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액자에 김용균 아닌 누가 들었대도 이상할 것 없는 세상의 광장에서 운이 좋아 죽지 않은 그의 동료가 유행 지난 롱패딩을 입고 서성인다. 비질하고 꺼진 촛불에 불 놓아 살린다. 꺼지지 않는 향에서 연기 오르는 동안 회색빛 재가 툭툭 아래로 아래로 떨어져 쌓여 간다. 어느새 수북했다. 철을 모르고 싱싱한 국화가 또한 그 앞에 쌓였다. 뒷벽에 빼곡하게 붙은 온갖 추모의 글은 사진을 인쇄해 붙인 것이니 진짜가 아니었다. 수년 전 구의역 스크린도어에 붙은 접착식 메모지는 지금 다른 이의 영정 뒤에 병풍처럼 붙어 묵은 추모를 새롭게 이어 간다. “당신의 죽음은 사회구조적인 죽음입니다.”라는 말이 다만 진짜였다. 달라진 것 없는 죽음 뒤에 붙은 추모 문구가 달라질 리 없었다. 촛불이 바람에 위태롭게 흔들렸다. 외투 주머니에 손 넣은 채 잔뜩 움츠린 사람들이 그 앞 횡단보도를 끝없이 오갔다. 거기 누가 들어도 어색할 것 없는 영정 액자에 빛 들어 수은주 새겨 넣은 등대 조형물이 비친다. 김용균을 처음 발견한 동료가 이불 같은 점퍼에 손 넣은 채 죽음 옆자리에 머문다.
정기훈 매일노동뉴스 사진기자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8 | 골든타임 | 센터 | 2017.07.03 | 1177 |
37 | 데칼코마니 | 센터 | 2017.08.28 | 1245 |
36 | 우산 | 센터 | 2017.10.30 | 1266 |
35 | 슈퍼맨은 아직 | 센터 | 2018.01.02 | 1239 |
34 | 핫팩처럼 | 센터 | 2018.02.28 | 1203 |
33 | 오랜 구호가 | 센터 | 2018.04.26 | 1256 |
32 | 파란 나라, 파란 천막 | 센터 | 2018.07.02 | 1488 |
31 | 그들이 꿈꾸었던 | 센터 | 2018.08.28 | 1214 |
30 | 어느새 훌쩍 | 센터 | 2018.11.01 | 1361 |
29 | 오른다 | 센터 | 2018.12.26 | 84388 |
28 | 노래 이야기 | 센터 | 2019.02.25 | 1710 |
27 | 오버홀 | 센터 | 2019.04.29 | 1533 |
26 | 맨 앞에 오토바이 | 센터 | 2019.06.25 | 1110 |
25 | 맨 앞자리에서 | 센터 | 2019.08.29 | 1031 |
24 | 사라져야 할 것들 | 센터 | 2019.10.30 | 821 |
» | 겨울, 거울 | 센터 | 2020.01.02 | 775 |
22 | 옛날이야기 | 센터 | 2020.02.27 | 866 |
21 | 언제나 분수처럼 | 센터 | 2020.04.27 | 652 |
20 | 발전 없다 | 센터 | 2020.08.24 | 96079 |
19 | 인지부조화 | 센터 | 2020.10.22 | 311 |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