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규제 완화’ 뒤에 숨은 반反노동 삼각동맹

by 센터 posted Apr 2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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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종열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 소장

 

 

윤석열 당선인은 재계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기업에 대한 규제가 마치 올림픽 경기에 나선 선수의 ‘신발 속 돌멩이’와 같다”면서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겠다고 약속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도 “헌법정신에 따라 큰 정부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규제 완화를 통한 민간 주도 경제 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후보자도 “기업 발목을 잡는 족쇄를 빨리 풀고 모래주머니를 벗겨 드려야겠다”라고 한다.

 

조선일보를 선두로 한 기업신문들은 “지난 5년간 노사관계는 ‘노동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며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즉시 이를 바로 잡으라고 주문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통한 소득주도 성장, LO 핵심 협약 비준과 노동조합법 개정,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 등이 대표적인 공격 대상이다. 이들 신문은 “법원과 중앙노동위원회가 대법원의 판결마저 뒤집으며 노동친화적인 판결을 했다”며 ‘노동개혁’이란 이름의 반노동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11~12일 경제전문가 4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이 조사에서 경제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가운데 수정·폐기해야 할 정책으로 부동산 정책(35.6%), 소득주도성장(22.2%), 공공주도 일자리 창출(15.6%), 경직된 노동정책(13.3%), 탈 원전 정책(11.1%)을 꼽았다.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보유세, 양도세 등 세제 완화가 40%를 차지할 정도로 이들 경제전문가들의 주장은 윤석열 새 정부 경제 정책의 방향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윤석열 정부 경제정책을 책임지고 집행할 추경호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국회의원 시절에 제출한 법안을 보면 ‘기업 규제 완화를 통한 민간일자리 창출과경제 성장’이라는 그의 철학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0%로 낮추는 개정안을 제출하는 등 철저한 기업 이윤 우선주의자이다.

 

윤석열 정부/대기업 재벌/기득권 신문으로 형성된 삼각동맹 체제가 주장하는 ‘기업규제 완화’의 실체는 무엇일까? 지난 한 달 동안의 언론 보도를 통해살펴본 ‘기업규제 완화’란 ‘장시간노동·저임금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반노동 정책’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는 한국 경제 상황과는 전혀 상관없는 ‘주술’과도 같은 것이다.

 

이들이 경제 성장을 가로막고 기업을 꽁꽁 옭아매는 반시장 정책이라고 거론하는 것들은 기업규제 3법(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 일감몰아주기 처벌 강화, 대형마트 영업 규제와 주52시간제, 중대재해처벌법, 최저임금제 등 최근 몇 년 사이 어렵게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뤄낸 경제민주화를 위한 성과들이다.

 

그런데 이들 반노동 삼각동맹의 공세는 대부분 사실이 아닌 ‘선입관’에 근거하고 있다. 얼마 전 한국노동연구원은 고용노동부의 연구 용역을 받아 “연구개발 직군에 장시간 집중근로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선입관이다”라는 ‘연구개발 분야 유연근로제 사례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 294개 사업장 중 74%의 기업이 이미 현행 유연근로제 도입과 활용에 어려움이 없다고 밝혔다고 한다. 보고서는 시차출퇴근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탄력적 근로시간제, 재택근무제, 보상휴가제, 사업장 밖 간주근로시간제, 재량근로제 등 한사업장에서도 다양한 유연근로제를 사용 중이며 “선입관과 달리, 집중적인 초과근로 필요성이 연구개발 분야의 일반적인 현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윤석열당선자가 유연근로제 경직을 이유로 선택근로제 정산 기간을 1년으로 늘리자고 한 것과는 상반되는 상황이다.

 

기업분석 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국내 주요 기업 336곳(매출액 대비 500대 기업 중 2021년 사업보고서를 제출하고 2020년과 비교 가능한 기업)의 고용 인원 변화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이들 기업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5.1%, 61.2% 증가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정규직 직원은 1% 안팎으로 변화가 거의 없는 반면 기간제 인력은 10% 넘게 늘었다. 기업과 언론이 신주단지처럼 받드는 “기업의 성장이 좋은 일자리를 만든다”라는 주장은 한국 현실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셈이다.

 

대통령직인수위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에 대한 지원 정책 역시 대기업을 적대시하던 기존 프레임에서 벗어나 자발적인 상생 협력을 이끌어내는 방향으로 재설계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지금처럼 대기업의 독점적 이윤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지난 11일 ‘납품단가 제값받기’ 기자회견이 열렸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시름하는 중소기업들이 “생산단가의 60%를 차지하는 원자재 값이 폭등했지만 대기업은 납품가에 전혀 반영해주지 않아 고사 위기에 처했다”며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중기중앙회에 납품단가조정위원회가 있지만 매출 80%를 대기업에 의존하는 중소기업으로선 감히 납품단가 인상 얘기를 꺼내기조차 어렵다”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했다. 철근, 콘크리트 업종이 건설현장 1차 셧다운을 예고했을 때 원청사 70%가 하도급 대금 조정을 약속했지만 최근 공사대금 인상이 어렵다는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철강 가격 인상 덕분에 포스코홀딩스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3.9% 증가했다. 대한민국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는 자발적인 상생을 허락하지 않는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를 완화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실현하기 위해 직무와 성과를 반영한 유연한 임금체계 도입이필요하다”라며 ‘호봉제 개편’을 새 정부 장기과제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영업이익이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상황에서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 개편 논의 없는 기업 간의 임금 격차 해소는 대기업 임금의 하락 이외에는 실현할 방법이 없다.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당선의 일등공신은 조선일보를 비롯한 기득권 신문이다. 이들이 지난 5년 동안 집요하게 왜곡된 정보로 여론을 만들고 국민들의 인식을 혼란스럽게 만든 주범이다. 불평등을 가장 심하게 인식하지만,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국가의 역할에 가장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나라! 이것이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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