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일자리를 활용한 디지털 포용 정책

by 센터 posted Oct 2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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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종 노년유니온 사무처장

 

 

“노인은 변하지 않습니다. 노인을 변화시키려 하지 마세요. 사회복지사 선생님들만 소진됩니다.”

사회복지사 보수교육 시간에 강사가 교육을 받는 사회복지사들에게 한 말이다.

 

코로나19의 확산은 비대면 수업, 온라인 모임, 영상통화 등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도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기기의 사용을 가속화했다. 이런 변화는 세대 간 디지털 불평등을 줄일 수도 있고, 심화시킬 수도 있다.

 

앞에서 말한 강사처럼 노인을 변하지 않는 존재로 규정한다면 디지털 사회의 불평등은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일이 되지만, 그게 아니라면 디지털 사회의 불평등은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노인.jpg

노인들의 디지털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선 주변의 지지와 격려가 필요하다.

 

임현정(76세, 여) 씨는 디지털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주변의 고정관념 때문에 좌절했다.

“엄마, 어제 가르쳐줬잖아. 또 잊어버렸어. 전화하고 문자만 주고받으면 됐지 굳이 뭐 다른 것까지 배우려고 해. 섣부르게 알다가는 사기만 당해.”

스마트폰 사용법을 가르쳐달라는 현정 씨에게 딸이 핀잔을 늘어놓으며 한 말이다. 가족한테서 운전을 배우면 절대 안 된다는데, 현정 씨에게는 모바일 사용법을 배우는 일이 그랬다.

반복적으로 훈련하고, 느리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지지해주었다면 효과적인 학습이 가능했고 디지털 사회에 적응도 가능했을 텐데, 한두 번 가르치다가 포기하라고 다그치는 딸을 보면서 배우고 싶은 의지가 꺾였다고 현정 씨는 말했다.

“키오스크를 이용해 보려고 해도 뒤에서 사람이 기다리면 마음이 급해지고, 틀려서 잘 안 되면 뒷사람에게 눈치가 보여서, 노인이 문제라는 비웃음을 살까 봐 피하게 돼.”

노인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정보기술을 반복적으로 이용하면서 자신감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현정 씨는 말했다.

 

김선태(78세, 남) 씨는 모바일 기기로 은행 업무, 쇼핑, 열차 예약, 친구들 간의 소통, 필요한 정보 검색까지 능숙하게 한다. 5년 전만 해도 디지털 기기 사용이라면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시청하거나 전화를 걸고 받는 것이 전부였다. 어떤 과정으로 디지털 사회에 적응했을까?

“5년 전에 복지관에서 핸드폰 사용법 등을 배웠지만 뭐 써먹을 일이 없어서 사용을 안 하니 잊어버리더라고. 더 배워야 하는 동기도 없고···.”

선태 씨는 노인 일자리에 나가기 시작하면서 디지털 기기 사용법을 반복적으로 훈련했다.

“일하면서 의무적으로 단톡방을 만들어 대화하고, 사진 보내고, 모바일로 서로 선물하고, 열차표 예약도 해보고, 노인 일자리 활동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는 일을 반복적으로 하다 보니 익숙해지더라고.”

 

노인들의 디지털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가족들과 주변 가까운 사람들의 지지와 격려가 필요하다. 노인들이 디지털 기기를 처음 배우는 경로는 가족이나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에게 부정적인 반응과 면박을 받으면 배우려는 의지가 꺾인다.

 

정부 지원도 필요하다. 디지털 기기 앱과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도록 노인의 역량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음성인식 기능이나 인체 보안 기능 등 현재 개발된 기술을 보다 적극적으로 적용해서 노인들이 손쉽게 디지털 기기를 활용할 수 있도록 노인 친화성을 향상해야 한다. 또한, 스마트폰 요금 할인, 노인 가정에 무료 와이파이 설치, 공공 와이파이 확대, 피처폰 사용자의 스마트폰으로 무상교체 등도 시급하다.

 

가족과 정부 지원이 노인들의 디지털 기기 접근성을 높였다면, 디지털 기기 활용 역량을 축적하고 능력을 배가하는 훈련의 장으로 노인 일자리를 활용하면 좋다.

첫 번째로는 디지털 기기 활용 교육을 연 8시간 이상 노인 일자리 필수 의무교육으로 배정할 필요가 있으며, 두 번째로는 사업에 참여하는 노인들의 디지털 기기 활용 역량 수준, 활용 능력 지표를 만들어 서울시 노인 일자리 수행기관 평가 항목에 포함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온라인 경제가 일상화되었지만, 정보화 수준이 낮은 노인들은 적응을 힘들어하고 있다. 노인들 처지에서는 디지털 기기를 잘 활용하면 원격진료를 받거나, 음식을 배달시켜 먹는 등 삶의 질을 높일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앞에서 소개한 김선태 씨 사례에서 보듯 노인 일자리를 잘 활용하는 것이 노인들을 위한 디지털 포용의 첫걸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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