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은 정해져 있고 넌 대답만 하면 돼’라는 뜻의 신조어다. 진짜 생각 따위가 궁금한 게 아니다. 맞장구가 필요할 뿐이다. 격한 공감, 토 달지 않는 적극적인 자세를 주문한다. 대개는 일방적이다. 그 옛날 왕과 독재자의 질문이 그러했을 터. 신조어는 종종 역사를 거슬러 올라 그 의미를 찾는다. 힘없는 이는 대답을 할 뿐, 질문은 불온한 것이었다. 때때로 그건 목숨을 걸어야 할 문제였다. 저기 머리숱 적은 남자는 여의도 아스팔트에 비닐 집 짓고, 밥을 오래 굶었다. 언제까지냐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으니 무기한이다. 답을 들을 때까지라고만 했다. 질문의 대가는 그 옛날처럼 가혹했다. 해고가 부당했다고 대법원이 판단했지만 돌아갈 공장이 없었다. 꾸준한 흑자로 우량기업이라던 회사는 미래의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를 들었다. 재차 해고로 답했다. 길에 떠돈 지가 어느새 9년째다. 집권여당의 대표는 이게 다 노동자와 노조 탓이라고 말했다. 원하는 답이 따로 있었다. 노동개혁, 그건 더 쉬운 해고와 평생 비정규직, 노조 무력화를 뜻하는 신조어라고 길에 선 사람들이 말했다. 머리 희끗희끗한 해고자가 밥 굶어 가며 되묻고 있다. 답이 없어 하루 또 말라 간다. 오래된 미래다. 답은 정해졌다.
글, 사진 | 정기훈 매일노동뉴스 사진기자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58 | 가면 | 센터 | 2022.10.31 | 26 |
57 | 개 풀 뜯어먹는 소리 | 센터 | 2016.06.27 | 1392 |
56 | 겨울 | 센터 | 2022.12.22 | 45 |
55 | 겨울, 거울 | 센터 | 2020.01.02 | 776 |
54 | 골든타임 | 센터 | 2017.07.03 | 1177 |
53 | 광장에서 사람들은 | 센터 | 2016.12.27 | 1164 |
52 | 그들이 꿈꾸었던 | 센터 | 2018.08.28 | 1214 |
51 | 꼿꼿하게 | 센터 | 2021.04.26 | 115 |
50 | 꿰어야 보배 | 센터 | 2014.07.08 | 2037 |
49 | 노래 이야기 | 센터 | 2019.02.25 | 1710 |
» | 답정너 | 센터 | 2015.12.02 | 1501 |
47 | 당신은 정년 모르시나요 | 센터 | 2015.09.30 | 1472 |
46 | 데칼코마니 | 센터 | 2017.08.28 | 1245 |
45 | 돈보다 사람, 꽃보다 노조 | 센터 | 2014.07.01 | 1810 |
44 | 마지노선 | 센터 | 2015.07.23 | 1452 |
43 | 맨 앞에 오토바이 | 센터 | 2019.06.25 | 1110 |
42 | 맨 앞자리에서 | 센터 | 2019.08.29 | 1031 |
41 | 몽당분필 | 센터 | 2015.06.03 | 1773 |
40 | 무사고 사이 | 센터 | 2023.09.13 | 59 |
39 | 발전 없다 | 센터 | 2020.08.24 | 96080 |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