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의 어려움

by 센터 posted Dec 2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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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명  시골에서 이것저것 하는 사람

 

 

많은 사람이 산 좋고 공기 좋은 시골에 살면서 아무 걱정 없이 행복하고 건강한 생활을 꿈꾸며 귀농 귀촌을 한다(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런 기대와 달리 시골살이의 어려움은 너무나 많다. 내 주변 사례만 보더라도 이웃과의 경계 문제, 귀촌인에 대한 원주민들의 텃세, 자녀들 교육 문제, 농산물 가격 불안정과 하락, 마땅한 직업을 갖기 어려운 문제, 경제적 어려움 등 다양하다.

 

나는 올해로 3년째 농사를 지었다. 첫해는 의욕 넘치게 마구 달려들었다가 벌려만 놓고 제대로 거두지를 못했고, 지난해는 70년 만의 수해에 완전 초토화되었다. 올해는 내가 먹을 것들을 다양하게 심고 가꾸고 수확했다. 나는 농사를 아르바이트로 생각하고 있었다. 공공기관에서 기간제로 10개월쯤 일하고 두어 달 쉬다가 또 출근하면서 주말에 농사를 짓는 것이 목표였고, 그렇게 살고 있다. 그런데 아르바이트를 한다면 돈을 받으면서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내가 일 년 동안 농사 아르바이트를 했다면 대략 100일 정도의 시간을 투여하는데 실제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100만 원도 안 된다. 최저임금으로 어림잡아도 700만 원을 받아야 하는데 말이다. 그래서 난 농사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농사가 취미라는 생각으로 바꾸었다. 그런데 이 농사 취미가 단지 경제적인 손실만 발생하는 것이라면 그런대로 즐겁게 웃어넘길 수 있다. 내겐 이런 경제적 어려움이나 이웃 문제, 교육 문제, 직업 문제보다 더 엄청난 고통을 가져다주는 어려움이 있다. 비단 나뿐만 아니라 아내까지도 고통스러워한다.

 

바로 피부 질환이다. 지난해 여름 작은 벌레에게 물렸는데 빨갛게 부어오르더니 낫지를 않고 구멍이 생기더니 염증을 일으키는 상처가 되었다. 요즘처럼 날이 추워지면 피부가 건조해지고, 건조해지는 만큼 가렵고, 온통 각질이 일어나고 갈라지고 진물이 나서 견디기 힘들게 된다. 나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면 많은 사람이 빨리 병원에 가보라고 얘기한다. 우리도 처음에는 동네 의원에 가서 약을 사서 바르고 먹으면 쉽게 나을 줄 알았다. 그러나 증상은 점점 심해지고 온몸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이거 너무 심각한데.’라고 생각하며 도시의 유명한 피부과를 다녀왔다. 그러나 몇 달을 다녀도 낫지 않아 다시 대학병원에 다녔다. 여기에서도 증상이 사그라지지 않았다. 거의 절망적인 상황까지 갔다. 그래서 온갖 서적을 뒤져보고 인터넷 정보를 검색하고 유튜브를 통해 치료 이야기나 유명한 한의원도 검색했다. 그리고 유명 한의원으로 결론을 내렸다. 우리 둘이 모두 한의원을 다닌다면 한 달에 200만 원이나 들기에 우선 한 사람만 다녀보기로 했다. 아내가 치료를 받고 정말 잘 낫는다면 그때 나도 다녀보기로 했다.

 

아내는 지난해 10월부터 술, 고기, 커피를 일절 끊고 치료에 전념했다. 치료 두세 달이 되었을 무렵에는 진물이 멎고 피부에 새살이 돋아나는 것처럼 보였다. 나름대로 희망이 보였다. 그런데 6개월이 지나도 더 이상의 호전은 없었다. 아내가 한의원 치료를 받는 동안 나는 반대 행보를 했다. 술과 고기, 커피도 마시고 즐기면서 도시에서의 생활 방식으로 마라톤도 재개했다. 도시에서는 괜찮았는데 시골에 와서 이렇게 되었으니 도시처럼 생활해보려는 의도였다. 그리고 민간요법에 나와 있는 소리쟁이 나물을 뜯어 짓찧어 바르거나 국을 끓여 먹고, 그게 별 효과가 없을 때는 다시 민들레, 산야초 등을 채취해서 복용했다. 그러나 그것도 아무런 효과가 없이 무용지물이었다. 그러니까 아내의 전문 치료나 나의 돌팔이 치료나 차이가 없는 것이었다. 결국, 대학병원이든 한의원이든 돌팔이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아내는 한의원 치료를 끊어버렸다.

 

여름을 그렇게 보내고 가을이 오면서 아내 상태가 다시 악화하기 시작했다. 나 또한 이전에는 아내보다 상태가 좋았는데 가을에 산에서 정강이를 바위에 부딪치면서부터 상처가 생기고 거기에 우툴두툴한 물집이 생겨나면서 급속하게 악화했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항생제나 스테로이드 약제를 바르고 저녁에 집에 와서 씻고 또다시 약제를 바르고 약을 먹어야 했다. 몇 달이 지나도 가벼운 상처조차 낫지를 않아 짜증도 나고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동네 의원 의사 선생님은 연고를 바르거나 해서는 해결될 수 없고, 몸에서 면역력이 회복되어야만 치료가 될 것이라는 얘기만 반복했다. 나는 좀 더 센 약을 달라고 했지만, 그럴 수 없다고 했다.

 

한번은 다른 지방 도시에 갔다가 너무 상태가 악화하고 벗겨지고 가려워서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근처 피부과에 가서 약을 처방해달라고 했고, 그 처방한 약을 먹고 발랐다. 그랬더니 가려움이 가시고 피부에 딱지가 생기는 게 이전보다 상태가 좋아지는 게 아닌가. 나는 장수로 돌아왔고, 그 약을 다 먹은 뒤에 다시 처방받기 위해 처방전에 적힌 약제를 지금 사는 동네 의원에 가서 처방해 달라고 했다. 그러자 그 의사 선생님은 이렇게 센 약은 자신은 처방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니까 이 의사는 나름대로 스테로이드나 항생제, 항히스타민제 등에 대하여 “몸에 내성이 생기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는 편인데 나나 아내에겐 이미 약해빠진 처방은 아무 의미가 없는 상태였다.

 

며칠 전부터는 아예 식단을 바꾸었다. 아침은 먹지 않고, 점심은 직장에서 나오는 메뉴를 먹는다. 저녁은 집에 와서 무조건 채소만 삶아 먹는다. 내가 농사지은 감자, 양파, 고구마, 당근, 배추, 무, 호박, 콩 등을 삶아 먹는다. 그리고 비장의 카드로 새싹이 나는 감자를 잘라서 짓이겨 상처에 바르고 있다.이게 얼마나 효과 있을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런데 지금까지 발랐던 온갖연고나 로션, 스테로이드제보다는 낫더라는 사실이다. 염증이 나아지는 건 잘몰라도 밤에 가려워서 긁어대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 누가 보면 병원을 가면 될 일을 쓸데없이 별짓을 다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요즘 우리 부부는이런저런 시도를 하면서 버티고 있다.

 

그러나 이곳의 시골살이는 내게 많은 즐거움을 준다. 나는 밭에 나가 일하는게 참으로 즐겁다. 농사철에는 아침저녁으로 밭에 가서 일하고 주말에는 당연히 밭에서 산다. 요새도 아무런 수확 거리가 없지만, 주말이면 산에 가서 낙엽을 긁어다 밭이나 논에 뿌리고 밭과 산 사이에 나무를 심는다. 대나무도 심고,편백나무도 심고, 오늘은 아로니아나무를 세 그루 심었다. 맑은 공기와 푸른산, 그림 같은 호수와 즐거운 농사일 앞에 정말 이런 고통이 도사리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부디 이 겨울이 완치의 겨울이 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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