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량리 산 중턱
빈집을 지키는 개 한 마리
목줄에 매여 있다
지난밤, 흩날렸던 참나무 이파리를
잡초 무성한 마당에 던지며
비가 지나간 것인지
머리 젖은 개가 무너진 마루 밑에 엎드려있다
툇마루 삭아 귀퉁이마다 내려앉았고
가르랑거렸던 안방
바람벽은
흙이 털린 지 오래
햇살도 비껴간 곳
사그랑이 된 바구니는 굴러다니고
기스락물이 깍짓동에 떨어지고
잔잔해진 바람을 등지고
노루잠을 자던 개가 눈을 뜬다
돌담에 앉았던 산 그림자가
매가리 없이 컹컹 짖는 개 소리에 놀라
후딱 지나간다
밥그릇에 고인 물이
바람에 쓸려가는 것이 쓸쓸해서
개는, 그렇게라도 짖어보는 것이다
박경희 시인
2001년 시안 신인상 수상, 제3회 조영관 창작기금 수혜.
시집 《벚꽃 문신》, 《그늘을 걷어내던 사람》, 동시집 《도둑괭이 앞발 권법》, 산문집 《꽃 피는 것들은 죄다 년이여》, 《쌀 씻어서 밥 짓거라 했더니》, 《차라리 돈을 달랑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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