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의 진실성

by 센터 posted Feb 24, 202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Files

벽보.jpg

 

네를 걷는다. 교차로마다 대선 현수막으로 어지럽다. 건물 외벽이나 담벼락에 15명의 대선 후보들이 일렬로 유권자들과 시선을 맞추며 다양한 표정으로 “저를 뽑아주세요!” 호소한다.

대통령 선거에서 포스터의 영향력은 얼마나 될까? 아마도 공약이나 텔레비전 토론, 대중 연설, 네거티브 공격, 그 밖의 여러 활동과 비교하면 미미할 것이다. 하지만 이미지에는 힘이 있다. 이미지에는 후보들의 생각이 반영돼 있다. 포스터에 표현된 얼굴과 슬로건이 실제 인물과 얼마나 일치하느냐에 따라 후보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이 표심으로 이어진다.

 

이재명 후보는 지나칠 정도로 밝게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표정이 친근하다. 흰 머리카락이 힐끗힐끗 보이는데 그것을 굳이 포토샵으로 다듬지 않았다. 웃을 때 드러날 수밖에 없는 눈가와 이마의 주름, 미간 사이의 세로 주름도 미세한 모공도 그대로 두었다.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움으로 진실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이미지 전략이 엿보인다.

 

엷은 미소가 다소 어색해 보이는 윤석열 후보는 얼굴을 매만진 흔적이 보인다. 특히나 헤어 스타일은 마치 이발사가 한껏 ‘후카시’를 넣어 인위적으로 부풀린 티가 난다. 후보의 머리 위에 위치한 ‘국민이 키운 윤석열 내일을 바꾸는 대통령’이란 슬로건은 국민의 절반 이상의 지지를 받은 것도 아닌데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에게는 불편하게 들릴 뿐. 그동안 그의 언행과 행적으로 봐서는 너무나 동떨어진 슬로건이라는 생각이 든다.

 

심상정 후보는 여성 후보라 그런가 정당 후보 중 가장 따뜻한 느낌이다. 근엄이나 권위, 엄격하고는 거리가 멀다. 후보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선한 기운 때문일 것이다. 네 명의 후보 중 자신의 정당 색인 노랑을 배경으로 노출시켜 한 번 더 눈길이 간다. 사실 다른 포스터보다 시선을 더 붙잡는다고 마냥 좋은 건 아니다.

 

안철수 후보는 다른 후보들과 견주어 웃음이 가장 인색하다. 아마도 후보의 큰 장점이자 단점은 유순해 보이는 이미지다. 강인한 정치지도자의 이미지와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우유 빛깔 피부톤을 조금 어두운 구릿빛으로, 굳게 다문 입술과 단호한 눈빛은 더욱 전문적이라는 인상을 풍긴다. ‘과학경제강국’이라는 메시지의 세로쓰기 형식은 엄격하고 원칙적인 분위기로 완벽하게 보수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흐트러짐 없는 이과생의 결의에 찬 모습이다.

 

표정이 다양하다. 미소를 짓든 근엄한 표정을 짓든 문제가 아니다. 소탈한 인상, 부드러운 인상, 지적인 인상, 날카로운 인상 등 포스터 속 표정과 인상의 진실성은 그가 살아온 삶과 그동안 해온 행동, 내뱉은 말이 보증해준다. 선거는 표심을 얻기 위해 각종 전략과 전술, 때로는 권모술수까지 구사하는 치열한 검투장에서 과연 이 ‘왕좌의 게임’에서 승자는 누구일지? 함박웃음을 누가 지을지 궁금해진다. 

 

이윤아 센터 기획편집위원

?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