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발 딛고 살아가고 싶다

by 센터 posted Dec 2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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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

 

 

청년유니온은 지난 11월 지역 격차 해소를 위한 청년세대의 지역 일자리, 생활 인프라 등 관련 요구에 기반해 산업 전환기 및 인구구조 변화 시기의 지역 격차 개선 방향 모색을 위한 기초자료를 마련하기 위해 지역 격차 해소를 위한 지역 일자리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청년유니온은 실태조사를 통해 지역에서 살아가고자 하는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자존감을 잃지 않으며 품격있게 살아가기 위해 우리 사회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공론장.jpg

2022년 11월 말 청년유니온은 지역 격차 해소를 위한 실태조사 결과를 조합원들에게 발표하며 지역 격차 해소를 위한 공론장을 진행했다.(@청년유니온)

 

‘지방 소멸’, 한국고용정보원이 올해 초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228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113곳(49.6%)이 지방 소멸 위험지역에 놓여있다고 한다. 113곳의 지방 소멸 위험지역 중 소멸 고위험 지역은 45곳으로, 2015년 3개에서 불과 7년여 만에 42곳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영남권과 호남권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인구가 두드러지게 많다. 인구이동통계에 따르면 부산과 광주, 대구 등 영호남의 주요한 지역에서만 지난 10년간 64만 명의 시민들이 지역을 떠났다. 지역에 사람이 사라지고 있다. 내가 원하는 일을 위해, 더 나은 삶을 위해,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며 서울을 향한다.

 

청년들이 살아가기에 좋지 않은 지역이 인구 유출을 부추기고 있다. ‘좋은 일자리’ 또는 ‘실패할 경험’을 찾아 내가 더 잘 살아가고 싶어서 수도권으로 떠난다. 지역을 떠나 서울로 향한 청년들은 다양하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위해서(32.1%), 그리고 원하는 교육을 받기 위해(22.2%), 생활 인프라 여부(12.3%)를 이유로 하고 있다.

 

실태조사 결과, 비수도권 청년 43%가 수도권 이주를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그중 75.8%가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또한 수도권으로 상경한 청년 중 일자리를 찾아온 응답자가 32.1%로 가장 많았다. 비수도권 거주 청년들이 느끼는 일자리 불충분은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수도권 상경 청년의 상당수가 일자리를 찾아 상경했다는 점 등 지역의 지속가능한 정주를 위해서는 일자리가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상경한 청년들도 결국은 주거비 부담, 삶의 질 저하, 외로움 등 다양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역에는 다양한 일자리가 존재할 수 없다. 여전히 지역 일자리의 큰 비중은 제조업 일자리이다. 그리고 이 제조업 일자리를 통해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 산업이 창출된다. 지역의 일자리는 제조업 생산공장이며 지역의 전체 일자리로 연관된다. 그런데 이 제조업 일자리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매우 흔들리기 시작했고, 경제적 외부충격이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지금의 산업구조는 매우 취약하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또 한 가지 발생하는 역설은 기업 규모에 따른 임금 격차는 지역일수록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취업을 준비하거나 이직을 고민하는 청년들 입장에서 제조업 기반의 주요 대기업 또는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취지로 각 지역에 ‘혁신도시’라는 이름의 유령도시에 있는 공사에 입사하지 않으면 불안정, 고위험, 단기간, 비정규 등 온갖 위험신호를 알리는 소규모 제조업 사업장을 전전하거나 서비스 산업에 흡수되어 저임금 일자리를 전전하게 될 수밖에 없게 된다.

 

지역을 떠나는 것이 자유로운 청년들의 선택이라고 혹자는 이야기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잘 살고 싶어서 수도권으로 떠난다. 맞다. 그런데 그렇게 떠난 청년들,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에게 이 사회가 동등한 출발선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눈에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와 정보의 차이는 극명하다. 오징어 게임을 하러 가는 것이다. 그렇다고 지역에 남아있다고 좋은가? 그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개인의 선택으로 이를 맡겼을 때 한국 사회는 결코 더 나아진 사회의 모습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지역의 위기, 대표적 예가 미국의 러스트 벨트이다. 과거에는 제조업이 발달했는데 동남아 시장이 발전하면서 지역의 기반 산업이 무너진 지역들이다. 청년들은 지역을 떠났고 남아있는 이들은 이민자들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극우 포퓰리즘적 선동에 노출되었다. 영국의 브렉시트도 그렇다. 일자리의 위기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우리의 책임보다 사회적 약자인이민자들이 백인 중산층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인식이 팽배해진 결과이다.

 

일자리는 이만큼이나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사회 모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산업, 노동, 자산, 소득, 사회, 경제, 문화 등 우리 사회와 개인의 삶을 수식하거나 이야기하는 수많은 단어에서 분리되고 이중화되었다는 설명들이 당연한 사회. 이 당연함이 당연하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지역 이탈을 해소하기 위해 상생형 일자리, 중앙정부 단위의 지방 소멸 대응 기금 등 실험적인 방법들이 시행되고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 일자리의 위기는 결국 청년층의 인구 유출을 야기시키며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이 요인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수도권/비수도권 간의 일자리 격차가 더 뚜렷해지고 이로 인한 수도권 집중화 현상, 지방 소멸이 가속화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우리가 차마 상상하기도 어려운 디스토피아로 향하는 모두를 바라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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