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타벅스 노동자, 작은 사업장 연결하기 전략

by 센터 posted Feb 2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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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이지운 여성·노동 연구자

 

 

2021년 12월 코로나 위기가 필수 노동자들의 삶을 위협하던 시기 미국 북동부 버팔로시 한 스타벅스 매장의 노동자들과 미국서비스노동조합(SEIU)에 속한 노동자연합(Workers United) 활동가가 만난 것이 발단이 되어 미국 최초의 스타벅스 노동조합이 탄생한다. 노조 결성의 발단이 된 핵심 사안은 코로나로 더욱 높아진 노동 강도와 인력 배치 문제였다. 1년도 지나지 않아 노조를 결성한 매장이 미국 전역으로 퍼져 2023년 2월 현재 278개(전체 스타벅스 본사 소유 매장의 3%) 조직되었다.1) 반노조 정치 활동으로 악명 높은 스타벅스 경영주 Howard Schultz의 각종 책략에도 불구하고, 노조의 무덤으로 인식되었던 미국 패스트푸드 산업에서 어떻게 순식간에 전국적 노동조합 결성이 가능했을까?

 

스타벅스.jpg

미국에서 처음으로 결성된 스타벅스 노동조합 (@BBC NEWS 코리아)

 

패스트푸드 매장의 드라이브스루 주문은 작은 창문을 사이로 이루어진다. 스타벅스 직원은 주문을 받고 계산을 하며 동시에 음료를 만드는 등 복수의 업무를 수행해 왔다. 파트너(스타벅스 노동자 공식 명칭)들은 두 명의 노동자를 주문 창문에 배치하는 것을 요구했다. 당시 소셜미디어에서는 스타벅스 매장에서 복잡한 주문을 하는 챌린지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였다. 열 가지가 넘는 주문사항을 기록하고 동시에 스타벅스 특유의 쾌활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모든 작업을 수행하는 것은 정신적 스트레스 강도를 극도로 높였다. 참고로, 스타벅스와 유사한 미국 패스트푸드 매장들은 코로나 시기 단 한 순간도 문을 닫지 않았다. 즉, 가족 등 주변 사람이 코로나로 사망 또는 투병 중인 경우에도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은 고강도의 노동과 친절을 강요받았다. 필수 노동자라며 치켜세우는 정치적 수사는 고도의 감정 노동을 요구하는 착취의 다른 이름일 뿐이었다.

 

버팔로시에서 노동조합 활동이 본격화되자 스타벅스 본사는 반노조 법무 회사 Litter Mendelson을 고용해 다양한 형태의 압박과 회유 정책을 펼쳤다. 버팔로시 내에서만 300건에 이르는 노조 방해 활동 신고가 노동관계위원회(NLRB)에 접수되었고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20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노조 결성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해고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에 걸쳐 노조 결성을 시도한 매장에서 80% 넘게 성공률을 보였다. 본사의 반노조 경영 전략을 무력화시키는 힘은 어디에서 나온 걸까?

 

우선, 스타벅스 본사 직영 매장에서만 노조 결성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미국 내 스타벅스 본사가 소유한 매장은 9천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외에 그보다 두 배 많은 1만 5천여 개 매장은 프랜차이즈 형태로 개인 또는 타 기업이 운영하는 매장이다. SEIU 등 수많은 전국적 규모의 노동조합들이 패스트푸드 산업 노동조합 결성에 실패한 근본적인 원인은 프랜차이즈 매장의 노동 조건이 지역별로 천차만별이며 노동자 대부분이 단시간 근로자로 성별, 인종, 학력 등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프랜차이즈 매장의 가장 큰 수익은 본사가 독점하며 개인 소유주들은 상품 판매 수익보다 부동산 가치 상승으로 인한 지대 수익에 의존하는 자본 구조에서 노동자들이 단체협상을 통해 노동 조건을 바꾸는 전통적 노동조합 방식이 유리하지 않다고 여겨졌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15달러 투쟁(Fight for 15)이 SEIU의 지원으로 전국적으로(28개 주) 퍼져 나가며 주 정부와의 협상을 통한 패스트푸드 산업 및 저임금 노동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생활임금 투쟁이 성공을 거두었고, 최근 캘리포니아주에서는 패스트푸드 산업 노동위원회 관련 법안(FAST Recovery ACT & AB257)이 통과되며 주 정부를 상대로 하는 산별 협상 모델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와 달리, SEIU 노동자연합(Workers United)의 지원으로 새롭게 탄생한 스타벅스노동자연합(Starbucks Workers United: SWU)은 본사가 소유한 매장을 주요 타깃으로 조직을 확대하고 있으며, 전통적 방식의 전국적 노동조합을 통한 본사와의 직접적 단체협상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 스타벅스 노동자 집단의 특수성도 간과할 수 없다. 맥도날드, 던킨도너츠, 버거킹 등 대형 패스트푸드 매장의 저임금 노동자 집단과 달리, 스타벅스는 바리스타를 중심으로 평균 25명의 노동자가 한 매장에서 평등한 형태로 근무하며 “파트너”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문화를 정착시켰다.

 

스타벅스 노동자 다수는 백인(53.5%)이며 여성(69.2%)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2) 바리스타의 평균 임금은 12달러 수준으로 여전히 전국 최저임금 8달러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다수의 패스트푸드 노동자보다 높은 수준이다. 대학생 등 고학력 노동자가 많은 점도 스타벅스의 노동조합 결성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략적으로 노동조합 활동을 전국적으로 알려내고, 대학가를 중심으로 하는 타깃 매장의 핵심 노동자들을 줌 워크숍을 통해 교육하며 작은 매장을 연결하는 전략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

 

아마존노동조합(Amazon Labor Union: ALU) 사례와 비교해 보면, 물류센터는 수천 명의 노동자가 집약된 공간에서 기계적으로 작업에 열중하는 환경인 데 반해 스타벅스 노동자들은 좁은 공간에서 친밀도가 높은 노동을 수행하며 개개인의 노동자가 주도적으로 노조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ALU는 소수의 선도적 노동자들이 주도해 노조를 결성한 데 반해 스타벅스는 소수의 핵심 리더에 의존하는 방식이 아닌 분산된 개개인의 참여가 전국적 노조 확대를 가능하게 했다고 평가된다.3) 기대와 달리 ALU는 스텐튼 아일랜드 조직 이후 타 지역으로 확산이 이루어지지 않은 데 반해 스타벅스는 짧은 시간에 전국적 조직으로 퍼져 나갔다. SWU전국협상위원회 열다섯 가지 “비경제 제안”을 살펴보면, 노동시간 확보, 드레스 코드 반대, 노동위원회 설치, 건강 및 안전, 차별 반대, (LGBTQ+프라이드 슬로건을 활용한) 노조 활동 보장 등을 임금 협상보다 우선시한다는 점에서 젊은 노동자들의 정치적 성향과 지향이 잘 드러난다.

미국의 대안적 노동운동 사례를 연구한 제니스 파인의 책 제목 《No One Size Fits All》처럼 노동조합 활동의 길은 하나일 수 없다.

 

∙ ∙ ∙

1,3) John Logan, “High-Octane Organizing at Starbucks,” New Labor Forum (November 2022)https://newlaborforum.cuny.edu/2022/11/03/high-octane-organizing-at-starbucks/

2) https://stories.starbucks.com/stories/2020/workforce-diversity-at-starbuc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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