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와의 동행’이 무색한 서울시 노동 정책

by 센터 posted Aug 2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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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남신 센터 이사, 서울노동권익센터 소장

 

 

소회

 

서울노동권익센터 소장으로 온 지 2년 3개월여 지났다. 오자마자 겪은 박원순 시장 유고 사태부터 오세훈 시장 연임까지 바람 잘 날 없는 나날이었다. 중앙정부의 노동존중사회 청사진을 견인하기도 한 서울시 노동 정책이 점차 후퇴하는 것을 도리없이 지켜봐야 했다. 작년 하반기 내내 불통 속에 진행된 서울시장의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예산 삭감 시도에 맞서 센터장들과 노조가 백방으로 힘 모아 방어해냈다.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던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이 삭감 예산 복구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공조하면서 가능하기도 했다. 시급하게는 23개로 늘어난 노동센터 상근자들의 일할 권리를 지키고 센터 활동 성과를 제대로 홍보하는 것이 중요했다. 더 나아가서는 취약노동 계층 권익 보호와 개선이라는 노동센터 고유의 역할과 중요성을 시민들에게 알려내는 과정이었다. 더불어 따릉이처럼 시민들의 효능 체감도가 높진 않지만, 일상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노동의 대가와 권익 보장을 위해 애써온 노동센터들의 위상과 의미에 대해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구청장 17(국민의힘):8(더불어민주당), 시의원 76(국민의힘):36(더불어민주당). 지난 6월 지방선거 결과다. 서울시 판도가 뒤바뀌는 바람에 우려가 컸지만, 서울시 직제 개편에서 노동공정상생국이 개명 없이 유지되고 노동정책과의 선임과 지위도 변동 없는 건 다행이다. 문제는 민간위탁기관 전반에 대한 예산 삭감이다. 벌써부터 찬바람이 분다. 예산의 근거가 되는 사업계획에 대한 최소한의 협의조차 없이 윗사람 지시로 일률적인 삭감 작업이 강행 중이다. 코로나 재난 시기 취약노동 계층의 어려움은 더욱 커졌기에 오히려 예산을 확충해야 할 사업이 한둘이 아닌데도 사업 주체와는 일언반구 소통 없이 일방삭감 기조로 밀어붙이고 있다. 지금도 이런저런 노동 관련 부가사업 요청을 해오면서도 정작 내년 본예산은 깎겠다 하니 이런 모순이 없다. 선출직 공무원의 권한은 인정하고 존중하지만, 이런 방식의 예산 삭감은 거버넌스의 기본을 무너뜨리는 반민주적 행태이고 심각한 갑질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정 방향으로 강조한 ‘약자와의 동행’이 무색하다. 이게 ‘서울시 바로 세우기’라면 자기기만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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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3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열린 오세훈표 반시민·반노동 예산 삭감 반대 민간위탁 노동자 결의대회 

 

 

취약노동 계층을 위한 지방정부 민간위탁기관

 

지방정부 지원예산으로 운용되는 민간위탁기관의 의미에 대해 새삼 심사숙고해본다. 정부 예산을 지원받느냐 마느냐가 민주노조 운동의 징표로 논란되던 시점에 왜 서울노동권익센터를 수탁받는 결정을 했는지 당시 초심을 되돌아본다. 비정규직 노동조합 가입률이 2~3% 내외로 고착화돼 양극화로 분절된 노동시장 구조 속에서 양대 노총은 조합원들의 이해와 요구를 우선하는 대중조직 연합체로서 대표 역할을 일정하게 했지만, 일상적인 고용불안과 온갖 차별에 시달리는 노조 바깥의 대다수 비정규직과 작은 사업장 노동자 등 취약노동 계층을 아우르는 이해 대변 역할은 제대로 하지 못했다. 지역의 민간 비정규 노동단체들이 건강한 문제의식으로 그런 역할을 하고자 고투했지만 열악한 재정 등으로 활동을 지속하기 어려운 현실도 극복해야 할 당면과제였다. 지방정부 예산지원을 받는 노동센터의 필요성이 주목받게 된 배경이었다. 2014년 여러 토론과 숙의 과정을 거쳐 당시 노동존중특별시를 표방한 전향적인 서울시 노동 정책 기조를 활용해 취약노동 계층 이해 대변 역할을 할 수 있는 노동센터를 수탁받자는 결정에까지 이르게 됐고, 현실적인 제약과 한계에 부닥치면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내며 여기까지 왔다.

 

민간위탁기관인 노동센터는 공적 예산으로 민간 부문 취약노동 계층 권익 보호와 개선을 위해 활동하는 중간지원조직이다. 노동 부문 전문성과 현장성이 부족한 행정기관 공무원들이 할 수 없는 역할의 권한을 위임받아 수행한다. 서울시의 공신력과 예산으로 안정적이고 다양한 부문에서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회적 약자 노동자들을 위해 활동하는 노동 전문기관이다. 현재 서울에만 노동센터 상근자 규모가 150여 명이 넘는다. 10년 전을 떠올리면 상상할 수 없는 커다란 변화다.

 

민간위탁기관 노동센터들의 전망

 

코로나 재난이 장기화하면서 특수고용과 프리랜서를 비롯한 취약노동 계층 또는 비공식 부문 노동자들의 처지는 더욱 고단하고 힘겨워졌다. 노동센터들의 확장된 역할이 요청되고 있는 이때 서울시장은 외려 ‘서울시 바로 세우기’란 프레임으로 민간위탁기관을 부당하게 공격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 노동센터들의 활동 성과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예산과 사업계획에 대해 민간위탁기관과 객관적 평가를 바탕으로 협의하지 않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사회적 약자와의 동행을 강조해온 오세훈 시장은 왜 취약노동 계층이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고 여기는지 되묻고 싶다. 지금이라도 시정해야 마땅하다.

 

서울노동권익센터는 비정규 노동 전문단체가 서울시로부터 수탁해 운영하는 민간위탁기관이자 중간지원조직으로서 수탁기관의 운동성과 네트워크, 서울시의 공신력과 행정자원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취약노동 계층 권익 개선을 위해 활동하고 기여하는 기관이다. 앞으로 할 일도 많고 개선 과제도 적지 않다. 취약계층 노동자의 노동권익 보장 및 이해 대변과 조직화 확대, 서울시 노동 정책 개입, 광역 노동 허브 역할 강화와 서울 민간 노동 정책의 컨트롤타워 등 다방면으로 해야 할 역할이 산적해 있다. 지금 마주하고 있는 정치적 조건이 만만찮지만, 지금까지 성과 있게 해온 활동을 이어가면서 진전시켜나가야 한다.

 

민간위탁기관은 서울시장이 원청 사용자인 간접고용 비정규직이다. 모든 노동센터가 1년에서 3년 주기로 수탁기관 갱신 심사를 거쳐야 한다. 대단히 불안정한 구조다. 작년부터 2회 이상으로 늘린 지도점검과 올해 시의회가 추진 중인 시민단체를 배제하는 심사위원회 구성 개편 조례 내용을 보면 문제가 많다. 그간 유예돼온 민간위탁 구조의 불안정성(수탁기관 변경, 단기 수탁 기간, 활동 제약 등) 문제가 해결해야 할 선결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참에 노동센터들의 전망과 관련해 노동재단을 설립하는 방향으로 갈 것인지, 현재의 지자체 지원센터들을 광역노동권익센터 중심으로 연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인지 다양한 대안 구조 마련 논의가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양대 노총 지역본부와 노동조합 등 다양한 민간 부문과 연계한 네트워킹과 연대협력 강화는 필수다. 무엇보다 노동센터 상근활동가들이 중장기 전망 속에서 취약노동 계층 권익 보호와 개선이란 핵심 사업 과제에 활력 있게 집중할 수 있도록 주력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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