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마등처럼

by 센터 posted Oct 21,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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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 큰 사내는 동료 품에 들어 한참을 울었다. 꺽꺽 소리 불규칙했고 어깨 따라 들썩거렸다. 품을 내어 준 동료는 내내 웃었지만, 눈시울이 차츰 붉었다. 눈두덩이 그새 부었다.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법원 정문 앞을 맴돌았다. 입 꽉 다물고 먼 곳을 살폈다. 버릇처럼 스마트폰 들어 대화창을 보고 또 훑었다. 등을 툭 치며 인사 건네는 동료 손짓에 참았던 울음이 툭 터졌다. 언론사 카메라 플래시가 여기저기서 분주히 터졌다. 법원은 이날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 지위를 인정했다. 4년여 만의 일이다. 1심 선고였다. 회사는 항소를 예고했다. 검찰은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싸운 이들에 무더기 실형을 구형했다. 지난 일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주마등처럼 돌고 돈다.


주마등처럼.jpg




글·사진 |정기훈 매일노동뉴스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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