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에 닿아 반짝이는 칼끝 마주치면
반짝이는 그 칼끝 닮고 싶었다
미풍에 부드럽게 떠는 깃털 발견하면
부드러운 그 깃털 닮고 싶었다
자주
손과 발이 차디찼다 몸의 온기
칼끝과 깃털에 온통 빼앗긴 것처럼
마음이 텅 비었다 약탈하도록
칼끝 햇빛과 깃털을 건드리고 간 바람에게
빗장을 열어둔 것처럼
나 아닌 것을 닮으려고 했다
나 아닌 것이라면
대체로 아름답고 부드럽다고 여겨져
온기도 영혼도 없던 나에게도
아름답다고 얘기해 준 이가 있었으나
그 말을 믿지 못했다
오래도록
여전히 손발이 차가워질 때가 있지만
이제는 손발이 차가워질 때면 스스로에게
크게 소리 내어
아름답다고 말해준다
이진희 시인
2006년 계간 《문학수첩》으로 등단. 시집으로 《실비아 수수께끼》, 《페이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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