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 장의 웃음이 찍힌
봄이 되고 여름이 되면
몇 가지 작물이 자라고
가을걷이로 햇빛에 그을려도
접었다 펴면
한번쯤 하얗게 화장발을 곧추 세울 것 같은 너른 밭
어머니가 밭에서 김을 매고 있다
주름에서 떨어지는 땀
마을을 떠난 나는 주름에서 튀어 나간 것
자식들 다 빠져나가 점점 줄어드는 어머니의 부피
갈수록 비어지는 내부가 쭈굴쭈굴 해 진다
접혀져 있는 시간들이 펴질 것 같지 않은
갈아 놓은 밭이랑 사이
주름의 긴 고랑이 여름을 지난다
연금술처럼 무엇이든 만들어 내는 어머니의 주름
주름위에서 자라는 것들
뛰어 놀던 발자국 문양 튕겨 나간 부분이 진하게 남아 있다
한번쯤 뽀얗게 화장시키면
수분을 받은 흙들이 쫙쫙 펴질 것 같은
어머니 주름진 얼굴에 화장 하고
도시의 딸집 간다
겨울에 펄럭펄럭 날리는 하얀 비닐처럼
쩍쩍 일어나는 화장기
주름진 부분만 고요하다
여름과 가을을 지난
밭이 주름에 잠겨있다
이지호 시인
2011년 제11회 창비신인 시인상 수상으로 등단했다.
시집 《말끝에 매달린 심장》, 《색색의 알약들을 모아 저울에 올려놓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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