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보고 시험 보고

by 센터 posted Jun 2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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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명  시골에서 이것저것 하는 사람 

 

 

5월

장수로 귀농할 때 생각했던 것 중 하나가 장수는 산이 많으니까 산에서 뭔가를 하면서 먹고 살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나는 지금 3년째 산림과에서 기간제 노동자로 군유림을 관리하면서 산림소득사업을 지원하는 일을 한다.

 

그런데 지난달에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발생했다. 장수에 있는 여러 산중에 백두대간을 지나는 구간이 있다. 백두대간은 덕유산에서 남덕유산, 영취산, 백운산, 봉화산을 지나 지리산으로 이어진다. 남덕유산과 영취산, 봉화산이 장수에 속하고 백운산은 함양에 속한다. 영취산에서는 금남호남정맥이 시작되어 장안산, 사두봉, 신무산, 팔공산, 천상데미, 덕태산, 성수산을 지나 진안 주화산까지 이른다. 이러한 백두대간과 금남호남정맥을 구간별로 종주해보고자 맘먹고 몇 구간을 등반했다.

 

지난 5월 4일에는 금남호남정맥의 일부분인 밀목재에서 수분령까지 구간을 등반했는데, 그때 산삼을 캔 것이다. 태어나서 산삼을 캔 것도 첨이지만, 산삼이 어떻게 생긴 지도 몰랐다. 그냥 등산로 따라 걷다가 눈에 보여서 캤다. 크기나 나이는 잘 모르지만, 십수 년을 넘은 것은 확실했다. 왜냐하면 얼마 전에 산양삼 16년 된 것을 선물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것보다는 컸기 때문이다. 마침, 5월 7일에 진도에 사시는 장인어른과 장모님, 아내의 가족들이 놀러 왔고 5월 8일 어버이날을 우리 집에서 모여 보내기로 했던 터라 아버님께 선물로 드릴 수 있었다. 내 생애에서 본 적도 없는 산삼을 캐서 어버이날 선물로 드릴 수 있다니··· .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가슴 짜릿하고 즐거운 추억이다. 나는 심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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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요즘 나는 나무의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주중엔 기간제로 출근하고 주말엔 농사지으면서 주경야독을 넘어 아침과 저녁에 열공을 한다. 말이 열공이지 실제 하루에 두 시간 남짓 책을 볼 수밖에 없는데 피곤해서 졸기 일쑤다. 다행히 유튜브로 동영상 틀어놓고 운전하면서 또는 밭일하면서 자주 들을 수 있어 공부에 도움이 되고 있다.

 

나무의사가 뭔가 생소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나 또한 나무의사라는 걸 지난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으니까. 나무의사는 나무에 병이 생겼을 때 나무의 병이나 상태를 진단하고 처방하는 일을 하는 자격증으로 내년 6월 이후에는 나무의사만 모든 나무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할 수 있게 된다.

 

지난 2018년에 법이 개정되어 처음 생겼고, 일 년에 두 번 정도 시험이 있어 올해 7회와 8회 시험이 있다. 나는 올해 2월부터 10월에 있는 8회차 시험을 목표로 했고, 경험 삼아 6월 4일에 치른 7회차 필기시험을 보았다. 그런데 시험이 내가 딱 아는 만큼만 나와서 겨우 60점 언저리에 도달한 것 같기는 한데, 자세한 점수나 합격 여부는 7월 1일 발표가 나 봐야 안다. 나무의사 시험도 시험이지만, 평소라면 내가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가지지 않았을 일이 내게 생겼다. 내가 책에서 배운 수목병리학이라는 과목 중에 녹병 분야가 있다.

 

향나무 입장에서는 향나무 녹병이라고 하고, 배나무 입장에서는 배나무적성병이라고도 하며, 사과나무, 모과나무에도 잘 전염되어서 사과나무 적성병, 모과나무 적성병이라고도 하는데 모두 한 가지 병균이 일으키는 병이다. 적성병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붉은 별 무늬가 나무의 잎에 생기는 병이다. 이 병은 초봄에는 배나무, 모과나무, 사과나무 잎사귀에서 작은붉은 별 무늬를 보여주다가 점점 커지면서 잎사귀를 울퉁불퉁하고 붉게 만들어 보기가 흉측해진다. 그러다가 6월이 되면 근처의 향나무로 옮겨가서 겨울을 나면서 향나무를 병들이고 봄이 되면 또 배나무, 사과나무, 모과나무로 와서 나무를 병들이고 고사시킨다.

 

올해 야심 차게 돌배나무를 몇 그루 심었는데 나무 뒤에 묘지가 있고 그옆에 있는 향나무 때문에 녹병이 창궐했다. 이 병을 어찌할까 고민이다. 책에서는 두 가지 중 하나를 베어내라고 처방하고 있다. 내 맘이야 향나무를 베어내고 싶지만, 묘지나 나무는 내 소유가 아니다. 그렇다고 내 모과나무와 돌배나무를 베어낼 수는 없는 일이고··· .

 

조선 후기 실학자 서유구 선생은 《행포지》라는 서적에서 향나무와 배나무의 관계를 이야기하면서 붉은별무늬병을 언급한 바 있다. 이미 백수십 년전부터 살아온 끈질긴 수목병이라는 게 정말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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