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잇] 자전거로 무엇까지 배달해봤니?

by 센터 posted Aug 2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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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 배달 체험기

 

김창수  우리동네노동권찾기 대표

 

 

배달 노동하면 보통은 음식 배달이 떠오를 것입니다. 어떤 음식이든 배달 안 되는 게 없을 정도지요. 전통시장이라고 불리는 재래시장에 있는 가게들도 배달 앱에 입점하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아주 가끔이지만, 꽃을 함께 판매하는 카페가 있었는데, 케이크과 꽃다발을 주문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케이크만 하더라도 정말 최선을 다해서 저속력으로 가는데 꽃다발까지 추가가 되니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습니다. 최대한 평평한 길로 최저 속도로 조심 조심 배달을 하던 그 당시의 느낌이 아직까지 느껴지네요.

 

퀵커머스의 시대

 

음식 배달의 가지치기처럼 배달 영역은 점점 더 넓어지고 있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은 2018년 11월 공산품 배달 서비스 ‘배민마켓’으로 이 서비스를 처음 선보였고 이듬해 11월 'B마트'로 명칭을 바꿨죠. 신선식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통기한이 긴 1인용 가정간편식, 가공식품 등 공산품을 자체 물류 창고를 통해 30분~1시간 내 배달해줍니다. 그때만 해도 반신반의했습니다. ‘동네 슈퍼나 편의점 가면 살 수 있는 것을 누가 배달까지 해가며 소비할까’하는 의구심이 많았죠.

그러나 우아한형제들은 ‘B마트’를 앞세워 보란 듯이 이 일을 해내고 있습니다. 커머스 업계에서 ‘새벽배송 다음으로 새로운 소비자 욕구를 찾아냈다’고 ‘B마트’를 평가하는 이유입니다.”

(블로터, “논란의 'B마트', '배달의민족'보다 더 무섭게 성장했다” 중에서, 2021. 4. 3.)

 

이 기사에서 보듯 배달의민족은 음식을 넘어서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에서 살만한 물품들까지 배달해줍니다. 요기요는 요마트, 부릉은 V마트 등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네요. 심지어 10분 만에 식료품을 받을 수 있다는 ‘10분 특공대’라는 서비스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걸 통칭해서 2시간 이내에 배송한다는 의미로 퀵커머스Quick Commerce라고 한답니다.(물류신문) 음식 배달이 2시간 걸리면 난리 나겠지만, 이렇게 시간이 걸려도 되는 물품들이 많습니다. 비마트에서 판매하는 물품들이 그렇죠. 심지어 수박 반 통까지 배달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나름 넉넉한 시간이 확보되니 비마트 배달은 한 번에 한 집 배달이 아니라 2, 3개 묶음 배송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음식 배달이 아니라 비마트만 집중 공략하는 노동자들도 있습니다.

 

넉넉한 시간 동안 배달이 가능한 품목들이 우리 주변에도 꽤 많습니다. 최근에 제가 체험하고 있는 품목 중에는 빵집, 올리브영, 편의점 등입니다. 기존 음식 배달보다 단가는 낮습니다. 편의점 배달은 3~4천 원, 빵집과 올리브영은 2~3천 원에서 오르락내리락합니다.

지난 두 달여간 경험한 배달의 경험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건수가 많지는 않아서 확정해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으니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체험해본 새로운 배달 앱

 

6월부터 두 달여간 세 개의 배달 플랫폼을 사용해 봤습니다. 각자 품목도 다르고, 장단점도 뚜렷합니다. 간단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표_올라잇.jpg

 

배달 플랫폼 경험의 총평

 

음식 배달과는 또 다른 맛이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평가라고 하기엔 짧은 시간이지만, 그래도 느낌적인 느낌이라도 소개하고자 합니다.

 

첫째, 자투리 시간에 잠깐씩 나갔다 오는 것이 가능한 경우라면 선택해볼 수 있는 배달입니다. 기존의 배달 노동은 당연히 음식 배달이었습니다. 음식이라는 것이 특성상 여유 있게 이동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원 상태 온도를 최대한 유지도 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막상 배달 노동을 마음먹기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편의점, 올리브영의 배달 물품은 마음을 바쁘게 하지는 않습니다. GS편의점은 25분 정도 배달 시간을 줍니다. 올리브영은 60분입니다. 그러니 여유 있게 배달을 할 수 있고, 보온이 가능한 배달 가방이 아니어도 됩니다.

 

둘째, 기존 음식 배달 노동자들이 배달 콜이 별로 없는 때에 보조할 수 있는 유용한 배달 형태입니다. 저 같은 경우 음식 배달 콜이 없는 경우 로그인해놓고 아무거나 울리기를 기다리다 잡히는 대로 하기도 합니다. 간간이 하니 배달료가 많지는 않으나, 일주일 커피값 정도는 벌 수 있는 정도입니다.

 

셋째, 아직은 플랫폼 환경이 많이 불편합니다.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돼서이기도 할 텐데, 앱 화면이나 기능이 노동자 친화적이진 않습니다. 얼마나 오래 갈진 모르겠지만 많이 다듬어야 할 것 같습니다.

 

넷째, 산재의 위험성에 대해 조심 또 조심해야 합니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에게 적용되었던 ‘전속성’ 기준이 폐지되긴 했지만, 법 시행 자체는 2023년 7월 1일부터입니다. 앞으로도 1년 동안에는 불의의 사고에 대한 보상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더구나 이런 플랫폼만으로 전속성 기준(월수입 116만 4천 원, 혹은 월 노동시간 97시간 이상)을 충족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서 더 조심해야 하겠습니다.

 

왠~지 배달하고 싶어질 때는

 

코로나와 배달을 통한 수익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설왕설래가 오가는 요즘입니다. 지난 기사에서 여름이 지나는 걸 봐야 한다고 얘기했는데요. 사실 6월보다는 훨씬 더 배달 수요가 많아지긴 했습니다. 다만, 한 건당 1~2만 원 주던 때는 다시 안 올 것 같습니다. 여기에 단건 배달이 정착했기 때문에 수익이 월등히 높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시간 투자 대비 수익이 나쁘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조심스럽지만, 배달 노동자들이 순식간에 빠져나가는 일은 일어나지 않으리라 예상합니다.

 

그리고 음식뿐만 아니라 다양한 물품 배달이 가능해지고 있습니다. 음식 배달의 효용성을 맛본 소비자들에게 이제 자본은 더 많은 소비재를 배달해주겠다고 유혹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비나 눈이 올 때만 배달을 시키지 않을 겁니다. 편안함을 찾고 싶은 상황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고 그때마다 우리는 배달 앱을 열 것입니다. 늘어난 배달은 플랫폼 노동을 통해 해결해갈 것이고, 그 노동으로의 진입장벽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배달 노동을 누구나 하는 시대는 결국 누구나 노동자인 시대입니다. 그 노동이 위험하지 않으려면, 존중받으려면, 적절한 보상을 받으려면 무엇이 필요할지 우리의 고민이 멈추어선 안 되겠습니다. 잘 고쳐 써야 할 플랫폼 노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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