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Talk] 평생 못 만날 뻔했던 사람들_양현아 울산북구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기획팀장

by 센터 posted Apr 2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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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이 [크기변환]현아.jpg 양현아 울산북구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기획팀장

 

○ 인터뷰어 [크기변환]윤수.jpg 임윤수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교육부장

                [크기변환]깡.jpg 강인수 센터 상임활동가


 

 

하루 만에 그만둔 PC방 알바

 

[크기변환]깡.jpg 현아 씨, 안녕하세요~ 한비네 활동가 인터뷰 두 번째 주인공이에요. 릴레이 인터뷰 형식을 고민하고 있어서 첫 인터뷰에 응해주셨던 윤수 씨가 주로 진행을 하고 저도 궁금한 게 있으면 중간중간 질문할게요.^^  편하게 답해주시면 될 거 같아요.

 

[크기변환]윤수.jpg 네, 그럼 제가 먼저 질문을 할게요. 우선 현아 님 소개와 울산북구센터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알려주세요.~

 

[크기변환]현아.jpg 네, 안녕하세요! 인터뷰하기 전까지 고민이 엄청 많았는데 질문지 받아보고 고민이 싹 사라졌어요. ㅎㅎ 제가 대답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을 거 같더라고요. 전 경비 노동자, 청소 노동자 등을 만나 실태조사하고,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기획 업무를 주로 해요. 작년에 제조업 노동자 대상으로 심리지원 프로그램인 ‘아빠학교’를 진행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그래서 올해는 청년, 돌봄 노동자들을 대상으로도 하는데 저는 돌봄 노동자들을 맡았어요.

 

[크기변환]윤수.jpg센터에서 활동하게 된 계기는 뭐였어요? 사회운동에 관심이 있었나요?

 

[크기변환]현아.jpg20대 초반에 사람들이 노동법을 잘 모르기도 하고, 근로계약서도 잘 모른다고 느껴서 이걸 어떻게 알릴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어요. 그러다 노동인권지킴이 모집 홍보물을 보고 울산북구센터를 알게 됐어요. 그 홍보물을 보기 이틀 전에 PC방 알바를 했는데 그 PC방이 정말 악덕하다고 느꼈거든요. 저는 하루 만에 그만두긴 했지만 ‘여기서 계속 일하는 사람들은 어떡하지’라고 생각했죠.

 

[크기변환]깡.jpgPC방의 어떤 점을 보고 부당하다고 생각했나요?

 

[크기변환]현아.jpg일단 근로계약서가 정말 신기했어요. 한 달분 임금을 바로 주지 않고 퇴사할 때 준다는 거였는데, 6개월 전에 그만두면 그마저도 안 준다는 문구가 있었어요. 그리고 컴퓨터가 100대나 있을 만큼 넓은 곳이었는데 알바 노동자를 한두 명만 고용해서 일을 시키는 거예요. 알바 노동자가 점심시간에 컵라면을 사먹으니까 사장이 “더 비싼 걸 먹어야 내가 돈이 되지.”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 곳이었어요. 자기가 게임한다고, 앉을 데도 없는데 면접자를 1시간씩 대기시키기도 하고요.

 

[크기변환]윤수.jpg그러면 그 악덕 사장을 만난 것이 노동인권지킴이를 하게 된 주요한 계기였나요?

 

[크기변환]현아.jpg그렇죠. 그 PC방에서 악덕 사업주를 만나지 않았다면 센터에 오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크기변환]깡.jpg그 이전에는 노동 문제에 관심이 없었던 거예요?

 

[크기변환]현아.jpg음~ 제가 지금은 자주 못 읽지만, 그 전엔 책을 많이 읽었거든요. 그때 읽었던책 중에 《자본론》도 있는데 그 영향도 있었던 거 같아요. ㅎㅎ

 

[크기변환]깡.jpg오호~ 《자본론》은 어떻게 읽게 됐어요?

 

[크기변환]현아.jpg아는 삼촌 중에 경제 공부를 많이 한 분이 있었는데, 같이 모임도 하고, 《자본론》 책도 추천받게 됐어요.

 

[크기변환]윤수.jpg그럼 《자본론》을 혼자 읽으신 거예요?

 

[크기변환]현아.jpg네, 1권 읽고 어려워서 포기했어요. ㅜㅜ

 

 

활동을 통해 만난 변화

 

[크기변환]윤수.jpg《자본론》도 읽고, 여러 일 경험을 하면서 센터 활동을 하게 되셨는데요. 센터 활동 이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크기변환]현아.jpg···. 노동인권지킴이를 하면서 만났던 분들을 통해서요. 버스 기사, 경비 노동자, 청소 노동자 실태조사 하면서 건강지원 프로그램을 했는데요. 버스를 타고내리기만 했지 사적인 이야기를 할 거라 생각을 못 했거든요. ‘운전하면서 선글라스는 왜 끼는 거지’. ‘왜 이렇게 불친절하지?’라는 생각이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으니 생길 수밖에 없구나, 라고 생각하게 됐죠. 활동하지 않았다면 평생 만나지 못했을 분들을 만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는 게 가장 큰 변화인 거 같아요:)

 

[크기변환]윤수.jpg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활동은 무엇이에요?

 

[크기변환]현아.jpg2018년도부터 경비 노동자들을 만나 실태조사를 했는데요. 실태조사를 정말 많이 했거든요. 그때는 지금보다 노동조건이 더 열악했어요. 초소에 가서 한두 시간씩 이야기 듣고, 집에도 초대받아 가서 실태조사를 하기도 했고요. 이야기를 들어주면 정말 눈물을 많이 흘리시더라고요. ㅜㅜ

 

[크기변환]윤수.jpg이야기를 엄청 잘 들어주시나 봐요? 저도 센터 활동하면서 경비 노동자를 만나는데 눈물 흘리시는 분들은 없었거든요. 주로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았나요?

 

[크기변환]현아.jpg어떻게 일하시는지와 같은 기본적인 것들만 물어봤는데도 눈물을 흘리시더라고요. 제가 만났던 분 중에 이미 지쳐있는 분들이 많았나 봐요. ㅜㅜ 공감도 많이 돼서 이야기도 많이 나눴어요. 헤어지기 아쉬울 정도였어요:)

 

[크기변환]깡.jpg거절당한 경험은 없었나요?

 

[크기변환]현아.jpg거절당한 경험도 몇 차례 있었어요. 거절당하고 센터 와서 이야기하니까 “그분은 원래 그런 분이야.”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아, 원래 그런 분이시구나’라고 생각했죠. 근데 작년에 그분이 거절을 안 하셔서 이야기를 나눴어요. ㅎㅎ

 

[크기변환]윤수.jpg울산북구센터에서 청소 노동자 조직사업도 오래 하지 않았나요? 문화제도 했던 것 같은데···. 

 

[크기변환]현아.jpg그랬죠. 한 달에 한 번씩 모여서 교육도 하고, 아파트랑 협약을 맺어 청소 노동자 건강체조도 진행했거든요. 콘테스트를 진행하기도 하고. 근데 코로나19가 심해지면서 1년 동안 연기하다가 현재는 고민만 하고 있어요. 청소 노동자분들과 같이 문화제도 했는데, 20년 넘게 센터랑 같이 활동했던 청소 노동자분들이 은퇴하시면서 새로운 분들을 더 조직해야 해요. ㅜㅜ

 

[크기변환]윤수.jpg노동인권지킴이부터 4~5년 정도 센터에서 활동하신 거 같은데, 활동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어요?

 

[크기변환]현아.jpg···. 매년 업무가 바뀌는 게 조금 적응하기 어렵죠. ㅜㅜ 업무가 바뀌면 새롭게 기획하고, 하던 업무에서 확장되니까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부분이 어려운 거 같아요.

 

[크기변환]윤수.jpg울산북구센터 상근자도 점점 늘어나는데 업무의 전문성을 키우는 게 아니라 바뀌는 구조인 건가요?

 

[크기변환]현아.jpg기존 업무가 확장되기도 하는데 상근자가 늘어나니까 그동안 못해 왔던 업무들, 새싹 같은 업무들이 생겨나요.

 

[크기변환]윤수.jpg새싹 같은 업무들은 현아 씨가 담당하는 거예요? 아니면 다른 분들이 가져가는 거예요?

 

[크기변환]현아.jpg제가 좀 많이 가져가 ··· 아니 나눠 가져가는 거 같아요. ㅎㅎㅎ

 

[크기변환]깡.jpg최근 새싹은 뭐에요?

 

[크기변환]현아.jpg그동안 청년 노동자 대상으로 하는 일을 많이 하진 않았는데 올해는 청년 노동자 대상으로 프로그램 등을 진행해보려고 해요~ 또, 사회초년생 대상으로 노동법 교육도 고민하고 있어요:)

 

 

여기 뭐 하는 곳이지?

 

[크기변환]윤수.jpg다른 질문을 해볼게요. 한비네 활동은 어때요? 한비네는 어떤 곳인 거 같아요?

 

[크기변환]현아.jpg모르겠어요. ㅎㅎ 처음 제가 한비네를 접한 게 울산에서 한비네 워크숍을 진행했을 때였거든요. 센터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레드카펫 깔고 그랬던 게 기억에 남고요. 한비네에 대한 이해가 조금 높아진 건 작년이었던 거 같아요. 아직 한비네에 대한 이해가 잘 잡혀있진 않아요. 한비네 역사나 의미는 들어서 알고 있는데 제가 정의하긴 어려운 거 같아요. 그래서 잘 모르겠어요.

 

레드카펫.jpg

2018년 겨울, 울산북구센터에서 준비한 한비네 수련회 이벤트

 

[크기변환]윤수.jpg작년 한비네 노동박람회 때 오셨죠?

 

[크기변환]현아.jpg네, 박람회 기획단이었어요:) 기획단 참여는 제가 가위바위보를 이겨서 참여하게 됐어요. ㅎㅎ 아쉬웠던 건 일정이 안 돼서 기획단에 결합을 잘 못 했던 거예요. ㅜㅜ

 

[크기변환]깡.jpg울산북구센터는 가위바위보를 할 정도로 기획단에 참여하고 싶은 분들이 많았나 봐요?

 

[크기변환]현아.jpg네, 모두 기획단에 참여하고 싶어해서 가위바위보를 한 건데 제가 이겨서 다른 분들은 아쉬워하셨죠:)

 

[크기변환]윤수.jpg코로나19 이후에 한비네 워크숍 등 행사가 재개될 텐데 계속 참여할 의사는 있으세요?

 

[크기변환]현아.jpg아직 잘 모르겠어요. 제가 센터에서 처음 일할 때 느꼈던 게 이벤트 회사 같았던 거예요. ㅎㅎ 들어오자마자 레드카펫 깔고···. 그리고 올해 커피차 캠페인도 할 계획이라서요.

 

[크기변환]깡.jpg사업을 할 때 행사를 많이 하니까 이벤트 회사 같다는 거죠?

 

[크기변환]현아.jpg네. 캠페인을 한다고 하면 홍보물 나눠주고, 띠 나눠주고 한다는 것만 상상했는데 우리 센터는 좀 다르더라고요. 걷기대회를 열기도 했고요.

 

[크기변환]윤수.jpg그럼 지역 센터에 청년활동가나 신규로 들어오는 활동가들이 있을 텐데 한비네 이해를 돕기 위해 어떤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크기변환]현아.jpg한비네 청년활동가 모임(이하 청년 모임)을 처음 제안받았을 때 ‘여기가 뭐 하는 곳이지’ 하는 궁금증이 생겨 참여하게 됐는데요. 한비네 안에 연령, 경력 등이 다양한 활동가들이 많은데, 청년 모임은 한비네와 비슷한 활동을 하는데 대상만 청년인 곳으로 인식했어요. 그래서 한비네 복제판 같은 청년 모임을 탐색하며 이해해보자, 했죠:)

 

[크기변환]윤수.jpg처음에 청년 모임을 제안받았을 때도 고민을 하셨다고 들었는데 어떤 생각이었나요?

 

[크기변환]현아.jpg참여하기 전에 회의록을 봤는데 어려운 말도 많이 적혀있고, 동시에 비밀조직같은 느낌도 들어서 ‘여기 뭐 하는 곳이지? 들어가도 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근데 들어오고 나서 ‘잘 들어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크기변환]깡.jpg어떤 말들이 어렵게 다가왔어요?

 

[크기변환]현아.jpg어려운 건 기억이 잘 안 나지 않을까요? ㅎㅎㅎ 근데 신기했던 게 처음 참여한 이후에 ‘회의록과 달리 어려운 모임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한비네 역사 공부도 한다길래 그런 점들도 궁금했고요.

 

[크기변환]깡.jpg그동안 몇 차례 한비네 워크숍도 참여하셨고, 기획단 활동도 하면서 여러 활동가를 만나셨잖아요. 소통하는 거에 대한 어려움은 없었나요?

 

[크기변환]현아.jpg제가 일단 낯가림이 많은 편이고, 눈썰미가 되게 없는 편이라 한두 번 본 거로는 잘 못 알아보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한비네에 가면 늘 나오시는 분들 있잖아요:) 옆에서 그분들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재밌어요. ㅎㅎ

 

[크기변환]깡.jpg재밌어요? 안 지루하고? ㅎ 어떤 부분이 재밌어요?

 

[크기변환]현아.jpg이야기라든지 그런 게 진취적이고 재밌는 거 같아요. 노동 운동 부분도 좋고, 외적인 이야기들도 재밌는 거 같아요. 유쾌하셔서…. ㅎㅎ

 

[크기변환]윤수.jpg그럼 기억에 남는 분은 누구예요?

 

[크기변환]현아.jpg너무 많아서. ㅎㅎ 대표자 회의에 오시는 분들 대부분인 거 같아요.

 

 

현재에 충실하자

 

[크기변환]윤수.jpg미술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어요. 주말마다 서울을 오가며 학원에 다니셨다고 들었는데 뭘 하셨던 거예요?

 

[크기변환]현아.jpg오래 다닐 생각은 없었는데, 10개월을 다녔더라고요. 커리큘럼이 없어서 경악하긴 했는데 언제 내가 배우고 싶은 걸 배워볼까 싶어 다니게 됐어요. 영역이 정확히 나누어지진 않는데 영화를 보고 감상문 쓰고, 책 읽고 글 쓰고, 3개월 동안 돌만 보고 주우러 다니기도 했어요. 미술학원인데 DMZ 쪽에서 포복을 하기도 했고요. ㅎㅎㅎ

 

[크기변환]윤수.jpg돌을 주우러 다녔다고요?

 

[크기변환]현아.jpg돌을 주우러 서울에서 강원도를 세 번이나 가고 했어요.

 

[크기변환]깡.jpgㅎㅎㅎ 울산에서 그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없어서 서울까지 다닌 거예요? 그럴 만큼 큰 영향이 있었을까요?

 

[크기변환]현아.jpg네.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대구 이런 데도 조금씩 있는 것을 알게 됐죠. ㅜㅜ 거리가 멀어서 조금 벅차기는 했어요. 그리고 처음엔 ‘내가 왜 강원도까지 와서 돌을 줍고 있어야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3개월쯤 지나니까 그 뒤부터 돌 안에 담긴 패턴이 보이기 시작하고, 음악이 들리기 시작하는 거예요. 스트레스도 해소되고 일 컨디션도 좋아진 거 같아요:) 당시 사진들을 책상에 두고 보면서 힐링 받기도 해요~

 

[크기변환]윤수.jpg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한 고민이 있나요?

 

[크기변환]현아.jpg제가 환경에 관심이 많았는데 센터에서 활동하고 나서 노동운동에 관심이 많이 생겼어요. 울산북구센터는 공공연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언제 그만둘지 모른다. 현재에 충실하자’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거든요. 그래서 큰 고민 없이 현재에 충실하자 라는 생각으로 활동에 임하고 있어요:)

 

[크기변환]윤수.jpg오늘 인터뷰를 통해 현아 씨를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다음에 만나면 스스럼없이 만나 대화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걸 알게 된 것 같아요^^

 

[크기변환]깡.jpg두 분 모두 고맙고 고생하셨습니다. 다음에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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