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시간노동] 초단시간 노동자 100만 시대, 노동운동은 무엇을 해야 할까?

by 센터 posted Jun 2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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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사단법인 유니온센터 이사 

 

 

위기 때마다 한 단계씩 증가해 온 초단시간 노동

 

코로나19 사태는 전 세계적으로 세계대공황 급으로 고용에 충격을 주었다.우수한 방역 성과를 내세우는 한국도 고용지표는 조금 나은 수준에 불과했다.이러한 코로나19 고용위기 속에서 가장 먼저 잘린 노동자들이 일주일에 15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초단시간 노동자이다. 2020년 2월에 140만 7천 명에서,2020년 3월에 107만 2천 명으로 단 1개월 만에 초단시간 노동자 세 명 중에서 한 명이 잘린 것이다. 그러나 이내 처음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시작하자 가장 먼저 고용되는 것은 역시 다시 초단시간 노동이었다. 이렇듯 현재 한국의 노동시장에서 가장 극단적으로 유연한 노동의 영역 중 하나가 바로 초단시간 노동자이다.

 

편의상 장기 시계열로 추세를 살펴보기 위해서 전체 임금 노동자 중에서 17시간 이하 노동자의 비율을 살펴보도록 한다. 과거 1980년대에 이러한 초단시간 노동자는 전체 임금 노동자의 1%도 채 되지 않는 수준일 때도 있었다. 그러나 경제위기가 노동시장에 충격을 주면 일시적으로 감소하였다가 이내 곧 드라마틱한 비율 상승이 발생해왔다. 1997년은 외환위기와 함께 주휴수당 등이 적용 배제되는 근로기준법이 시행되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하다. 이 시기에 90년대 내내 낮게 유지되어 있던 초단시간 노동자 비율이 2% 이내에서 순식간에 3% 내외로 상승한다. 그 이후 2003년 카드대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겪을 때마다 상승 추이가 더 가팔라졌다. 코로나19 이후로는 8% 내외까지 상승하였다.

 

전체 임금 노동자 중 17시간 이하 노동자 비율 추이 

 

3.그림1.jpg

자료 : 경제활동인구조사

※ 조사방법상의 요인을 감안하기 위해서 매달 15일이 있는 주의 휴일 수를 회색 막대로 표시

 

 

특히 초단시간 노동자 증가가 더욱 본격적인 문제가 되는 것은 2017년 이후이다. 경제위기 상황도 아닌데 점차 상승하는 추이가 급격해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을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무관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급격한 제동이 걸린 2020년에는 코로나19 사태가 포개지면서 그로 인한 영향을 확인하기 어렵게 되었다.

 

최저임금에 대한 과도한 공격과 노동운동의 수세적 대응

 

지금은 아득하게 느껴지는 문재인 정부 초기에 최저임금 1만 원이라는 구호는 말 그대로 사회적 대세였고 불평등 극복을 향한 사회적 에너지의 집합체였다. 그토록 필연적인 최저임금 인상이었지만, 실제 대폭 인상이 실행되자 어마어마한 공격이 쏟아졌고, 모든 사회경제적 문제의 원흉으로 지목당했다. 최저임금 운동은 2010년대 노동운동의 가장 빛나는 성과이기 때문에, 이 과정과 결과에 대한 정밀한 분석과 치열한 토론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속에서는 대폭 인상과 이에 대해 필요한 여타 제도 보완까지 이뤄낼 사회적 역학 관계를 되짚어보고, 더 좋은 전략은 없었는지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겠다. 2017년 전후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공격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나온 것 중에 하나가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사라진다와 함께 주휴수당 안 주기 위한 쪼개기 고용이 늘어날 것이라는 대목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공격에 노동운동은 수세적 대응으로 일관하였다는 점이다. 아르바이트 노동은 최저임금 운동에 가장 상징적으로 호명되었지만, 최저임금 운동의 성과로 겪게 될 딜레마에 대한 대응은 대단히 수세적이었다. ‘최저임금 올리면 쪼개기 고용이 늘어난다’라는 주장에 ‘그러한 영향은 제한적이다’로 보통 외면한 것이다. 혹시 이에 대해서 ‘그러니깐 초단시간에만 적용되지 않는 노동법을 고치자’라고 적극적으로 응수하고 대대적 운동을 전개할 수는 없던 걸까? 그러지 않았던 이유는 분명하다. 초단시간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인상 수준에서는 일종의 타협이 유도된다는 딜레마가 생기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 동력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당시 ‘보수 우위의 국회 지형은 정교한 제도 개혁이 가능하다고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체 최저임금 노동자에서는 ‘극히 일부의 문제’이기 때문에 등등이다. 그렇게 수세적 대응의 결과가 지금의 초단시간 노동자 100만 시대라는 것은 과장이라고만 말하기는 어렵다.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은 있다. 초단시간 노동을 배제하는 법과 제도를 손보는 것에 사회적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 주휴수당, 사회보험, 퇴직금에 대해서 접근해야 한다. 초단시간 노동은 더 이상 노동 내 극히 일부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는 오히려 최저임금 운동을 여기에 맞춰서 새로운 전략으로 구성해야 한다. 공공 영역을 중심으로 한 개별 사업장 임금 교섭 전략으로 최저임금이 과도하게 연계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 경제 차원에서 필요한 조정과 논의가 전개되어야 한다. 최근 세계 경제 요인으로 인한 물가 상승이 점차 현실화되면서, 최저임금 인상 필요성은 커지지만, 동시에 물가 상승에 대한 반감도 커지면서 중산층을 중심으로는 최저임금 인상을 해도 물가만 오른다는 인식도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최저임금 인상을 과거와 같은 대폭 인상 우선 전략이 아닌 물가 상승과 평균 소득 상승에 대한 대응을 중심으로 격차 악화 방어 전략으로 전환해야 하는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오히려 초단시간과 같은 노동법에서 배제되는 영역에 논의가 보다 집중되어야 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제도적 수단이 충분히 활용되어야 한다.

 

3.기자회견.jpg

청년유니온이 주휴수당 기본급화를 중심으로 한 최저임금 협상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청년유니온)

 

바닥 아래 지하실에 놓인 초단시간 노동

 

최저임금을 흔히 노동의 가치에 대한 최저선을 지키는 제도, 밑바닥 노동을 보호하는 제도라고 말한다. 한국의 노동시장은 우습게도 바닥 아래에 지하실이 있는 형국이다. 그 지하실에는 최저임금 노동자 중에서도 반쪽짜리 노동법만 적용받는 초단시간 노동자가 있고, 최저임금을 포함하여 노동법 자체를 적용받지 못하는 무늬만 프리랜서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그리고 일자리로 취급받지 못해서 노동이라고 여겨지지도 않는 열정페이 노동자가 있다.

 

초단시간 노동자가 많이 분포하는 20대 청년의 인구수 자체가 감소 추이에 접어들고, 다가올 경기침체 속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사회적 동력은 낮아져 있다. 초단시간 노동자의 비율이 크게 증가하지 않을 구조적 요인들이 당분간은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한번 불안정화된 일자리들이 다시 안정화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미 초단시간 일자리로 대체하기 시작한 일자리들이 더 나아질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초단시간으로 대표되는 최소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바닥 아래의 일자리들을 끌어 올리는 것이 사회의 기준선을 정상화시키는 일이다. 이를 위한 제도 개선과 싸움들에 보다 집중하는 것이 코로나19 이후 한국 사회의 노동에서 더욱 중요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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