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Talk] 아이고~ 반장님! 스며드는 조직가 송민아를 만나다_송민아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by 센터 posted Nov 0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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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ame01.png  인터뷰이 송민아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noname02.png  인터뷰어 박윤준 음성노동인권센터 상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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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시간을 내어 청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안산으로 향했다. 9월의 마지막 월요일, 외출하기 좋은 날씨였다.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인2016년 봄에, 당시 ‘와 스타디움’ 1층에 있었던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이하 안산센터)에 견학을 갔었다. 6년 만에 다시 찾은 안산이 주는 인상은 정말 좋았다. 안산센터는 안산터미널에 내려서 도보로 20분 정도 걸렸다. 넓은 인도, 풍성한 녹지 공간, 잘 닦인 자전거도로···. 산뜻한 걸음 끝에 환하게 나를 맞이해주는 송민아 님을 만났다.

 

먼저 송민아 님, 문상흠 노무사님과 함께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함께하고 사무실로 이동했다. 사무실로 가는 길에 송민아 님이 갑자기 동네 카페에 들어가시더니 커피 찌꺼기 한 봉지를 들고 나오셨다. “이게 뭐예요?”, “커피 찌꺼기예요. 제가 하는 건 아닌데, ‘상상농장’이라고 주말농장 동아리가 있어요. 누가 저에게 부탁해서.” 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 사람들에게는 많이 알려졌듯이, 안산센터는 ‘일하는사람들의생활공제회 좋은이웃’(이하 좋은이웃)과 긴밀하게 활동하고 있다. 상상농장은 좋은이웃의 동아리다. 송민아 님이들고 있는 커피 찌꺼기에서 인터뷰에 대한 설렘이 한 움큼 커졌다. 와 스타디움에 있던 안산센터는 안산시상하수도사업소 4층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안산센터의 활동량에 비하면 그리 넓지 않은 사무실이다. 으레 대표님 자리라고 얘기하는, 모든 직원이 일하는 모습이 한눈에 보이는 창가 자리가 오늘의 주인공 송민아 님의 자리였다. 안산센터 한편에 마련된 상담 공간에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첫 만남

 

 

noname02.png 먼저 격월간 《비정규노동》을 받아볼 회원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noname01.png 안녕하세요. 안산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송민아입니다.

 

noname02.png 센터에서는 어떤 일을 하세요?

 

noname01.png 경기도 내 12개 지자체가 경기도 노동권익 서포터즈 사업단에 들어와 있는데요. 저는 안산시 노동권익 서포터즈를 담당하고 있고요. 그리고 안산시 아파트 상생협약 관련 일을 하고 있어요. 아파트에서 일하는 경비 노동자, 청소 노동자뿐만 아니라 관리소장과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을 대상으로 역할 분담이 되어있는데요. 그중에서 저는 입대의 회장하고 관리소장 그리고 청소 노동자 이렇게 담당하고 있어요.

 

noname02.png 아파트에 관련한 여러 이해관계자가 있는데 거기서 분야를 나눴나 보네요, 언뜻 보니까 경비 노동자, 청소 노동자 자조 모임을 운영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협약과 관련이 있는 건가요?

 

noname01.png 코로나19 때 특히 어려워진 10개 직종에 대해 안산에서 실태조사를 했어요. 2년에 걸쳐서 실태조사를 하고 그다음에 그룹을 묶어서 10개 직종의 수다 모임을 만들었어요. 수다 모임 중 일부 직종을 올해부터 자조 모임으로 함께하고 있어요. 라이더와 경비 노동자 모임은 원래 하고 있었고 프리랜서, 보육교사, 요양보호사, 청소 노동자 모임이 만들어졌어요. 콜센터 상담 노동자, 택배 노동자는 수다 모임 이후에 파업이 이어지고 있어요. 그래서 응원하고 지지하는 관계로 유지하고 있어요. 이 10개 직종 분들은 모두 밖으로 나오기가 어려워요. 고용이 불안하고요. 그분들을 설득하고 조직해서 10개 직종 노동자 직종별 수다 모임을 만들고, 작년 12월에 안산에서 10개 직종이 한자리에 모인 거예요.

 

noname02.png 오, 저도 그 사진 텔레그렘에서 봤어요. 정말 멋지던데요?

 

noname01.png 자조 모임은 좋은이웃과 같이 하고 있어요. 간략히 좋은이웃에 대해 소개해드리자면, 안산·시흥 지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노조가 없는 영세 사업장 노동자들까지 권익 증진을 위한 여러 활동을 하는, 일하는 사람들의 생활공제회에요. 좋은이웃은 동호회 활동이 활발해요. 아까 말했던 상상농장도 좋은이웃 동아리에요. 농장·여행·영화·영상·도자기 등등 여러 동아리가 있어요. 저는 축구 동아리를 해요. 여자 축구.

 

 

아동복지교사, 노동인권과 만나다

 

 

noname01.png 제 원래 직업은 지역아동센터에서 학습지도하는 교사였어요. 아동복지교사라고 하죠.

 

noname02.png 잘 어울리세요.

 

noname01.png 안산에 아동센터가 전국에 거의 1등 수준으로 많대요. 워낙 노동자들 임금이 낮고 맞벌이 가정도 많다 보니까 그렇다고 들었어요. 안산시에서 교사를 뽑아서 파견을 보내요.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아이들 학습지도하는 교사를요. 어느 날, 제가 오전에 좀 한가해서 시청 홈페이지를 우연히 살펴봤어요. 그런데 듣도 보도 못한 안산센터라는 곳에서 청소년을 찾아가 노동인권 교육을 할 강사를 모집한다는 공고가 뜬 거예요. 안산센터에서 청소년 노동인권 강사를 처음 할 때는 활동가들 중심으로 했대요. 그걸 안착시킨 게 2기고요. 제가 2기로 지원을 했던 거예요.

 

noname02.png 그때가 안산센터와의 첫 만남이었겠네요?

 

noname01.png 네, 맞아요. 청소년 노동인권 강사 양성 프로그램에는 전교조 소속 교사들까지 해서 60명 정도 왔던 것 같아요. 저는 그때까지 노동 분야에 전혀 발을 담그고 있지 않았어요. 수업을 들으면서 충격을 많이 받았어요. 신선한 충격을요. ‘최저임금 밥상’이라는 순서를 하고 있었는데 한 선생님이 “울산 현대자동차 노조는 귀족 노조네.”라는 얘기를 했어요. 그 얘기를 들은 다른 분이 “그렇게 월급을 많이 받아요? 나의 몇 배를 받네.”라고 했고요. 그러니까 전교조 선생님 한 분이 “당연한 거 아닌가요? 한 분야에서 20년이 넘게 일했는데. 그 중요한 자동차를 만드는 엔지니어가 당연히 교사인 저보다 월급이 많아야죠. 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라면서 약간 발끈했어요. 제가 그때 충격을 받았어요. 아, 그렇구나. 그게 당연한 거지. 그런데 왜 그런 생각을 못 했지? 왜 당연히 교사가 더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지? 그때 약간 충격을 받았던 것 같아요.

 

noname02.png 그러니까 당연히 교사가 더 많이 받아야 한다고 민아 님도 생각했었는데, 그 전교조 선생님 말씀이 새롭게 다가왔나 봐요.

 

noname01.png 네, 맞아요. 기본 교육 과정이 끝나고 심화 과정까지 들은 다음 심사를 거쳐 강사를 하게 되었어요. 심사 볼 때 엄청 떨렸어요.

 

noname02.png 애들을 가르치는 일을 해 오셔서 많이 어렵진 않으셨을 것 같은데, 주제가 낯설어서 떨리셨을까요?

 

noname01.png ‘노동’에 ‘인권’을 붙인 거는 그때가 거의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노동인권’이라는 단어를 노동센터를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어요. 안산센터 소속 강사로 오전에 학교 가서 강의하고 오후에는 아동센터로 출근하고 한동안 이렇게 일 했어요.

 

noname02.png 엄청 에너지가 많으시네요.

 

noname01.png 이래 봐도 내향형입니다.

 

noname02.png 전혀 안 그래 보이는데요? 내향형이 그렇게 찾아서 알아보고….

 

noname01.png 혼자 다니니까 하는 거예요.

 

noname02.png 하하. 그렇군요. 그럼 그때부터 학교에 가서 청소년 노동인권 강사로 활동하신 거네요. 청소년 노동인권 강사 활동은 어땠는지 궁금해지는데요?

 

noname01.png 저는 엄청 재밌더라고요. 진짜. 청소년 상대로 계속 일해 온 것도 있고 하니.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아동센터를 다니기는 하는데, 저는 주로 5~6학년 고학년을 담당했거든요. 저학년은 저랑 안 맞더라고요. 아이들이 커서 중학생·고등학생이 돼도 센터를 다시 와요. 그런 마음이 제겐 너무 행복해요. 얘가 자라서 다시 찾아와 “선생님~”하고. 스승의 날에도 찾아오고…. 아동센터 일 자체는 지루한데 애들과 만나는 건 너무 좋았어요. 청소년 노동인권 강사 활동도 청소년을 만나는 일이니까 좋았어요. 실제로 학교에 가서 아동센터에 있었던 친구를 만나기도 해요. 왜냐면 아동센터 아이들이 특성화고에 많이 가거든요.

 

noname02.png 그럼 정말 반갑겠네요.

 

noname01.png 맞아요. 한 번은 우리 아동센터에 다니던 친구가 있는 특성화고에 수업을 갔는데, 그 친구가 저를 보고 아는 척을 하는 거예요. 저도 너무 반가워서 막 서로 얘기를 하고 났더니 그 반 애들이 이 애를 바라보는 시선이 확 달라지는 거예요. 학교 선생님도 여쭤보더라고요. 어떻게 쟤를 아느냐고요. 제가 아동센터에 있을 때 가르쳤었다, 왜 그러느냐고 물어봤어요. 그 친구가 반에서 되게 위축되어 있었대요. 그런데 외부에서 강사가 왔는데 막 아는 척하고 이름 불러주고 친한 모습을 보이니까 다르게 본 거죠. 강의 자체도 약간 신명 나서 했던 것 같아요. 제가 몰랐던 사실을 제가 알게 돼서 전해주는 거니까 신이 난 거죠.

 

 

“아이고~ 사장님~!” 노동인권지킴이 활동

 

 

noname02.png 지금도 청소년 노동인권 강사 활동을 하고 계세요?

 

noname01.png 지금은 안산센터 상근을 하면서 하지 않아요. 당시 센터에서 강사단에게 ‘노동인권지킴이’ 활동을 하라고 적극 권장을 했어요. 그래야 학교에 가서 수업할 때 현장을 잘 알고, 훨씬 영혼이 담긴 강의를 할 수 있다고요. 그래서 강사를 하면서 2015년부터 지킴이 활동을 했어요. 지금 담당하고 있는 노동권익 서포터즈 활동이 2015년에 안산센터에서 시작한 노동인권지킴이 사업이에요. 경기도에서 이 사업을 모델로 2019년부터 경기도 노동권익 서포터즈 사업으로 확대한 거죠.

 

noname02.png 강사 활동과 지킴이 활동을 모두 병행한 거네요.

 

noname01.png 지킴이 활동은 진짜 쉽지 않았어요. 그때만 해도 이제 막 시작한 거여서 사업비가 적었거든요. 사업장에 직접 가서 사업주들 설득하고, 노동자들도 설득해서 우리 사업장이 근로기준법을 지키는지 안 지키는지 확인해야 했어요. 쉽지 않죠. 보통 기초적인 근로기준법, 그러니까 최저임금을 주는지, 근로계약서 작성했는지, 주휴수당 주는지, 임금명세서 교부 하는지, 사업주의 폭언이나 폭력은 없는지 등을 확인해요. 그러니까 괜히 했다가 발각되면 불이익을 당할까 봐 꺼리죠. 사업주는 당연히 싫어하고요.

 

noname02.png 진짜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아요. 사업장에 들어가는 것도 어렵지 않나요? 공문을 보내고 들어가나요?

 

noname01.png 공문을 가져가도 별 효과 없어요. 그냥 들어가요. 심호흡 한번 하고. 오후 10시 늦으면 12시까지요. 노동자를 만나야 하니까요. 주로 청소년이 많이 일하고 있는 프랜차이즈 사업장에 들어가거든요. 낮에는 사장님이 주로 일하고, 밤에만 노동자를 쓰니까.

 

noname02.png 점주의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하세요?

 

noname01.png 사장님 대할 때가 힘든데, 여기서 저의 장점이 나오는 거 같아요.

 

noname02.png 말을 어떤 식으로 하세요? 정말 궁금하네요.

 

noname01.png ‘아이고~ 사장님~ 안녕하세요.’ 이러면서 하는 거죠.

 

noname02.png ‘아이고~’가 들어가야 하군요. ‘아이고~ 사장님~’

 

noname01.png 네, 맞아요. 노동자와 이야기할 때도 ‘아이고~’라고 해요. 청소 노동자는 ‘아이고~ 반장님’이고요. 첫 마디에 매번 ‘아이고~’가 들어가네요.

 

noname02.png 그렇게 말을 건네고 그다음은 어떻게 하나요? 사장님 안녕하세요. 노동법 잘 지키고 있는지 확인하려고 왔습니다. 뭐, 이러나요?

 

noname01.png 그렇게 말하면 큰일 나죠. 어떻게 하냐면, ‘사장님~ 이렇게 작은 사업장 운영하시기 쉽지 않으시죠? 얼마나 어려우시겠어요.’ 이러면서 또 ‘잠을 안 잘 수는 없으니까 아르바이트도 고용하셔야 하는데 주로 언제 고용하시는 거예요?’ 그러니까 정말 남 일처럼 한 번 물어봐요. ‘언제 고용하시는데요?’ 그랬을 때 반응이 ‘왜요?’ 이러면, 일단 얼렁뚱땅 사장님이 좀 누그러지길 기다려요. 그때 시간을 물어봐요. 그래서 노동자가 언제 근무하는지 파악하는 거죠. 그다음에 사장님한테 설명해요. 이러이러한 사업을 안산에서 하고 있는데 이게 꼭 노동자만을 위한 게 아니다. 이걸 하면 사업주가 어떤 점이 힘든지 알 수 있다. 특히 아르바이트생이라고 가족처럼 생각하고 자식처럼 대했는데, 잘 있다가 일 그만두면서 갑자기 근로계약서 안 썼다고 신고하고 이런 거 예방할 수 있다. 저희가 다니면서 이런 거 계도도 하고 조사도 하고 있다. 이렇게 이야기해요.

 

noname02.png 술술 나오네요. 진짜 잘하신다.

 

noname01.png 부담스럽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니까 내가 이걸 지금 하려고 왔다, 이거보다는 그냥 말 건네러 왔다는 개념으로 하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noname02.png 그냥 말 건네러 왔다.

 

noname01.png 가게 운영하기 어렵지 않냐. 하루 내내 그 안에만 있으니까 그분들은 대화 상대가 필요해요. 가면 막 넋두리를 30~40분은 해요. 지킴이 활동을 3년 정도 하고, 지금은 제가 노동권익 서포터즈를 관리하고 있는데요.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어요.

 

 

청소 노동자 자조 모임, 좌충우돌하지만 가고 있다

 

 

noname02.png 아까 청소 노동자 자조 모임을 담당하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모이고 있나요?

 

noname01.png 처음에는 수다 모임으로 모였어요. 그러다 작년 12월에 10개 직종 노동자가 정책을 요구하는 수준까지 갔어요. 올해 세계 여성의 날에는 작년 수다 모임에 나왔던 분들에게 장미꽃과 초콜릿을 전달하는 행사를 했어요. 지난 4월에는 좋은이웃 주관으로 지방선거 전 노동자들 의견을 듣고 정책협약을 맺는 자리를 가졌고요. 6월부터는 자조 모임 형태로 시작했죠. 지금까지 매월 모임을 이어오고 있어요. 10월에는 충북 단양으로 야유회를 가고요.

 

noname02.png 민아 님도 같이 가시는 거죠? 우리 지역으로 오시네요!

 

noname01.png 단양이 거기에요?

 

noname02.png 충북 단양이면 음성이랑 가까운 편이죠. 엄청 가깝진 않지만, 음성·충주·제천·단양이 충북에서도 북부권에 속하거든요. 와, 단양 야유회라니 좋겠어요. 몇 분 정도 다녀오시는 거예요?

 

noname01.png 아마 30명 정도 다녀오실 것 같아요. 그런데 경비 노동자 모임에 비해서는 조직을 만들어야겠다는 의지가 많지 않으세요. 차이가 큰 것 같아요. 경비 노동자 분들은 사회에 대한 불만도, 억울한 점도 많아요. 노동기본권이 향상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시죠.

 

noname02.png 하하. 좋은 일이죠.

 

noname01.png 그렇죠. 좋은 일이죠. 그래야 조직에 대한 욕구가 생기니까요. 그런데 청소 노동자분들은 다 고맙다고만 그래요. 이 나이에 이렇게 일한다는 것이요.

 

 

noname02.png 그렇다면 그분들이 모일 수 있는 주요 동력은 뭘까요? 만나면 좋아서일까요?

 

noname01.png 사실 만나면 좋은 거, 딱 그거라고 말하기에는 애매해요.

 

noname02.png 그러면 뭘까요?

 

noname01.png 저도 그 점이 늘 불안해요. 일단 억울함이 없어요. 한두 명이 억울해하다가도 다른 사람 귀에 안 좋게 들릴까 봐 금세 누그러져요. 다 고맙고, 쉼터도 너무 좋대요. 곰팡이가 좀 많이 피었지만, 그거야 우리가 닦으면 돼. 비가 좀 새. 뭐, 지하라서 어쩔 수 없지. 여름엔 덥고 에어컨이 있으면 좋겠어. 그런데 선풍기도 괜찮지. 지하는 또 그렇게 덥지 않아. 이렇게 되는 거예요.

 

noname02.png 물론 여기는 아니지만, 서울대학교에서 청소 노동자가 돌아가신 사건 잘 아실 거 아니에요.

 

noname01.png 알죠. 그래서 얘기를 꺼내려고 해봤어요. 그런데 잘 와닿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있어요. 확실히 경비 노동자들과 달라요. 모임 끝나고 빨리 가서 남편 밥 해줘야 해, 이런 생각이죠. 그러니까 진짜 쉽지 않아요. 사실은 더 분노해야 할 분들인데. 내가 왜 이 시간에, 이 나이까지 남편 밥 해주러 가야하고, 일은 일대로 하고. 이게 뭐냐! 이렇게 해야 마땅한 분들인데. 정말요. 그런데 다 고맙다고 해버리니까. 작년에 정책 토론할 때도 ‘왜 나는 불만이 없는데 부장님은 우리한테 자꾸 개선할 걸 얘기하라고 하냐. 그냥 고맙지.’ 이렇게 얘기들을 많이 하세요.

 

noname02.png 모여서는 보통 뭘 하세요?

 

noname01.png 오랜만에 만났으니 반갑게 수다 떨면서 근황 이야기하죠. 그리고 50분 정도 노래 교실을 해요. 그다음 ‘아하 노동법’이라고 노무사 분이 10분짜리 짧은 강좌를 해주세요. 저녁도 먹어요. 이게 2시간 안에 끝나요. 저녁 먹으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세요. 퇴근하고 씻지도 못하고 오셔서 그런 점도 있어요. 경비 노동자들은 일 끝나고 쉬는 날 오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그날 밥 먹고 술 먹어도 상관없는데, 청소 노동자들은 일 끝나고 씻지도 못하고 바로 오니까 되게 힘들어하셔요. 한 달에 한 번이라도. 그래서 여쭤봤어요. 반장님, 그렇게 오기 싫은데 왜 오세요, 하고요. 그러면 이렇게 대답하세요. 아휴~ 부장님이 맨날 전화하고, 여기 있는 분들이 우리를 위해서 수고하고 있으니까. 짠해서 오지 짠해서. 젊은 사람들이 우리를 위해서 이렇게 애쓰는데, 우리가 뭐 해줄 것도 없고.

 

noname02.png 그런 얘기 들으면 어떠세요? 약간 힘이 빠질 것 같은데.

 

noname01.png 그런데 오시면 엄청 좋아하세요. 올 때 화장도 하고 오세요. 제가 낮에 아파트 가면 다 땀에 젖어 있으신데, 여기서 만나면 정말 고운 거예요. 모임 있는 날만큼은 거기서 화장해서 곱게 하고 오세요. 오는 12월에 아파트 노동자와 입주민이 함께하는 안산시 상생 아파트 공동선언을 준비 중이에요. 거기서 노래 공연을 할 계획으로 지금 노래 교실에서 연습하고 있어요. 지금 노동자 모임은 약간은 좌충우돌하면서 가고 있어요. 정말 끈끈한 정으로 함께요. 여행을 기점으로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해요. 인원이 이렇게 모이는 건 정말 고무적이더라고요.

 

noname02.png 민아 님에게 조직하는 방법을 배워야 할 것 같아요.

 

noname01.png 계속 인간적으로 친해지는 거 외에는 방법이 없더라고요. 계속 전화하고. ‘아이고~’ 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들었던 말들이 활동의 원동력인 것 같아요

 

 

noname01.png 제가 학교에 갔을 때는 학생들뿐이었잖아요. 근데 자조 모임하면서 정말 다양한 사람을 만났어요. 최근에 저희가 이동 노동자 사업을 시작했어요. 대리기사 실태조사를 하고 있어요. 근데 저는 대리기사를 이용해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한 번 불러봤어요. 술은 안 먹었어요. 제 명함 드리면서, 우리가 이제 대리기사 사업을 할 건데 실태조사하면 응해줄 수 있냐고 물어봤어요. 이런 활동을 자꾸 하게 되네요.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들었던 한마디 한마디가 저를 일하게 하는 원동력인 것 같아요.

 

noname02.png 듣다 보니, 정말 다양한 분을 만나셨을 거 같아요. 특별히 기억나는 분이 계세요?

 

noname01.png 하나하나 다 특별해요. 지금 생각난 건 제가 노동인권지킴이 활동을 했을 때 만났던 단시간 노동자예요. 서울예대 앞에서 처음 조사를 했을 때예요. 대학생 분이었는데, 지방에서 올라와 동아리실 같은 데서 자고 밤에 편의점에서 아침에 학교를 갔어요. 이런저런 실태조사를 하러 왔다니까, 자기는 살면서 ‘노동인권’은 처음 들은 단어라고 해요.

 

noname02.png 아까 선생님과 똑같은 반응이네요?

 

noname01.png 그렇죠. 대학생 분이 그러더라고요. 제가 이런 응답해도 돼요? 저 이거 하면 쫓겨나는 거 아니에요? 이런 말을 입에 담아도 돼요? 그러한 청년들을 만나고 실태조사를 하면서 받은 에너지가 있어요. 매일 조사를 나가면 생겼어요. 그러면 밤에 집에 가서 생각하는 거죠. 정말 이게 중요한 활동이구나. 이처럼 제가 만나는 거점마다 에너지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계속하게 되고. 근데 다 일이에요. 하하하.

 

 

noname02.png 엄청나게 많은 일을 했네요. 돌이킬 수 없는 어떤 강을 건너고 계신 것 같고요.

 

noname01.png 저는 되게 내향형이에요. 원래는 집에서 조용히 하는 활동을 좋아하거든요. 정적인 활동. 주말에 나가서 사진 찍는 게 제 취미예요. 자연을 찍어요. 사람 없는 풍경. 제가 원래 잘 스며들어요. 사람들의 말이 원동력이 된 것도 들을 때 확 빠지니까 그런 것 같아요.

 

 

노동안전보건과 관련된 활동을 해보고 싶어요

 

 

noname02.png 앞으로 해보고 싶은 활동이 있을까요?

 

noname01.png 저는 노동안전보건에 관심이 가요. 2019년, 안산에 있는 서울반도체에서 방사선 피폭 사고가 있었어요. 이와 유사한 사건의 피해가 안산에서 자주 발생해요. 안산센터에 관련 상담이 많이 오고요. 안산에 있던 소규모 사업장들이 음성으로도 많이 내려갔잖아요. 이주 노동자들도 거기에 엄청 많이 내려갔다고 하더라고요.

 

noname02.png 음성이 군 단위에서는 이주 노동자가 가장 많을 거예요. 전국에서.

 

noname01.png 〈오징어게임〉 보셨죠? 거기에 이주민이 일하는 공장이 나오잖아요? 그 공장이 안산에 있는 사업장이거든요. 그런 공장이 안산에 되게 많아요. 5인 미만인. 사업주가 사업주라기보다 완전 노동자인 그런 공장도 많고요. 피폭 사고가 나고, 그리고 다른 지역일 텐데, 핸드폰 업체에서 메탄올 누출로 노동자들이 실명되기도 하고. 이런 사건들을 보면서 심리적으로 아프더라고요. 노동안전보건 분야의 활동이 우리나라에서 많이 보장되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자주 해요.

 

noname02.png 맞아요. 그런 뉴스를 보면 우울하죠.

 

noname01.png 《굴뚝 속으로 들어간 의사들》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화성시 향남에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라는 곳이 있더라고요. 관련 활동가가 경기도 노동단체 네트워크에 들어와 있어서 인사한 적이 있어요. 노동단체에서는 노동안전보건을 당연하게 주장하잖아요. 이제는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의사 집단도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noname02.png 정말 공감해요. 오늘 인터뷰하면서 많은 걸 느끼고 배웠어요. 민아 님 같은 분이 활동하고 있는 안산센터가 점점 부러워지려고 합니다. 앞으로 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게 활동했으면 좋겠어요. 벌써 시간이 2시간이나 흘렀네요. 오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고맙고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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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쑤 2022.11.11 17:20
    사람들 속에 스며드는 멋진 활동가 송민아 님을 만나 정말 좋습니다. ^^
  • 최놈 2022.11.11 17:36
    음성지원 되네요~ 멋진 활동가와 함께해서 늘 영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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