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훈 / 매일노동뉴스 사진기자
현장으로 가는 길은 가파르고 멀다고, 그 앞 움막 사는 남자가 말했다. 신작로가 반듯했지만 실은 거기 깊은 산골이었다. 겨울이면 가슴팍까지 눈이 쌓이고 삵과 노루가 먹이 찾아 내려와 붐비는 자리란다. 재 너머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남자는 늙어 낯익은 골짜기에 움막을 지었고 빨간 머리띠를 둘렀다. 보이지도 않는 현장을 바닥 그림 보태 가며 상세히 설명했다. 석회석 광산은 그의 오랜 일터였다. 바닥에 빨간색 페인트가 채 마르지 않았고, 발자국 하나 없이 선명했으니 글씨는 오늘 새로운 것이었다. 크고 작은 싸움이 그 자리에서 잦았다고 남자는 전했다. 작은 열쇠와 쇠사슬은 끊으려면 끊을 만한 것이었지만 회사의 것이었다. 그 위로 감시카메라가 분주히 돌았다. 저 아래서 빨간색 진달래를 봤느냐고 남자가 물었다. 오르는 길에 붉은 것이라곤 곳곳에 깃발이며 현수막뿐이었다고 답했다. 거기 위장도급 철폐 구호가 봄볕에 반짝였다. 오랜 법 다툼을 예고했다. 현장으로 돌아가는 길이 하나같이 가파르고 멀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58 | 설 자리 | 센터 | 2024.01.09 | 22 |
57 | 가면 | 센터 | 2022.10.31 | 26 |
56 | 봄 마중 | 센터 | 2023.02.27 | 30 |
55 | 엄마 눈물이 툭 | 센터 | 2023.11.03 | 31 |
54 | 우리 만남은 | 센터 | 2023.04.27 | 38 |
53 | 이면, 혼신의 힘 | 센터 | 2022.04.25 | 39 |
52 | 비보호 | 센터 | 2022.06.27 | 39 |
51 | 겨울 | 센터 | 2022.12.22 | 45 |
50 | 연인은 웃는다 | 센터 | 2022.08.29 | 47 |
49 | 허수아비 | 센터 | 2022.02.24 | 49 |
48 | 붉은 ‘농성’ | 센터 | 2021.08.25 | 54 |
47 | 추락하는 것은 | 센터 | 2023.06.27 | 57 |
46 | 무사고 사이 | 센터 | 2023.09.13 | 59 |
45 | 훈장처럼 | 센터 | 2021.10.27 | 65 |
44 | 손잡아 주는 일, 기대어 서는 일 | 센터 | 2021.12.23 | 76 |
43 | 꼿꼿하게 | 센터 | 2021.04.26 | 115 |
42 | 유실물 | 센터 | 2021.02.24 | 123 |
41 | 밥 냄새 | 센터 | 2021.06.23 | 132 |
40 | 인지부조화 | 센터 | 2020.10.22 | 311 |
39 | 언제나 분수처럼 | 센터 | 2020.04.27 | 652 |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