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길

by 센터 posted Feb 2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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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흥준 센터 정책연구위원

 

 

환경 보호가 아닌 산업·일자리 전략으로서의 기후위기 대응

 

인간이 동물들과 다른 점 중 하나는 자신의 삶에 대한 애정만이 아니라, 동료와 이웃 그리고 다음 세대를 걱정하는 것은 물론, 필요한 무언가를 대비한다는 점이다. 실제, 인간은 자유주의 시대부터 자본주의에 이르기까지 이기심과 투쟁해 왔다. 예를 들어, 불완전한 자유 시장 경제는 부의 집중과 정책 결정의 희생자를 만들어 냈지만 사람들은 시장 실패에 맞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 공공재Public Good 확산,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을 강조해 왔다. 따라서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은 그 체제의 우월함 때문이 아니라 명백한 약점으로 인해 수정을 거듭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오늘날까지 진화하고 있다.

 

기후위기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기술 발전과 더불어 폭발적으로 늘어난 생산성은 인류에게 풍요로움을 선물했지만 상품 생산과 이동을 위한 석유, 석탄 에너지의 과도한 사용은 탄소 배출을 증가시켰고, 지구 대기층을 덮어 온난화를 가져왔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는 태풍, 지진, 화재와 같은 자연재해를 만들고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바이러스 변이를 유발하여 인류의 생존마저 위협하고 있다. 따라서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을 깨끗한 지구 만들기 수준의 캠페인으로 이해해선 곤란하며 인류의 존망과 관련된 중요한 과제로 이해해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 해법은 탄소 배출량을 줄여 궁극적으로 탄소 제로를 만들어 지구가 더이상 더워지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면 화석 에너지 사용을 제한해야 하므로 석유, 석탄 에너지에 대한 활용도를 대폭 낮추고 수소, 전기, 태양열과 같은 친환경 에너지를 대중화해야 한다. 따라서 자동차 연료를 가솔린에서 전기나 수소로 바꿔야 하고 화력발전소도 풍력이나 태양광 연료를 활용해야 한다. 건물의 냉·난방도 친환경 에너지로 대체해야 한다. 그런데 이 과정들을 상상해보면 그리 녹록하지 않음을 금방 깨달을 수 있다. 이유는 산업의 대전환이 필요하기 때문인데, 인위적으로 산업을 전환하는 것이 말처럼 쉽진 않다. 더욱 큰 이슈는 산업이 전환하게 되면 일자리가 사라지게 될 터인데 이 또한 작은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을 미룰 수도 없다.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탄소 배출국인 데다 국제적인 흐름에 동참하지 않으면 수출 중심의 산업이 국제적 불이익으로 인해 크게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이나 중국처럼 강대국들이 탄소 중립 행동에 소극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나라마저 같은 행동을 할 순 없는 처지이다. 이러한 이유로 문재인 정부는 2021년 탄소중립위원회를 출범하여 2050년까지 탄소 제로를 실현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탄소중립위원회는 2030년과 2050년까지 탄소를 어떻게 줄일지에 대한 산술적 계산치만 발표했지, 실현 방안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2050년까지 화력발전소를 모두 폐쇄한다는 계획인데, 그 과정과 대안은 매우 부족하다. 또한, 화력발전소를 폐쇄할 경우 일자리를 잃게 되는 노동자들은 어떻게 할지, 지역경제는 어떻게 활성화할지 등 연결된 과제들에 대해선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해결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제시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탄소중립위원회 활동에 대한 사회적 실망감이 컸으며 처음부터 모든 것을 재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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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시위하는 국제노총

 

정의로운 전환으로 성공하기 위한 시사점

 

탄소 중립이 국가적 과제이고, 정말로 성공하고 싶다면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을 이해해야 한다. 정의로운 전환 없이 탄소 중립은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의로운 전환은 미국의 석유화학원자력노동조합이 처음으로 사용한 단어로 기후위기가 노동자의 일자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노동자들도 이를 이해하고 기후위기에 대한 실천을 해야 한다는 캠페인에서 시작되었다. 그 후 ILO와 UN 등이 기후위기 국제협약을 만들고, 정의로운 전환을 개념화하면서 국제적인 주목을 받게 되었다. 여기서 정의로운 전환은 탄소 중립을 위한 산업 전환에 따라 지역 주민이나 노동자의 희생을 최소화하는 정책을 의미한다.

 

국제기구 및 주요 선진국 정부가 정의로운 전환에 주목하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산업 전환으로 인해 없어지거나 대체되는 일자리를 방치할 경우 지역과 노동자들의 삶이 파괴되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선 교육훈련, 일자리 대책,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 등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산업 전환은 일자리를 없애는 것 만이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노사와 협력하여 새로운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국가 경쟁력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독일, 영국 등 유럽 주요 국가 및 캐나다 등 북미 선진국들은 정의로운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탄소 중립을 위한 정의로운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주요 선진국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중요한 시사점을 몇 가지 확인할 수 있다. 첫째, 탄소 중립과 정의로운 전환에 필요한 막대한 기금을 마련했다. 산업을 전환하고 이에 따른 보상과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선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선진국들은 탄소 배출량에 따라 탄소세를 도입하는 등의 방법을 도입하여 탄소배출을 줄이고, 동시에 재원도 확보하였다. 둘째, 견고한 사회적 대화를 통해탄소 중립과 정의로운 전환을 추진하였다. 탄소 중립을 위한 산업 대전환과 일자리의 이동과 창출, 그리고 지역경제 재활성화 등은 아무리 정부가 재정을가지고 있다고 할지라도 이해당사자와 합의 없이 추진하기 어렵고, 일방적으로 추진할 경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주요 선진국들은 노사 및 이해당사자와의 사회적 대화를 의사결정의 실질적인 기구로 두어 적극적인 협력을 추구하고 있다. 셋째, 노동조합의 체계적인 전략과 실천이다. 정의로운 전환은 노동자의 일자리와 관련돼 있는 중요한 과제로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개입과 정책 제시가 중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국제노동조합연맹 및 주요 선진국의 노동조합은 정의로운 전환을 연구하고 실천과제를 도출하며 환경단체 등과 연대하고 기업, 산업, 지역, 국가 수준의 사회적 대화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제 막 탄소 중립을 위한 과제와 정의로운 전환의 중요성을 이해하기 시작한 단계이다. 2030년까지 불과 8년이 남은 상황에서 1단계 대전환이 성공하기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와 탄소세 도입을 위한 대국민 설득 그리고 노동자, 시민, 기업 등 이해당사자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특히, 노동조합은 국민의 소중한 세금이 정의로운 전환이란 이름으로 기업을 지원하는 데만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감시하는 모니터링을 본격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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