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에서 살지만, 또 길거리에 떠돈 지 오래라지만 저기 해고자도 한 표 쥔 게 있어 투표했다. 온 나라가 파란색으로 물들었다. 환호성이 터졌다. 약속 읊느라 입이 부르튼 정치인들이 새로운 시작 앞에 포부를 밝혔다. 그게 참 불안하다고, 마음이 편치 않다고 천막 사는 해고자는 말했다. 우리 같은 사람 신경이나 쓸까, 걱정했다. 22일째니 파란색 농성 천막은 낡지 않았다. 그 안에 걸린 승무원 유니폼이 꾸깃꾸깃 낡았다. 유행 지난 상의 단추에 철도청 시절의 마크가 달렸다. 싸움은 어느덧 4천일을 훌쩍 넘겼다. 그간 몇 번의 선거를 치렀는지, 또 어떤 농성과 행진과 몸싸움을 벌였는지가 모두 기억에 흐릿했다. 정치인의 묵은 약속이 다만 천막 주변 온 데 걸린 현수막에 선명했다. 포대기에 아이 품은 동료가 큰아이 하원 시키러 떠났고, 남은 해고자들이 또 한 번의 행진을 준비했다. 이리저리 수소문해 찾은 승무원 유니폼을 차려입고 나설 예정이다. 여름, 겨울 것 가리지 않고 모아 10벌 정도다. 청와대를 향한다. 좀 더 가까이 갈 수 없는지를 두고 정미정 씨는 전화기 들고 고민이 깊다. 아직은 잘 맞는다고, 천막에 걸린 유니폼을 보며 김승하 씨가 말했다. 파란 천막을 보았다. 꿈과 희망이 여전히 그 안에 가득하다.
정기훈 매일노동뉴스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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