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 중 실직 경험의 불평등1)

by 센터 posted Jun 2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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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웅 센터 이사, 부경대학교 경제학과 부교수

 

 

경제위기는 거시경제적 사건이지만 그로 인한 노동시장 충격의 영향은 노동자 세부집단 간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2020년 시작된 코로나 위기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 글은 한국노동연구원의 〈한국노동패널조사〉 자료를 이용해 코로나 위기가 노동자 실직에 미친 영향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에 어떠한 차이를 보였는지를 살펴본다.

 

비정규직 실직률이 정규직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아래 [그림]은 지난해 조사 때는 정규직 또는 비정규직으로 취업 상태에 있던 노동자가 올해 조사에서는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비자발적 사유로 인해 미취업 상태로 전환된 비율(%)을 보여준다. 임금 노동자의 퇴직 사유 중에서 “직장의 파산·폐업·휴업 등으로 인해”, “정리해고로 인해”, “권고사직”, “계약 기간이 끝나서”, “일거리가 없거나 적어서” 등에 해당하는 경우를 비자발적 실직으로 정의했다.

 

한울림_그림.jpg

 

 

비정규직의 비자발적 실직률은 2017~19년 평균 3.6%에서 2020년 7.3%로 3.7% 포인트 증가했다. 정규직의 비자발적 실직률은 같은 기간 1.2%에서 2.8%로 1.6% 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 위기 첫해에 두 집단 모두 비자발적 실직률이 증가했지만, 비정규직의 증가 폭이 정규직보다 두 배 이상 높았음을 의미한다(3.7%p/1.6%p=2.3배).

이와 반대로 명예·정년 퇴직, 일에 대한 불만족, 가사·육아 등의 사유로 인한 자발적 실직률은 정규직이 3.8%에서 2020년 4.2%로 0.4% 포인트 상승했고, 비정규직이 7.9%에서 7.8%로 0.1% 포인트 하락했다. 코로나 위기 중 비정규직의 실직률 증가는 대부분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비자발적 사유에 기인한 것이다.

 

근속기간과 노조 가입률 차이가 큰 영향

 

비정규직의 비자발적 실직률이 정규직보다 높았던 주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근속기간이 짧고 기업 특수 숙련 투자량이 적어 사업주들이 고용유지 비용을 지출하며 기존 고용 관계를 유지할 유인이 작기 때문이다. 둘째, 사업주의 해고 결정으로부터 자신의 일자리를 보호할 법·제도적 수단이 부족해서이다.

 

2019년 일자리 특성과 2020년 비자발적 실직률 간 관계를 보면, 근속연수 5년 또는 10년 이하 노동자는 해당 연수 이상 장기근속 노동자보다 2~3배 높은 확률로 비자발적 실직을 겪었고, 노동조합 비가입자는 노동조합 가입자보다 5~6배 높은 확률로 비자발적 실직을 겪었다. 이러한 요인의 효과 크기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에 큰 차이가 없었다.

 

문제는 비정규직의 장기근속 및 노동조합 가입자 비중이 정규직보다 훨씬 낮다는 것이다. 비정규직의 2019년 기준 5년 초과 근속자 비중은 28.2%, 10년 초과 근속자 비중은 15.1%로 정규직의 절반 정도였고, 노동조합 가입률은 2.7%로 정규직의 1/5 수준에 그쳤다.

 

실업급여 수급률은 비정규직이 정규직의 절반 수준

 

비자발적 실직률 증가 폭은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두 배 이상 높았지만, 비자발적 실직 후 실업급여 수급률은 비정규직이 정규직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아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2020년 비자발적 실직자의 실업급여 수급률은 정규직이 40.2%, 비정규직이 21.2%였다. 최근 OECD에서 발간된 Im-mervoll 등(2022)의 보고서는 다른 OECD 회원국과 비교해도 우리나라 임금 노동자의 실직 후 사회급여(실업급여와 생계급여 등) 수급률이 전체적으로 매우 낮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수급률 격차가 크다는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실업급여 수급률 격차의 주된 이유는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고용보험 가입률이 낮고, 고용보험에 가입했더라도 실직 전 보험료 납부 기간(18개월 중 180일 이상) 등의 수급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의 2019년 기준 고용보험 가입률은 52.4%로 정규직(80.4%)의 2/3 수준에 그쳤다.

 

한울림_표.jpg

 

 

비정규직 사회안전망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이 글은 코로나 위기 전에도 심각했던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소득 격차가 코로나 위기 중 비자발적 실직률 격차와 실업급여 수급률 격차로 인해 더욱 큰 폭으로 확대되었음을 보여준다. 전 세계 177개국의 자료를 분석한 국제통화기구(IMF) Furceri 등(2021)의 보고서는 대규모 전염병이 발생하면 소득 불평등이 해당 연도뿐 아니라 이후 5년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확대된다는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코로나 위기로 인한 실직 경험이 노동자 본인과 가족의 삶에 미치는 중장기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소득안정 및 재취업 지원 정책이 시급하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 수는 3월 정점을 지나 감소세에 있지만, 이번 위기 중 다시금 확인된 우리 사회의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취약한 사회안전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경제위기는 언젠가 또다시 발생한다. 그때는 우리 사회의 위험 분담 및 취약계층 지원 시스템이 지금보다 나은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이번 위기를 근본적 제도개선 계기로 삼아야 한다.

 

∙ ∙ ∙

1) 이 글은 한국노동연구원의 2021년 고용영향평가 연구시리즈(장인성 외, 2021)로 처음 작성되었고, 한국산업노동학회 《산업노동연구》 2022년 2월호, 노동포럼나무 이슈페이퍼 제1호, 매일노동뉴스 6월 13일 칼럼으로 발표된 글을 정리해 재수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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