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은 정해져 있고 넌 대답만 하면 돼’라는 뜻의 신조어다. 진짜 생각 따위가 궁금한 게 아니다. 맞장구가 필요할 뿐이다. 격한 공감, 토 달지 않는 적극적인 자세를 주문한다. 대개는 일방적이다. 그 옛날 왕과 독재자의 질문이 그러했을 터. 신조어는 종종 역사를 거슬러 올라 그 의미를 찾는다. 힘없는 이는 대답을 할 뿐, 질문은 불온한 것이었다. 때때로 그건 목숨을 걸어야 할 문제였다. 저기 머리숱 적은 남자는 여의도 아스팔트에 비닐 집 짓고, 밥을 오래 굶었다. 언제까지냐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으니 무기한이다. 답을 들을 때까지라고만 했다. 질문의 대가는 그 옛날처럼 가혹했다. 해고가 부당했다고 대법원이 판단했지만 돌아갈 공장이 없었다. 꾸준한 흑자로 우량기업이라던 회사는 미래의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를 들었다. 재차 해고로 답했다. 길에 떠돈 지가 어느새 9년째다. 집권여당의 대표는 이게 다 노동자와 노조 탓이라고 말했다. 원하는 답이 따로 있었다. 노동개혁, 그건 더 쉬운 해고와 평생 비정규직, 노조 무력화를 뜻하는 신조어라고 길에 선 사람들이 말했다. 머리 희끗희끗한 해고자가 밥 굶어 가며 되묻고 있다. 답이 없어 하루 또 말라 간다. 오래된 미래다. 답은 정해졌다.
글, 사진 | 정기훈 매일노동뉴스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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