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훈 / 매일노동뉴스 사진기자
현장으로 가는 길은 가파르고 멀다고, 그 앞 움막 사는 남자가 말했다. 신작로가 반듯했지만 실은 거기 깊은 산골이었다. 겨울이면 가슴팍까지 눈이 쌓이고 삵과 노루가 먹이 찾아 내려와 붐비는 자리란다. 재 너머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남자는 늙어 낯익은 골짜기에 움막을 지었고 빨간 머리띠를 둘렀다. 보이지도 않는 현장을 바닥 그림 보태 가며 상세히 설명했다. 석회석 광산은 그의 오랜 일터였다. 바닥에 빨간색 페인트가 채 마르지 않았고, 발자국 하나 없이 선명했으니 글씨는 오늘 새로운 것이었다. 크고 작은 싸움이 그 자리에서 잦았다고 남자는 전했다. 작은 열쇠와 쇠사슬은 끊으려면 끊을 만한 것이었지만 회사의 것이었다. 그 위로 감시카메라가 분주히 돌았다. 저 아래서 빨간색 진달래를 봤느냐고 남자가 물었다. 오르는 길에 붉은 것이라곤 곳곳에 깃발이며 현수막뿐이었다고 답했다. 거기 위장도급 철폐 구호가 봄볕에 반짝였다. 오랜 법 다툼을 예고했다. 현장으로 돌아가는 길이 하나같이 가파르고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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