정기훈 매일노동뉴스 사진기자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58 | 발전 없다 | 센터 | 2020.08.24 | 96080 |
57 | 오른다 | 센터 | 2018.12.26 | 84403 |
56 | 주마등처럼 | 센터 | 2014.10.21 | 2647 |
55 | 꿰어야 보배 | 센터 | 2014.07.08 | 2037 |
54 | 돈보다 사람, 꽃보다 노조 | 센터 | 2014.07.01 | 1810 |
53 | 몽당분필 | 센터 | 2015.06.03 | 1773 |
52 | 어느 출근길 | 센터 | 2014.12.17 | 1717 |
51 | 노래 이야기 | 센터 | 2019.02.25 | 1710 |
50 | 오! 재미 | 센터 | 2014.08.19 | 1675 |
49 | 일상다반사 | 센터 | 2015.03.03 | 1615 |
48 | 현장으로 가는 길 | 센터 | 2015.04.13 | 1560 |
47 | 오버홀 | 센터 | 2019.04.29 | 1534 |
46 | 철망 앞에서 | 센터 | 2017.04.26 | 1519 |
45 | 답정너 | 센터 | 2015.12.02 | 1501 |
44 | 파란 나라, 파란 천막 | 센터 | 2018.07.02 | 1488 |
43 | 당신은 정년 모르시나요 | 센터 | 2015.09.30 | 1472 |
42 | 마지노선 | 센터 | 2015.07.23 | 1452 |
41 | 개 풀 뜯어먹는 소리 | 센터 | 2016.06.27 | 1392 |
40 | 폐허 | 센터 | 2016.08.24 | 1372 |
39 | 어느새 훌쩍 | 센터 | 2018.11.01 | 1361 |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