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기록

by 센터 posted Oct 3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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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자마자 휴대전화의 통화 기록을 확인합니다

 

나의 배는 언제나 차가워서

분명 뜨겁지 않은 말들을 밤새

쏟았을 것입니다

 

소화되지 않는 언어들을

차마 시어로는 만들지 못하고

온몸이 가시로 가득 차지 않게

온몸이 꽁꽁 얼어

스치는 바람에도 부서지지 않도록

나를 지켜야 합니다

 

하지만 나는

누구에게 무슨 말을 했을까요

날이 선 말로 상처를 주진 않았을까요

 

휘청거리는 건물의 불빛을 등지고

누군가를 그리워하지 않게

배를 쓸며 집으로 가는 계단을 오릅니다

 

주름진 시간이 가득한 좁은 방에

조금은 따듯해진 배를 끌어안고 누워

오늘도 통화기록을 뒤집니다

 

안녕,

잘 지내고 있니.

 

발신이 금지된 휴대전화의 통화기록은

오래전 날짜에 멈춰있습니다

 

김진.jpg

김진 시인

2007년 《경남작가》 신인상으로 등단,

2019년 시집 《바다 고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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