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밝고 따듯한 영화가 좋다

by 센터 posted Feb 2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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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덕 쉼표하나 회원


원더.jpg 블라인드 사이드.jpg


감정 기복이 심한 편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온탕과 냉탕을 왔다 갔다 한다.가끔씩 애꿎은 식구들한테 불같이 화를 낼 때도 있다. 한번 마음이 어둡게 가라앉으면 꽤 오래 간다. 그래서 그런가보다. 우울한 분위기가 결말까지 이어지는 그런 영화는 영 보기가 겁난다. 영화든 TV 드라마든 모두 등장인물에 감정이입이 심한 탓이다. 어차피 내가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걸 알면서도 한번 마음에 드리운 그림자는 쉽게 걷히질 않는다.그래선지 언젠가부터 되도록 밝고 따듯한영화만 보고 싶다


영화평이나 서평 원고를 부탁 받고 살짝 고민했다. 영화관에 가본 게 봉준호 감독 옥자가 가장 최근이니 무려 2년이 다 되었고, 요즘은 읽기도 시들해 마땅히 권할 만한 책도 없다. 그래도 약속은 지켜야 하니 잠시 생각에 잠겼다. ‘꼭 영화관 가서 봐야 하는 것도 아니고, 또 꼭 최근 거라야 하는 것도 아니지.’ 자연스레 작년에 스마트폰 내려 받기로 본 영화 두 편이 떠올랐다. 2017년작 원더(Wonder), 2010년작 블라인드 사이드(The Blind Side)


원더를 본 건 순전히 줄리아 로버츠(Julia Roberts) 덕분이다. 한때 괜찮은 영화다 싶으면 감독과 주연, 특히 여자 배우 이름은 닥치고 외웠다. 그 정도는 예술 작품에 대한 기본 예의라고 생각했다. 줄리아 로버츠! 1980~90년대 젊은 시절을 보낸 세대라면 이 귀여운 여인(영화 귀여운 여인Pretty Woman)을 모르는 이는 드물 거다. 그녀는 당시 내가 좋아했던 여자 배우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녀가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기대가 컸고 설렜다. 50대가 된 그녀는 어떤 모습으로 어떤 연기를 할까? 영화 포스터도 나를 끌었다. 우주인 헬멧 같은 걸 쓰고 엄마, 아빠 손을 잡고 가는 아이. 저 아이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어기, 안면기형으로 태어나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아야 했던 이 귀여운 녀석은 선뜻 집 밖을 나서기가 겁난다. 사람들의 시선이 두렵기만 하다. 그래도 나이가 되었으니 학교에는 가야 하는 법. 내키지 않는 발걸음이지만 가족들 손을 잡고 어렵게 집을 나섰다. 사실 걱정스럽기는 가족들도 마찬가지. 아이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남들과 다른 외모로 또 어떤 상처를 받지는 않을까?


모두들 이상한 듯 쳐다보는 시선에 어기는 고개를 푹 숙이고 걸어야만 했다. 같은 반 아이들의 수군거림과 놀림이 이어졌다. 그런데 집에서 온라인 게임을 하다 우연히 같이 접속한 반 아이와 친구가 되었다. 쪽지시험을 보다 슬쩍 정답을 가르쳐 주면서 부쩍 가까워진 둘. 친구가 생겼으니 학교생활에 조금씩 자신이 생긴 어기는 친구를 집으로 데려와 신나게 논다. 하지만 얄궂게도 그런 행복은 잠시. 아이들에게 최고의 축제인 할로윈 파티 날, 스타워즈 복장으로 멋지게 꾸미고 교실에 들어선 어기에게 들려오는 그 친구의 본심. “나는 싫은데 교장 선생님이 같이 놀아주라고 부탁해서 할 수 없이 노는 거야.” 즐거워야 할 축제는 산산조각 나고···.(다음 이야기는 독자들께서 확인하시길)


두 번째 소개할 영화는 블라인드 사이드. 유명한 미국 프로축구 리그(NFL) 선수의 성장 실화를 바탕으로 했단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가 미식축구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블라인드 사이드는 미식축구 용어로 시각에 들어오지 않는 사각死角 지대라는 뜻이다


큰 덩치로 빅 마이크로 불리는 빈민가 흑인 아이 마이클 오어(Michael Oher). 아버지는 집 나가 소식 끊긴지 오래, 함께 살던 엄마는 약물 중독. 이러니 아이는 이 집 저 집 옮겨 다녀야 했고 온전한 학교생활도 어려웠다. 추수감사절을 하루 앞둔 날 학교 행사에 참석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주인공 부부에게 체육관으로 다시 들어가는 빅 마이크가 눈에 들어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 날도 추운데 왜 짧은 옷을 입고 있니. 그리고 어디로 가니?” 체육관이 그나마 따듯해 거기서 자려고 한다는 말이 마음에 걸린 리 앤 부부는 아이를 집에 데려와 하룻밤을 재운다.(이 영화의 다음 이야기도 여러분께서 확인하시길


그러고 보니 두 영화는 공통점이 있다. 이른바 가족 영화, 그리고 학교가 주 무대라는 거다. 가족 영화라는 장르가 따로 있는지 모르지만 두 영화는 조금은 특별한 가족 이야기를 다룬다. 한 가족은 낯선 외모의 어린 자녀가 학교생활에 적응해가는 과정을, 다른 가족은 어려운 환경에 놓인 흑인 아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여 온전히 성장하도록 도와 완전한 가족이 된다는 이야기다


생각해보면 이 세상에 특별하지 않은 사람, 특별하지 않은 가족이 어디 있을까. 저마다 특별한 운명과 인연, 사연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특별함을 우리는 잊고 살기 쉽다. 솔직히 나 또한 그렇다. 돌아보면 가까이 있는 가족들에게 더 소홀했고 아무렇게나 대해 왔다. 한편 우리가 최근 매일매일 접하는 뉴스 속 사건·사고들은 전통적인 가족 해체를 뜻하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심각해 보인다. 그럼에도, 아니 오히려 그래서 가족의 가치가 더욱 빛나는 것은 아닐까


저마다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가족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영화 두 편, 그 밝고 따스한 느낌이 좋았다. 필자의 20대 시절 기억에 남은 두 여자 배우의 완숙미 넘치는 연기를 만나는 즐거움은 덤이었다. 마음에 오래 남을 대사와 장면으로 글을 맺는다.


영화 원더〉 

“Be kind. Kind for everyone fighting a hard battle.”

(친절하라. 힘겨운 싸움을 하는 모든 이들에게 친절하라.) 


영화 블라인더 사이드〉 

흑인 아이를 집에 들이는 걸 반대하는 여자들에게 여 주인공 리 앤이 날린통쾌한 한 마디.

“Shame on you.”

(부끄러운 줄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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