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자마자 휴대전화의 통화 기록을 확인합니다
나의 배는 언제나 차가워서
분명 뜨겁지 않은 말들을 밤새
쏟았을 것입니다
소화되지 않는 언어들을
차마 시어로는 만들지 못하고
온몸이 가시로 가득 차지 않게
온몸이 꽁꽁 얼어
스치는 바람에도 부서지지 않도록
나를 지켜야 합니다
하지만 나는
누구에게 무슨 말을 했을까요
날이 선 말로 상처를 주진 않았을까요
휘청거리는 건물의 불빛을 등지고
누군가를 그리워하지 않게
배를 쓸며 집으로 가는 계단을 오릅니다
주름진 시간이 가득한 좁은 방에
조금은 따듯해진 배를 끌어안고 누워
오늘도 통화기록을 뒤집니다
안녕,
잘 지내고 있니.
발신이 금지된 휴대전화의 통화기록은
오래전 날짜에 멈춰있습니다
김진 시인
2007년 《경남작가》 신인상으로 등단,
2019년 시집 《바다 고시원》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59 | 출근길 | 센터 | 2014.10.21 | 3147 |
58 | 엄지손가락 | 센터 | 2015.07.24 | 2268 |
57 | 우리는 다 배우다 | 센터 | 2014.08.18 | 2166 |
56 | 비정규직 노동자, 세월호여! | 센터 | 2014.07.01 | 1846 |
55 | 밀양 | 센터 | 2014.04.23 | 1837 |
54 | 부서진 사월 | 센터 | 2015.10.05 | 1773 |
53 | 그리고 나는 저녁이 될 때까지 계속 걸었다 | 센터 | 2016.03.14 | 1747 |
52 | 연대 | 센터 | 2014.03.20 | 1717 |
51 | 생활 | 센터 | 2014.12.22 | 1710 |
50 | 바닥은 쉽사리 바닥을 놓아주지 않는다 | 센터 | 2016.08.24 | 1696 |
49 | 알 수 없는 것들 | 센터 | 2015.03.03 | 1677 |
48 | 보호는 좋은 것입니까? | 센터 | 2016.06.30 | 1664 |
47 | 울타리 밖에서 바라보는 거리의 이편과 저편 | 센터 | 2016.10.31 | 1663 |
46 | 리어카의 무게 | 센터 | 2016.04.28 | 1630 |
45 | 시작 | 센터 | 2018.12.26 | 1618 |
44 | 굴뚝 | 센터 | 2018.04.26 | 1615 |
43 | 역사는 당신의 개인수첩이 아니다 | 센터 | 2015.12.07 | 1589 |
42 | 천국의 경비원 | 센터 | 2017.04.27 | 1562 |
41 | 빛의 탄생 | 센터 | 2019.04.29 | 1562 |
40 | 제주 예멘 | 센터 | 2019.02.25 | 1520 |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