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훈/매일노동뉴스 사진기자
노조를 만들었고, 파업에 나섰다. 겨울, 해는 짧았고 그림자가 길었다. 여의도 쌍둥이빌딩 짙은 그림자가 종일 그 앞 농성장을 덮었다. 거기 강바람이 내내 드셌다. 누군가는 권한이 없었고, 또 누군 책임이 없었으니 교섭은 지지부진했다. 언젠가 회장님 집 앞을 찾아 여럿이 머릴 깎았고 남산을 올라 외쳤다. 또 같은 처지 동료 농성장을 부지런히 다니느라 이들은 바빴다. 쉬는 틈이면 담뱃불을 나눴다. 우린 어디에 올라가야 할지를 농담 삼았다. 생활 자금 대출 요령도 나눴다. 그리고 또 하루, 행진했다. 두 팔과 두 다리 쭉 뻗고 길에 엎드렸다. 꾸물꾸물 기었다. 행렬이 길었다. 행진은 느렸다. 갈 곳이 눈앞에 금방인데, 가려니까 멀었다. 며칠 포근하더니, 어찌 알고 한파가 닥쳤다. 누구한테 절하는 거냐고, 지나던 할머니가 혼잣말을 했다. 전화기 들어 사진 찍었다. 마음 급한 운전자가 빵빵거렸다. 무전기 든 경찰이 뒤따라 바빴다. 늘어선 경찰버스 공회전 소리가 멎질 않았다. 거기 빨간색 단결투쟁 머리띠 묶은 노동자가 그저 말없이 길에 엎드려 절절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58 | 설 자리 | 센터 | 2024.01.09 | 22 |
57 | 가면 | 센터 | 2022.10.31 | 26 |
56 | 봄 마중 | 센터 | 2023.02.27 | 30 |
55 | 엄마 눈물이 툭 | 센터 | 2023.11.03 | 31 |
54 | 우리 만남은 | 센터 | 2023.04.27 | 38 |
53 | 이면, 혼신의 힘 | 센터 | 2022.04.25 | 39 |
52 | 비보호 | 센터 | 2022.06.27 | 39 |
51 | 겨울 | 센터 | 2022.12.22 | 45 |
50 | 연인은 웃는다 | 센터 | 2022.08.29 | 47 |
49 | 허수아비 | 센터 | 2022.02.24 | 49 |
48 | 붉은 ‘농성’ | 센터 | 2021.08.25 | 54 |
47 | 추락하는 것은 | 센터 | 2023.06.27 | 57 |
46 | 무사고 사이 | 센터 | 2023.09.13 | 59 |
45 | 훈장처럼 | 센터 | 2021.10.27 | 65 |
44 | 손잡아 주는 일, 기대어 서는 일 | 센터 | 2021.12.23 | 76 |
43 | 꼿꼿하게 | 센터 | 2021.04.26 | 115 |
42 | 유실물 | 센터 | 2021.02.24 | 123 |
41 | 밥 냄새 | 센터 | 2021.06.23 | 132 |
40 | 인지부조화 | 센터 | 2020.10.22 | 311 |
39 | 언제나 분수처럼 | 센터 | 2020.04.27 | 652 |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