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는 민간위탁을 왜 재공영화했나1)

by 센터 posted Oct 3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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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흥준 센터 정책연구위원



편집자 주 : 이번 호에서는 미국 사례가 아닌 영국 사례를 소개한다. 영국은 정부에서 40년 동안 추진해 온 민간위탁을 지속적으로 재공영화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미국에서는 이러한 사례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영국 지방의회들이 대국민서비스에 해당하는 생활폐기물 수집 운반, 공공건물 시설관리 등을 재공영화하여 상당한 비용을 절감하고 있으며 절감된 재원은 노동자의 임금 인상과 노동 조건 개선에 활용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민간위탁의 정규직화가 추진되고 있어 이번 사례는 적지 않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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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자치구의 재공영화 된 민간위탁 노동자들


“1980년대에는 생활폐기물 수거와 같은 서비스를 아웃소싱 함으로써   20퍼센트가량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민간위탁을 직접 운영하더라도 효율성이 향상되어   인소싱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영국 정부연구소)


크리스 모건Chris Morgan은 5년 전 스토크 온 트렌트Stoke-on-Trent 2) 의회 건물에서 전기 보수 기술자로 일을 시작했다. 36세인 모건은 평소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즐겼지만 직속상관에게 문제제기를 할 수 없었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상사와 항상 함께 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스토크 시의회는 2008년에 시의회 건물의 시설 관리 업무를 키어Kier 그룹에 아웃소싱했기 때문이다. 


스토크 시의회는 작년에 시설 관리 보수 업무를 재공영화했고, 이후 시의회 건물 시설 관리는 모두 직영으로 운영되고 있다. 직영으로 전환된 이후 모건은 더 행복해졌다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지금은 상사가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내게 자신감을 갖게 만듭니다.”, “상사와 직접 많은 대화를 나누고 건강 및 안전 교육을 받았습니다. 새로운 매점과 샤워시설을 설치해 근무 환경이 더 나아졌습니다.” 스토크 시의 직영 전환 이후 노동자들은 1,000파운드의 임금 인상과 석면 작업 시 추가 수당으로 500파운드를 받게 되어 생활도 조금 나아졌다. 스토크시의 건물 유지 관리 서비스 인소싱은 노동 조건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생산성,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고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되었다. 업무에 필요한 제품 및 부품의 80퍼센트까지 지역 공급업체로부터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영으로 전환된 모든 직원은 지방정부 연금제도 멤버십을 포함해 시 직원과 동일한 조건을 가진다. 직영으로 전환된 노동자들은 1년 동안 병이 없는 상태가 6퍼센트에서 3퍼센트로 줄어들어 50만 파운드의 비용이 줄어든 반면 생산성은 15퍼센트 증가했다. 노동자들이 더 행복해졌기 때문에 더 많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APSE Association for Public Service Excellence 보고서에서는  영국 시의회 77퍼센트가 올해 건물 시설 관리 업무를 직영화 할 계획임을 밝혔다. 또한 이미 2016~2018년 사이에 최소 220개 지방 정부 민간위탁이 직영으로 전환되었다고 밝혔다.


영국에서 아웃소싱은 1980년 마가렛 대처Margaret Thatcher 총리 때 경쟁 입찰 방식으로 강제로 시작되었으며 신노동당에 의해 전적으로 수용되어 40년 동안 이어져 왔다. 그러나 이제 영국에서 민간위탁에 대한 태도가 달라져 시의회 정책은 민간위탁을 철회하는 방향으로 굳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정부연구소Institute of Government 선임 연구원인 톰 사세Tom Sasse는 “우리는 공공서비스 제공에 대한 40년간의 실험을 현미경으로 보고 있는 중입니다.”라며 “1980년대에는  생활폐기물 수거와 같은 서비스를 아웃소싱함으로써 20퍼센트가량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민간위탁을 직접 운영하더라도 효율성이 향상되었다.”고 설명한다. 


노동당은 노동 정부 하에서 모든 대국민 서비스가 철도에서 사회복지에 이르기까지 공공부문에 의해 제공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는 아웃소싱 실패에 따른 것인데 보수당 정부조차도 비참하게 실패한 아웃소싱 이후 재공영화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들여다 볼 것을 강요받고 있다. 예를 들어 올해 하반기에 카피타Capita에서 자궁경부암 검진 프로그램에 대해 4만 명 이상의 여성 검진자들에게 초대장과 알림 편지를 미리 보내지 않아 검사를 받을 수 없게 되면서 정부는 건강검진 서비스를 국민건강서비스(NHS, National Health Service)로 재공영화 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NHS의 폴 에반스Paul Evans 이사는 “아웃소싱 실패 사례들은 민간 공급업체들이 지역 사회가 기대하는 표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익을 창출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인소싱 증가에 대해 모든 아웃소싱이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웃소싱이 경험상 위험이 높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몬포트대학De Montfort University의 지역 거버넌스 리서치센터 공공정책 교수인 스티븐 그릭스Steven Griggs도 ‘긴축재정 상황에서 인소싱은 대국민 서비스를 위한 관리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정책’임을 인식해야 하며 장기적인 아웃소싱 계약에 얽매이면 필연적으로 서비스 질이 낮아진다고 설명한다. 


많은 공공기관에서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운영 방식이 비용을 줄이고 품질을 향상시키는 실용적인 방법이라는데 인식을 함께하고 있다. 공공 서비스 전략고문인 존 티저드John Tizard는 “직접 운영 그 자체가 절대적인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직접 운영은 여러 가지 큰 이점이 있다.”고 말한다. 최근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방정부 가운데 78퍼센트는 인소싱이 더 많은 유연성을 가져온다고 믿고 있으며 응답자의 2/3는 인소싱이 비용을 낮춘다고 응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서비스 질이 개선되고 관리가 용이해졌다고 응답했다. APSE 보고서의 저자인 모 베인스Mo Baines는 “인소싱은 지방 정부가 지역에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아주는 전략입니다.”라고 설명하며 외주 계약을 통한 파편화된 민간위탁은 적절한 가격과 품질을 제공하는데 실패해 왔다며 아웃소싱은 더 이상 의미 있는 옵션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리버풀 시의회는 사업회사인 LSSL Liverpool Street Scene Ltd을 설립해 비용을 절감하고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거리 청소, 부지 유지 보수 및 쓰레기 처리 및 재활용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고속도로 유지 관리, 공원 및 묘지 서비스도 작년에 LSSL로 이전되었다. 이러한 인소싱을 통해 시의회는 2020년 4월까지 무려 250만 파운드를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스토크시의 직영 사례와 달리 LSSL 직원은 LSSL로 옮길 때 이전 고용 조건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사망 혜택을 제외하고는 평의회 직원과 동일한 혜택을 갖지는 않는다. 따라서 정부 연금제도 멤버십 등 노동 조건은 시의회와 LSSL 간의 미래 과제로 남아 있다.


LSSL의 최고 운영 책임자인 마이크 브라운Mike Brown은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는 LSSL과 리버풀 시의회는 가능한 한 LSSL 직원의 고용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계속 협력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리버풀 시의회 방식의 상업 자회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공공 서비스 전략 고문인 존 티저드는 “저는 이것이 정확하게 인소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공공 소유 형태로 바꾸는 것이라고 봅니다. 상업회사는 시의회 역할을 담당하지만 위험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상업적 전문 지식이 필요합니다. 불행히도 이것은 노동자들에 대한 적절한 노동 조건을 거부하는데 사용될 수도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영국에서는 시의회가 대국민 서비스를 인소싱해 상당한 비용을 절감하고 있는 사례가 다수 확인되고 있다. 예를 들어 체셔Cheshire의 할튼 자치구 시의회는 레저센터 3개를 직접 운영해서 연간 75만 파운드를 절약했으며, 노팅엄은 건물의 유지 보수를 인소싱해 매년 50만 파운드를 절약했고 직원들의 취사 비용을 17퍼센트 줄였다. 또 다른 예로 영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재공영화 사례인이즐링턴 Islington의 런던 자치구 사례이다. 자치구 공정성위원회에 따르면 런던 자치구는 건물 청소, 시설 관리, 생활폐기물 수집 운반 및 재활용, 도로 유지 보수 등을 인소싱했다. 이는 금액으로 약 3억 7천만 파운드에 해당한다. 런던 자치구는 인소싱을 통해 1,200명 노동자의 임금 및 노동 조건을 개선했고 약 1400만 파운드를 저축할 수 있었다. 


오늘날 긴축재정 시대에 정부는 더 이상 아웃소싱 실패를 감당해선 안 된다. 이제 공공부문 재공영화 정책은 더 좋은 가격에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아웃소싱으로 인한 저가 입찰과 그에 따른 노동의 희생을 중단시킬 수 있는 의미 있는 정책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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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9년 5월 29일 〈The Guardian〉에 “Why councils are bringing millions of pounds worth of services back in-house”라는 제목으로 게재되었다. 원문은 https://www.the-guardian.com/society/2019/may/29/bringing-services-back-in-house-is-good-councils에서 확인할 수 있다. 

2) 잉글랜드 중부 스태퍼드셔주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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