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어카를 구원하라

by 센터 posted Dec 2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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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과 헤어져 혼자 걸었다

영등포역 근처에서

복이 많아 보인다며 한 여자가 따라붙었다

빨리 걸으니 더 이상 따라오지 않았다

얼마 못 가서

행주에 아파트 분양 전단지를 끼워서 주는 여자를 만났다

행주 때문에 받았다

신호등이 없는 건널목 앞에서는

예수님 믿고 구원받으라는 남자를 만났다

눈을 맞추기도 전에

다른 사람한테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주위를 살피며 건널목을 다 건넜을 때

뒤에서 비켜달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리어카를 끌고 오는 노인이었다

클랙슨 소리가 리어카 옆구리를 물어뜯고 있었다

복도 행주도 아파트 분양 전단지도 예수도 없었다, 리어카에는

빈 박스만 가득 실려 있었다

 

[크기변환]사본 -이장근.jpg

이장근 시인

200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시) 

2010년 제8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시인상’(동시)으로 등단했다.

동시집 《바다는 왜 바다일까?》, 《칠판 볶음밥》

청소년시집 《악어에게 물린 날》, 《나는 지금 꽃이다》, 《파울볼은 없다》, 《불불 뿔》 

시집 《꿘투》, 《당신은 마술을 보여달라고 한다》, 그림책 《아기 그리기 ㄱㄴㄷ》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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