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야 할 것들

by 센터 posted Oct 30, 2019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Files

연기처럼.jpg


한때 크고 무거운 카메라와 렌즈는 기자증을 대신하곤 했다. 공연장이나 공사 현장에서 형광 스태프 조끼가 그러했듯 말이다. 좋은 촬영 조건을 찾아 무대에 거리낌 없이 오른 건 대개 큰 카메라였다. 스마트폰은 눈치를 살펴 주저했다. 오랜 관습이었으나 곧 뒤집어질 구습이기도 했다. 누구나가 찍는다. 저마다의 언로를 가진 사람들은 이제 대형 집회 무대에 거리낌 없이 올라 스마트폰과 태블릿 피시와 소형 캠코더로 찍는다. 생중계한다. 시청자와 독자를 지닌 미디어는 적어도 그 자리에서 눈치 보지 않고 과감했다. 주최 측은 1인 미디어를 차별하지 않았다. 기자만이 찍고 알린다는 건 낡은 질서에 들었다. 사법적폐 청산을 외치던 촛불집회엔 구호가 다양했는데, 그중 언론 개혁 팻말이 적지 않았다. 기레기 표현이 잦았다. 엘이디 촛불을 든 사람들이 크고 무거운 카메라 든 기자들에게 똑바로 하라고 질책했다. 드론이 날아 담은 촛불 파도 영상이 무대 위 유튜브 생중계 화면에 흘렀다. 천박한 구시대 유물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한다고 최후통첩에 적었다. 무대에 연기가 피어올랐다. 곧 사라졌다.


정기훈 매일노동뉴스 사진기자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6 겨울, 거울 file 센터 2020.01.02 774
» 사라져야 할 것들 file 센터 2019.10.30 820
34 맨 앞자리에서 file 센터 2019.08.29 1029
33 맨 앞에 오토바이 file 센터 2019.06.25 1109
32 오버홀 file 센터 2019.04.29 1530
31 노래 이야기 file 센터 2019.02.25 1709
30 오른다 file 센터 2018.12.26 84358
29 어느새 훌쩍 file 센터 2018.11.01 1360
28 그들이 꿈꾸었던 file 센터 2018.08.28 1211
27 파란 나라, 파란 천막 file 센터 2018.07.02 1481
26 오랜 구호가 file 센터 2018.04.26 1254
25 핫팩처럼 file 센터 2018.02.28 1201
24 슈퍼맨은 아직 file 센터 2018.01.02 1239
23 우산 file 센터 2017.10.30 1264
22 데칼코마니 file 센터 2017.08.28 1244
21 골든타임 file 센터 2017.07.03 1176
20 철망 앞에서 file 센터 2017.04.26 1515
19 분리수거 file 센터 2017.02.27 1298
18 광장에서 사람들은 file 센터 2016.12.27 1159
17 줄초상 file 센터 2016.10.31 1295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Next ›
/ 3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