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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앞에 농성 천막 빼곡하니, 비로소 겨울이다. 거기 온갖 집회와 행진이 많아 시 끌벅적하니, 연말이다. 무성하던 잎 다 떨구고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처럼 삐쩍 말라 가는 사람들이 둥그런 돔 가까운 곳에서 터덜터덜 기운 없는 발걸음을 옮기는 때가 바 로 겨울이고, 연말이다. 밥보다 법이 급하다고 여긴 사람들이 가슴팍에 일력을 달고 하 루하루를 찢는다. 노조법 개정을 따뜻한 잠자리보다 밥이 중하다고 여긴 사람들이 가 슴팍에 핫팩을 끼고 누에고치처럼 실을 짜 그 안에 든다. 밥 짓다 죽지 않겠다고, 급식 실 인력 확충과 복지수당 차별철폐를 말한다. 중단하라, 폐지하라, 제정하라, 저마다 의 절절한 구호 담은 색색의 현수막이 넘쳐 국회 앞 단풍이 철 지나도록 질 줄을 모른 다. 집회 행진하던 사람이 노숙농성 중인 지역 동료를 만나 응원의 5만 원을 건넨다. 날 춥다기에 십수만 원도 넘는 빵빵한 오리털 침낭을 검색했던 사람은 마트에 파는 3만 원 짜리 합성 솜 침낭을 작은 텐트에 넣는다. 한두 번 해본 일도 아니라고, 다들 능숙했는 데, 찬 바람에 아린 볼이며 손끝의 감각은 매번 새로운 것이어서 핫팩을 끼고 산다. 법 치며 불법 엄단이며, 온통 법 얘기만 높아 스산한 계절 겨울이다. 법 짓는 곳 앞마당에 밥 짓는 사람과 배 짓는 사람이, 또 회사 청산을 막으려는 사람이 다 만나 서로를 응원 하는 계절이다. 겨울이다.
정기훈 매일노동뉴스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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