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는 멀어지고 그 사이 맨 얼굴로 여름을 보내고 있었다
방에선 선풍기가 돌아가고 두루마리 화장지로 가끔 콧물을 닦으며 지나간 사람을 지나온 사람처
럼 불렀다
뒤돌아보는 사람은 모두 지나온 사람
애써 웃어주는 사람과 그 웃음 뒤의 막막함에 숨는 일로 잠시 웃어 보였으나
여름은 발에 걸리지 않아 부를 이름이 없고 수제비 같은 맨 얼굴은 수시로 뚝뚝 끊어졌다
간밤엔 기억에도 없는 일을 하였다가 기억에서 사라진 건 아닐까 마신 술에 속아 울면서
수용하였다
간신히 입 다문 정든 수용소와 그 너머 안부까지
한밤중에 일어나 물을 마시며 여름을 보았다는 사람도 있지만 그도 속았다는 걸 모르는 거다
빌려온 슬픔을 되돌려 보낼 수 있어 한여름은 없었다
그래서 안녕
이돈형 시인
2012년 《애지》로 작품 활동 시작. 제9회 김만중문학상 수상.
시집으로 《우리는 낄낄거리다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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