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잇] 배달의민족은 실제 배달거리만큼 배달료를 줄까요?

by 센터 posted Oct 3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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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우리동네노동권찾기 대표

 

 

1,100여 건의 배달 데이터를 모았습니다

 

올해 초 기고한 글에서, 곧 달라질 배달의민족 기본 배달료 체계에 따라 100여 건의 데이터를 샘플로 계산을 해봤습니다. 참고로 배달료 체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소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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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금액은 말 그대로 기본료입니다. 임금으로 치면 기본급에 해당한다고 보면 됩니다. 각종 수당에 해당하는 프로모션이나 기상할증 등은 별도로 추가됩니다.

배민은 직선거리*1.35=실거리 라고 계산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500m를 실거리로 바꾸면 675m라는 수치가 나온 것입니다. 다만, 1,500m는 노조와의 협상과정에서 노조의 요구로 1,500m*1.35=2,025m지만, 이 수치를 1,900m로 낮추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80원의 할증을 좀 더 가까운 거리에서부터 받을 수 있게 되겠지요.

지난 4월부터 이 제도가 공식 시행된 뒤 6개월이 지났습니다. 변화가 잘 정착되었을까요? 이것을 확인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배민이 계속해서 자체 모니터링을 하며 기술적 보완을 하는 것이었겠지만, 기대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그렇다고 느낌적인 느낌을 불만처럼 얘기하면서 공허한 말을 카톡과 카페 게시판에 쓴다고 바뀌는 건 없습니다.

그래서, 라이더유니온PM협의회(준)은 서울노동권익센터의 지원을 받아 모니터링 작업을 했습니다. 그 결과 3개월간 도보 1명, 자전거 3명이 1,100여건의 데이터를 수집하였습니다. 이 데이터를 기초로 배민에서 실거리라고 표시하는 거리(배민 실거리)와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계산한 거리(실제 실거리)에 따른 배달료 간의 차이를 분석해 봤습니다.

 

확인된 가설들

 

지난 글에서 제한된 데이터를 통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이야기했습니다. 기초 데이터가 100개가 아니라 10배가 넘는 1,100여 개라면 조금 더 설득력이 있을 겁니다.

시간 관계상 전체 데이터를 바탕으로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습니다. 대신 제가 모았던 550개 데이터의 통계를 가지고 확인한 몇 가지 문제를 밝힙니다.

 

첫째, 배민이 제시한 직선거리와 실거리 사이의 비율은 1.35가 아니라 1.64였습니다.

 

우리가 직접 계산한 실제 실거리 총합과(998,859m) 직선거리 총합과의(607,090m) 비율은 1.64였습니다. 도대체 1.35라는 비율이 어떤 근거로 나왔는지를 아직 알지 못합니다. 과학적이고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배달료 체계 정책이 되려면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합니다. 만약 근거가 부족하다면 배달료 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합니다. 그리고 재검토 과정에서는 배달거리를 단순히 직선에서 실거리로 변환하는 수준이 아니라 개선되는 방향이 돼야 할 것입니다.

 

둘째, 배민이 제시한 실거리와 우리가 직접 계산한 실제 실거리 간의 합계차이는 91,000m가 넘었습니다.

 

앞선 비율만큼의 거리 차이는 아니지만 어마어마한 거리를 공짜로 라이딩해줬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정말 단순하게 675m를 배달료 3,000원으로 환산해 본다면 40만 원이 넘는 금액이 됩니다. 배민은 몇 달 간 사용한 거리 계산용 네비게이션의 오류로 인한 91,000m의 오차를 대체 어떤 식으로 보상해 주려나요? 아쉽게도 지난 10월 11일부터 상용 네비게이션으로 시스템을 교체한다는 것만 공지했지, 그간의 오류로 인해 발생한 공짜 노동에 대한조치는 전혀 없는 상태입니다. 이것은 흡사 월급에서 기본급을 계산하는 회계프로그램을 잘못 사용해 금액이 차이가 났음에도 전혀 소급하지 않고 ‘이제부터 잘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것을 용납해야 할까요?

배민은 거리 간 오차가 생긴 부분을 라이더 개인이 계산해 오면 보상해준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 계산을 왜 라이더가 하느냐는 것입니다.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가 전체 라이더들이 손해 본 액수를 계산해서 돌려줘야 정당한 것 아닙니까?

 

셋째, 배달료는 장거리일수록 이익, 단거리는 직선 때와 거의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손해입니다.

 

배달료 체계는 3개의 구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전체 데이터를 구간별로 합계를 구하고 직선거리일 때의 구간별 합계와 비교를 해봤습니다. 3,000원과 3,500원 구간에서는 오히려 직선거리일 때 금액이 더 높았습니다. 3,500원 이상을 받을 때는 실제 실거리일 때의 총합이 더 높았습니다. 이것은 장거리를 갈 때만 이익이 커진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단거리일 경우에는 별다른 장점이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현재의 배달료 체계를 좀 더 세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직선거리의 실거리 변환 비율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구간을 한 두 개 더 구분한다면, 거리만큼의 비율대로 배달료를 현실화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충분한 정보 제공만이 혼란을 없앤다

 

이 글을 쓰는 현재, 새로운 네비게이션 시스템이 적용된 첫날입니다. 그런데 여전히 온라인 공간에서는, 제대로 거리 반영이 안 되어 있다고 아우성입니다. 대체 이 거리 수치대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며 분노를 터뜨리고있습니다.

배민은 막대한 데이터와 알려지지 않은 알고리즘, 그리고 네비게이션 시스템을 무기로 하여 자신들이 제시한 것이 과학적이기 때문에 믿고 따르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배달 실거리는 그들이 내세운 주장이 얼마나 허황되고 엉터리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상용 네비게이션 시스템을 교체했다고 하는데, 대체 어느 회사의 제품인지도 우리는 모릅니다. 이 정보를 알려줘야 라이더들이 각자 시스템을 이용해보고 나오는 수치에 대해서 납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혼란과 불신만 키울 게 뻔합니다.

나의 임금이 어떤 방식으로 계산되는지 잘 모른다면, 대체 어떤 노동자가 회사를 믿으면서 열심히 일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일하는 노동자는 그저 ‘노예’일 뿐입니다. 우리는 당연히도 ‘노예’가 아니기 때문에 ‘행동’으로 우리의 권리를 확장해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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