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다

by 센터 posted Dec 26, 201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Files

우주비행선.jpg


겨울, 눈이 내리고 사람은 오른다. 바람 잘날 없어 현수막이 운다. 아랫자리 지켜 선 사람들은 목 꺾어 바라보다 몰래 운다. 목재 화물운반대 땔감 삼아 피운 불에 언 몸을 녹인다. 아지랑이 타고 재가 오른다. 줄 따라 보조 배터리가 오르고 빈 것이 내려온다. 두 번째 겨울, 기온은 낮고 사람은 저만치 높다. 연기 오르지 않는 굴뚝을 향해 땅바닥을 기어간 사람들 몸에서 김이 모락모락 오른다. 내려 오질 않는 사람의 형체를 살피던 눈이 붉다. 곡기 끊어 호소했다. 기간의 정함이 없었다. 또 어디 굴뚝 높은 일터에서 맞은 첫 번째 겨울, 스물넷 청년이 늦은 밤 홀로 일하다 하늘로 올랐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팻말 든 사진 한 장을 남겼다. 남은 사람은 더 이상 죽이지만 말아달라면서 울었다. 향 피워 연기 올랐다. 재 떨어져 향로에 쌓여간다. 고개 떨군 사람들이 촛불을 들어 올린다. 


정기훈 매일노동뉴스 사진기자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8 골든타임 file 센터 2017.07.03 1177
37 데칼코마니 file 센터 2017.08.28 1245
36 우산 file 센터 2017.10.30 1266
35 슈퍼맨은 아직 file 센터 2018.01.02 1239
34 핫팩처럼 file 센터 2018.02.28 1203
33 오랜 구호가 file 센터 2018.04.26 1256
32 파란 나라, 파란 천막 file 센터 2018.07.02 1488
31 그들이 꿈꾸었던 file 센터 2018.08.28 1214
30 어느새 훌쩍 file 센터 2018.11.01 1361
» 오른다 file 센터 2018.12.26 84404
28 노래 이야기 file 센터 2019.02.25 1710
27 오버홀 file 센터 2019.04.29 1534
26 맨 앞에 오토바이 file 센터 2019.06.25 1110
25 맨 앞자리에서 file 센터 2019.08.29 1031
24 사라져야 할 것들 file 센터 2019.10.30 821
23 겨울, 거울 file 센터 2020.01.02 776
22 옛날이야기 file 센터 2020.02.27 867
21 언제나 분수처럼 file 센터 2020.04.27 652
20 발전 없다 file 센터 2020.08.24 96080
19 인지부조화 file 센터 2020.10.22 311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Next ›
/ 3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