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쪼갠다고 시급도 쪼개지나요?

by 센터 posted Jun 2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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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영  청년유니온 정책팀장


기자회견.JPG

6월 9일 청년유니온은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아르바이트 실태조사 결과 및 최저임금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청년유니온)


청년유니온과 최저임금 운동


청년유니온은 2010년 창립 때부터 최저임금 인상 운동을 해왔다. 어떤 의제로 새로운 운동을 펼쳐나갈지 고심하던 청년유니온의 조합원들은 전국 427개 편의점에 찾아가 직접 물었다. “최저임금, 받고 계시나요?” 지금이야 ‘최저임금 1만 원’을 대선후보들이 앞다투어 공약할 정도로 ‘핫한’ 이슈가 되었지만, 당시에는 최저임금을 알고 있는지부터 알아봐야 했다. 


조사 결과는 참담했다. 편의점에서 일하는 청년들 가운데 66%가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었다. 응답자의 87%가 최저임금이 얼만지 알고 있다고 응답한 점을 고려하면 결국 최저임금액을 알고 있음에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이 상황을 감내하고 있던 청년이 다수였던 것이다. 수도권을 벗어난 지방의 경우 미준수율이 더욱 심각했다. 평균 80% 이상의 편의점들이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고 있었다. 2010년 최저임금은 4,110원이었는데 3,000원대는 물론 2,000원대 시급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결과가 발표된 후 고용노동부는 긴급 모니터링을 진행했고 아르바이트 노동자 사이에도 ‘최저는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2020년 청년유니온의 실태조사 결과에서 편의점 최저임금 위반율이 23.8%임을 고려하면 세상이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다고 생각된다.


이듬해인 2011년에는 노동법 한구석에서 잠들어있던 주휴수당을 깨워 세상 앞에 세웠다. 노동법 공부모임을 하던 조합원이 “카페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나도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품게 되었고, 이는 대형 커피전문점 주휴수당 미지급 실태조사로 이어졌다. 아르바이트 구직 사이트에 올라온 구직공고에 직접 근로조건을 문의하는 방식으로 주휴수당 지급 여부를 조사한 결과, ‘주 40시간 이상 노동자에게만 지급한다’, ‘아르바이트에게는 지급하지 않는다’ 등의 말로 주휴수당을 주지 않는 경우가 전체의 81.2%에 달했으며 이로 인한 체불임금액은 197억여 원에 이르렀다. 결과 발표 이후 커피빈은 아르바이트 노동자 3,000여 명에게 5억 원의 미지급 주휴수당을 지급했고, 카페베네는 아르바이트 노동자 103명에게 5,000만 원의 주휴수당을 지급했다.


이후 최저임금 운동을 계속해 나가며 최저임금이야말로 조직되지 못한 청년 불안정 노동자의 임금교섭이라는 사실을 체감한 청년유니온은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협상장에 청년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최저임금위원회 노동계 위원으로 활동하였으며 최저임금 결정 과정 투명화와 주휴수당을 포함한 월 환산 최저임금액을 시급과 함께 고시하는 결정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올해 청년유니온은 최저임금위원회 위원 제안을 고사했다. 들여보내 달라고 그렇게 요구해놓고 왜 제 발로 나오게 되었을까?


노동권 사각지대, 초단시간 노동자


청년유니온이 최저임금에 주목한 이유는 최저임금이 ‘청년의 임금’이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으로 조직화되어 있지 않은 청년 불안정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은 ‘최저’가 아니라 자신의 임금 그 자체였고, 최저임금 협상은 이들에게 유일한 임금교섭이었다. 2017년과 2018년 두 해 연속으로 최저임금이 많이 오르면서 최저임금 노동자에게 더 나은 삶이 보장될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통계로 마주한 현실은 달랐다. 2017년에서 2019년 소득 1분위에 해당하는 노동자의 시간당 임금 인상률은 높았지만, 월 임금 인상률은 가장 낮았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시간당 임금은 올랐으나 월 임금은 제자리 수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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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쪼개기 고용’에 있었다. 주당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초단시간 노동자에게는 주휴수당, 퇴직금, 4대 보험, 기간제 기간 제한 등이 보장되지 않는다. 고용주의 입장에서 초단시간 노동자를 고용하면 15시간 이상으로 고용하는 경우보다 약 30% 인건비가 절약된다. 2011년 주당 15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라면 누구나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인상되면서 근로시간을 쪼개는 쪼개기 고용은 이를 회피하기 위한 대표적인 꼼수가 되었다. 같은 일을 한 명의 노동자에게 시키던 것을 15시간 밑으로 쪼개서 여러 명을 고용해 주휴수당 지급 의무를 우회한다. 이렇게 노동시간을 쪼개면 사실상 최저임금도 16.7% 쪼개진다. 경영계가 늘 주장하듯 주휴수당을 보장받는 최저임금 노동자의 시간당 급여는 시급과 주휴수당을 포함해 10,320원이기 때문에 시간당 8,590원만을 받는 초단시간 노동자와 16.7%, 1,730원의 임금 격차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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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시간 노동자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늘어 2020년 2월, 96만 명이 되었다. 특히 2018~2019년 크게 늘었다. 그리고 2020년 4월, 70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순식간에 20만 명이 사라졌다. 코로나19로 인한 대량 해고 사태에서 일하는 시간도 적고 퇴직금 지급 의무도 없는 초단시간 노동자는 가장 취약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청년유니온은 이들의 노동권을 대변하기 위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나왔다. 청년유니온은 올해 최저임금이 얼마나 인상되는지보다 이들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가도록 하는 운동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10년 실태조사 이후 10년 만에 전국적 수준의 최저임금 실태조사를 다시 진행했다. 초단시간 노동을 가장 많이 고용하는 편의점, 카페, 음식점에서 일하는 청년 660명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실태조사를 시행했다. 조사 결과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자 52.7%가 초단시간 노동을 하고 있었다. 여성일수록, 어릴수록 그 비율이 높아졌으며 지역을 가리지 않았다. 15시간 이상 일하더라도 주휴수당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결론적으로 응답자의 78.9%가 주휴수당을 받지 않고 있었다. 20% 남짓 받을 주휴수당이라면 왜 존재해야 하는 것인가? 전국의 사장님들이 그래도 “최저는 맞춰준다”면 그냥 최저임금에 넣어버리면 모두가 받을 수 있지 않은가.


올해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은 노동자에게 임금의 최소한의 수준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로서 일하는 사람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다. 이 안전장치를 모든 노동자에게 동등하게 보장하기 위해서는 초단시간 노동자도 주휴수당에 해당하는 몫을 보장받아야 한다. 청년유니온은 지난 6월 9일, 기자회견을 통해 실태조사 결과와 올해 최저임금 협상 요구안을 발표했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주휴수당에 해당하는 몫을 최저임금에 통합한 시간당 10,320원을 시작점으로 협상하고, 국회에서는 법 개정을 통해 유급주휴일 조항을 삭제하면 주휴수당이 기본급화 된다. 단순히 있던 수당을 없애자는 주장이 아니며 장점이 많다. 임금계산이 단순화되어 최저임금을 제대로 보장받고 있는지 확인하기 쉬워진다. 또 통상임금을 계산하는 시간이 월 209시간에서 174시간으로 줄어 시간당 통상임금이 인상되므로 각종 수당의 금액도 인상된다. 시간당 임금으로 계산하지 않는 일용직, 프리랜서 등도 간접적으로 임금이 올라가는 부수적 효과도 있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임금 차별을 감내해야 하는 노동자 집단이 있으며 그곳으로 여성, 청년, 노인이 자꾸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2010년의 청년유니온이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가장 취약한 노동자를 향했던 것처럼 2020년의 청년유니온은 16.7% 낮은 임금을 받으며 각종 법적 보호에서 배제되어 있는 가장 취약한 노동자, 초단시간 노동자를 대변하기 위한 운동을 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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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문헌

김유선. (2020). 2018~2019년 최저임금 인상이 임금불평등 축소에 미친 영향.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슈페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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