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진 전광판에 현수막이 붙었다. 그건 바람에 휘날려 자주 꼬이고 뒤집혔는데, 구멍 내고 추를 달아 겨우 잡아 뒀다. 그 윗자리 올라 버티던 사람 둘은 현수막 펴는 데에 많은 공을 들였다. 난파선 조각에 매달려 표류하다가 닿은 어느 섬 해변 모래 위에 새긴 조난신호처럼, 현수막에 새긴 요구는 자꾸만 찌그러졌고, 흐릿해졌다. 섬사람들은 날짜 꼬박 세어 가며 하루 또 바람과 햇볕과 무관심과 싸운다. 그 옆 불 켜진 전광판에선 단결투쟁 나선 노동자들이 선을 지켜 행복했다. 경찰과 더불어 환하게 웃고 춤췄다. 선을 지키면 모두가 행복해진다고 서울경찰청은 광고했다. 뒤따라 어느 보험사의 신상품 광고와 메르스 예방수칙이 화면에 부지런히 돌아갔다. 지키면 안전해진다고 전광판은 또한 말했다. 거제 대우조선해양 크레인 위에서, 부산시청 앞 전광판에서 사람들이 이제는 별일도 아닌 듯 하루 또 섬을 지킨다. 마지노선이라고, 살려야 한다고, 그 아랫자리에서 고개 꺾은 사람들이 말했다.
글과 사진 | 정기훈 매일노동뉴스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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