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마음의 위치를 묻다

by 센터 posted Aug 2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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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우 센터 상임활동가


책표지_물질과 의식.jpg 물질과 의식: 현대심리철학입문 / P.M. 처치랜드 / 서광사


‘우울증’이 곧 이 시대 청년들의 ‘시대정신’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때입니다. 개인의 ‘마음’에 관한 사회적 관심과 보호가 화두가 되고, 심리상담을 받는다는 것이 더 이상 정신질환자로 낙인찍는 행위가 아닙니다. 정신건강, 스트레스, 감정노동, 가스라이팅 등 건강한 삶을 저해하는 정서적이고 심리적인 장애물들을 지칭하는 용어도 더 이상 전문가들의 전유물이 아닌 시대가 되었습니다. 어느 때보다 개인의 마음을 파악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이지요. 


그리고 여기, 옛부터 이어져 오는 케케묵은 논쟁 하나가 있습니다. 누구나 고민해보았고, 누구나 어떻게든 결론을 내리고 살아가는 그런 문제입니다. “과연 영혼은 존재하는가?” “나는 단지 똥 덩어리 반죽일 뿐인가?” ‘나’라고 하는 존재의 정체성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들이 평소에는 먹고사는 일에 치여 쓸데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 앞에서, 혹은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극적인 감정 변화나 심리적 고통을 겪고 나면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러나 도저히 이전처럼 “쓸데없을 뿐이야.”라고 가볍게 치부하고 넘어갈 수 없는 문제로 다가오는 그런 질문이지요. 그리고 그 질문에 어떤 답을 내리냐에 따라 앞으로 인생의 큰 흐름이 바뀌는 것이 아닐까 모르겠습니다.


《물질과 의식: 현대심리철학입문》은 바로 그 질문에 관해 다루는 책입니다. 아주 오래된 과거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최신 논의의 철학적 흐름과 과학 발전에 따른 새로운 논쟁거리를 소개합니다. 단지 철학자들의 현학적인 논쟁 흐름을 소개해주는 것이 아니라 신경과학, 인지과학, 인공지능 등 심리철학과 연관된 다양한 인접 학문들의 논의와 실험 결과를 함께 소개하고, 다양한 입장을 설명합니다. 이 과정에서 본인이 어느 방향에 서서 이야기를 따라갈지는 온전히 당사자의 선택입니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엄밀히 이야기하자면, 이 책에서 다루는 것은 ‘영혼’이라든가, ‘마음’에 관한 것은 아닙니다. 정확하게는 인간의 ‘마음’이란 무엇이고 그 마음의 ‘의식’이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다루지요. 소위 ‘인식론’이라는 철학 범주의 연장선상에서 ‘의식’에 대해 고찰하는 것입니다. 가령, 우리는 타인과 어떻게 ‘정보’를 주고받는가, 나의 고통을 어떻게 전달하고 공감하는가, 내가 먹는 이 ‘사과apple’가 맛있다는 사실을 타인에게 어떻게 전달할 수 있는가. 


철학과 심리학의 중간 어느메 놓인 이 심리철학은 사실 철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의 입문서적으로도 많이 쓰이는, 조금은 딱딱한 책입니다. 그럼에도 굳이 이 책을 소개하는 이유는 내가 그랬기 때문입니다. 괴롭고 힘들고 울고 싶고 분노가 치밀어 올라 마음을 가눌 수 없을 때마다, 또 다른 마음 한켠에서는 그런 나를 지켜보는 또 하나의 ‘의식’으로 나의 ‘의식’을 관찰하며 불꽃을 꺼뜨릴 수 있는 훈련을 하게 해주는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나는 단지 무기물 덩어리가 아니며, 모든 것을 풀어 헤쳐 놓는다 하더라도 부분의 합(무기물 덩어리)을 뛰어넘는,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무언가(마음)의 발걸음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양자 사이에서 조금은 덜 괴롭고 조금은 덜 아픈 마음으로 스스로를 바라보며 사색할 수 있는 인내심의 밑거름이 되는. 


물론, 이 책보다 더 뛰어난 책들이 없다고 말할 수 없고, 이 책이 엄청난 진리를 담보하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도 없습니다. 책을 읽는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마음에 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거나 해탈한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이 책을 읽음으로써 마음과 영혼, 인식에 관한 어떤 이론이나 믿음에 절대적인 권위를 부여하는 오류는 살며시 피해갈 수 있지 않을까. 그로 인해 앞으로의 삶에, 나를 대하는 나 자신의 태도도 조금은 더 겸손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걱정하지 마세요. 비전문가, 비전공자가 읽기에도 충분히 쉽습니다. 물론, 마음이 무엇인가 하는 주제 자체는 별개의 문제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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