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귀 이야기

by 센터 posted Aug 2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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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탁  안의한의원 원장

 

 

몸에 소위 사마귀가 있는 분들을 자주 봅니다. 이런 분들을 볼 때는 언뜻 어릴 적 동네 형님들이 사마귀를 잡아 손에 있는 사마귀를 뜯어 먹게 하던 생각이 납니다. 어떤 형은 없어졌다고 하기도 하고, 어떤 형은 아무 소용이 없더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저 웃음이 나옵니다.

 

한번은 통영 인근에서 환자가 왔습니다. 발가락 발바닥 등에 여러 개의 사마귀가 있었습니다. 한 곳에 세 개의 사마귀가 몰려 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환자는 걷기조차 힘들어했습니다. 걸을 때마다 투박한 사마귀로 인해 발가락이나 발바닥이 지나치게 자극받아 통증을 일으키므로 환자는 아마도 일상생활조차 힘들었을 것입니다. 수년간 다양한 양방 병원에서 여러 방법으로 치료해 왔으며 심지어 서울에 있는 유명 대형 병원에도 갔으나 병이 눈에 보이게 진전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사실 사마귀는 일상생활에서는 거의 무시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자주 일어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번 발병했다면 참으로 고통스럽고 질긴 질환입니다.

 

위키백과에는 이렇게 서술되어 있습니다.

사마귀Wart는 일반적으로 손과 발 피부에 나타나는 작고 우둘투둘한 흔한 종양이다. 인간 유두종바이러스 2번, 7번에 의해 발생한다. 보통 수개월 안에 사라지지만 수년 동안 지속할 수 있으며 재발할 수 있다. 어떤 유형의 사마귀는 발생 위치와 원인에 따라 전염될 수 있다. 타인의 사마귀에 자신의 피부를 비비거나 상처가 닿으면 쉽게 전염이 된다. 다른 종간에는 전염되지 않는다.

 

한의학에서는 사마귀를 습기 덩어리로 간주합니다. 안개보다 좀 더 탁한 물기라고 봅니다. 계곡의 습기 같은 찬 것은 한습이라고 하고, 밥그릇에서 솔솔 품어져 나오는 것은 습열이라고 합니다. 한습이든 습열이든 피부에 오래 머물러 결절을 만든 것이 바로 사마귀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습을 없애는 것이 바로 사마귀를 제거하는 방법입니다. 습을 말리는 약을 쓰면 사마귀는 뿌리에서 말라 들어가 차차 모두 사라지고 맙니다. 한습이 원인인 경우는 따스한 약으로 한습을 날려버리고, 습열이 원인인 경우는 좀 차가운 약으로 식히면 되는 것입니다.

 

특히 태음인 경우는 병의 중요 원인이 주로 습과 열인데, 자연히 다른 체질에 비해 사마귀가 잘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사마귀 환자의 70% 이상이 태음인입니다. 태음인 경우는 소위 의이인이라는 약제를 대량 쓰면 사마귀는 사라집니다. 의이인은 습을 말리는 약리 작용이 강합니다. 한의학적 용어로 거습한다고 합니다. 팔과 손에 사마귀가 여러 개 있던 어떤 환자 경우는 약을 복용한 지 1주일 만에 마치 딱지가 피부에서 떨어져 나가듯 우수수 떨어져 나가는 현상을 목격했다고 고백하기도 하였습니다. 참 희한하게 여겼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현상임에도 일반인에게는 이상하게 여겨졌나 봅니다.

 

태음인이라도 몸 상태에 따라 한습이 원인인 경우는 한습을 제거하는 약을 주약으로 하고 그 약에 의이인을 대량 투여합니다. 습열이 원인인 경우는 습열을 제거하는 약을 주약으로 하고 그 약에 의이인을 대량 투여합니다.

 

이에 비해 소음인인 경우는 조금 간접적입니다. 직접적으로 습이 많아서 사마귀가 생긴 경우는 없습니다. 비위의 기운이 약해서 기혈을 돌릴 힘이 없는 경우에 병이 잘 생기는 체질인데, 사마귀 경우도 같습니다. 많은 양의 습이 아니고 심지어 보통 때라면 지극히 정상적인 습이 분포되어 있음에도 사마귀가 생깁니다. 그것은 습을 흘려보낼 비위의 기운이 없어서입니다. 피부 한 곳에 습이 정체되고 그 정체가 오래되면서 덩어리진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전체적으로 정상적인 수준의 습인데도 단지 흘러가지 못해 정체된 경우입니다. 이런 현상은 우리 몸뿐만 아니라 자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습을 제거하는 약을 주로 쓰게 되면 사람이 오히려 말라가고 기운이 없어져 무기력해집니다. 없던 병이 잘못된 약으로 인해 생긴 것입니다. 이 경우는 비위의 기운을 돌리는 약만 주어야 합니다. 그러면 사마귀는 자연스레 사라집니다. 습 자체가 많지 않고 단지 흐르지 못해 한쪽에 몰려 있어서 사마귀가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기운만 돌려도 어떤 한 곳에 정체되어 있던 습은 몸 전체로 퍼져나가 옅어져서 우리 몸에 유익한 물질로 자리 잡게 되는 것입니다.

 

소양인이나 태양인 경우는 거의 사마귀가 생기지 않습니다. 몸이 대체로 뜨거운 사람이므로 습이 병을 일으킬 정도로 어느 한 곳에 몰려서 머물러 있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남은 열이 많아 피부에서는 붉은 반점이 많이 생기거나 피부가 거칠어지는 경우가 많고, 관절에서는 류머티즘 계열의 질환이 생기는 경우가 많으며, 혈액이 뜨겁게 되면 혈소판이 태워버려 결국 혈소판감소자반증을 일으키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마귀에 대한 태음인과 소음인 처방에서 보이듯 한의학은 A라는 병이라고 a 처방을 쓰지 않습니다. 상황과 몸 상태 전체를 살피고 그 근본 원인을 찾아내서 치료합니다. 이 점이 아마도 질병에 대한 양한방 치료의 차이점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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