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by 센터 posted Mar 03, 201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Files

축소엘지오체투지.jpg

정기훈/매일노동뉴스 사진기자


노조를 만들었고, 파업에 나섰다. 겨울, 해는 짧았고 그림자가 길었다. 여의도 쌍둥이빌딩 짙은 그림자가 종일 그 앞 농성장을 덮었다. 거기 강바람이 내내 드셌다. 누군가는 권한이 없었고, 또 누군 책임이 없었으니 교섭은 지지부진했다. 언젠가 회장님 집 앞을 찾아 여럿이 머릴 깎았고 남산을 올라 외쳤다. 또 같은 처지 동료 농성장을 부지런히 다니느라 이들은 바빴다. 쉬는 틈이면 담뱃불을 나눴다. 우린 어디에 올라가야 할지를 농담 삼았다. 생활 자금 대출 요령도 나눴다. 그리고 또 하루, 행진했다. 두 팔과 두 다리 쭉 뻗고 길에 엎드렸다. 꾸물꾸물 기었다. 행렬이 길었다. 행진은 느렸다. 갈 곳이 눈앞에 금방인데, 가려니까 멀었다. 며칠 포근하더니, 어찌 알고 한파가 닥쳤다. 누구한테 절하는 거냐고, 지나던 할머니가 혼잣말을 했다. 전화기 들어 사진 찍었다. 마음 급한 운전자가 빵빵거렸다. 무전기 든 경찰이 뒤따라 바빴다. 늘어선 경찰버스 공회전 소리가 멎질 않았다. 거기 빨간색 단결투쟁 머리띠 묶은 노동자가 그저 말없이 길에 엎드려 절절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8 설 자리 file 센터 2024.01.09 22
57 가면 file 센터 2022.10.31 26
56 봄 마중 file 센터 2023.02.27 30
55 엄마 눈물이 툭 file 센터 2023.11.03 31
54 우리 만남은 file 센터 2023.04.27 38
53 이면, 혼신의 힘 file 센터 2022.04.25 39
52 비보호 file 센터 2022.06.27 39
51 겨울 file 센터 2022.12.22 45
50 연인은 웃는다 file 센터 2022.08.29 47
49 허수아비 file 센터 2022.02.24 49
48 붉은 ‘농성’ file 센터 2021.08.25 54
47 추락하는 것은 file 센터 2023.06.27 57
46 무사고 사이 file 센터 2023.09.13 59
45 훈장처럼 file 센터 2021.10.27 65
44 손잡아 주는 일, 기대어 서는 일 file 센터 2021.12.23 76
43 꼿꼿하게 file 센터 2021.04.26 115
42 유실물 file 센터 2021.02.24 123
41 밥 냄새 file 센터 2021.06.23 132
40 인지부조화 file 센터 2020.10.22 311
39 언제나 분수처럼 file 센터 2020.04.27 652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Next ›
/ 3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